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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Oct 24. 2024

하나는 데려갈 것이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도을 자작시



하나는 데려갈 것이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하나는 데려갈 것이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오래 묵은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진 추억처럼
매일을 하루같이 무엇을 꺼내고 무엇을 묻는다.
끊임없이 조잘대며 흐르는 크로노스의 강물 속에서
매일을 하루같이 무엇을 하나씩 줍는다.

무엇은 꼭
쥐고 놓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어느 하루 지친 바람에 마른 잎새 되어 날리고.
무엇은 툭
가볍게 던져버리지만,
어느 하루 잠들지 못한 창가에 이슬로 돌아와 앉는다.

기다림 없는 전화기를 들고 기다리는 이와
기약 없는 이에게 미련스레 기약하는 이여
난데없는 생의 한 복판에서 추신처럼 따라오는
주렁주렁 무엇을 생각한다

하나는 데려갈 것이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주검 위로 몰려드는 독수리를 피해
산장에 들어가 그 문을 닫은 것처럼

*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제 서랍 속에 깊이 묻어 두었던 시 한 수 펼쳐 보여 드립니다. 식곤증이 오는 크로노스의 시간이지만, 잠시 쉬어가는 카이로스의 오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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