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멍텅한 30대 여자.
어제 저녁, 별다른 약속이 없어 집으로 퇴근을 했고, 애청자인 엄마와 일일드라마를 보며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엄마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옆집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셨지만 결국, 선자리 얘기였다.
"연대를 나왔는데 학원을 운영하고 있데. 너보다 한 살이 많다던가? 두 살이 많다고 했나..? 아무튼... 한 번 만나볼래..?"
요즘 우리 엄마는 내 눈치를 슬슬 보신다.
특히 누구 좀 만나보라는 이야기를 할 때 더더욱.
내 잘못이지 뭐.
연애를 끊었다. 몇 년 되었다.
서른이 되면서 연애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고 결혼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유 또는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었을까.
당시는 계약직이었고, 지금보다 더 불투명한 미래때문에 불안하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자신감이 뚝 떨어져 저 아래, 지구의 핵까지 내려가버린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고, 나 또한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녀 사이로 한정지어도 똑같다.
관심이 가고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상대방도 내가 마음에 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런 사실을 잊어버리고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무척이나 큰 상처를 받는다. 아니면 자신을 탓하거나.
그런 경험들이 쌓여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점점 더 소극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
[사진] 제주, 2014 가을(소극적인 사진)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개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막상 소개가 들어와도 한참 망설여진다. 나는 누가 봐도 괜찮은 여자일까? 살이 좀 쪘는데 뚱뚱하다고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너무 평범한가? 나를 마음에 들어할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주저앉게 만드는 원인이면 원인이랄까.
애써 소개받은 후, 모임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가깝게 지내던 사람에게 관심이 생겨도 우리는 아니 나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어차피 저 포도는 시어서 못 먹을 거야
나 포도 엄청 좋아하는데.
신맛이 강한 포도는 역시 꺼려진다.
여우도 신맛은 별로인가 보다.
나는 여우, 상대는 먹어보지 않은 혹은 먹을 수 없는 포도.
아니다. 나는 여우만큼 노력하지 않았다.
다르다. 여우는 포도를 먹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부딪혀보지 않고 미리 걱정하고, 여우처럼 갖은 애를 쓰지도 않고 지레 포기하고 만다.
지금 당장 연애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시작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 마음의 준비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