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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동 나나 Jan 10. 2024

괴산호에서 레이크 루이스까지

레이크 아그네스

K 에게

어제는 충북 영동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괴산을 다녀왔어. 산막이 마을을 가는 산책길이야. 왼쪽으로는 괴산호를 끼고 오른쪽은 가파른 산을 옆에 두고 걷는 길이야. 중간 중간 이름을 붙여 놓았고 옛날 동화에 나올 이야기들을 써 놓은 팻말들을 보며 걷는 코스야. 지금은 겨울이라 괴산호가 얼어있고 가끔 어름어는 소리가 쿵 와르르하며 겁을 주기도 하지. 아빠랑 나는 여기를 걸으며 캘거리에서 갔었던 레이크 루이스가 생각났어. 


 레이크 루이스를 왼쪽으로 끼고 한 없이 올라가서 레이크 아그네스의 Tea house까지 걸었던 코스와 비슷했어. 네 생각이 나더라. 지난 여름 경험한 로키 산맥은 어느 곳은 기가 질리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한 없이 정겨운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지. 벤프로 가는 길의 가느다란 전나무들은 이쑤시개통에 담긴 이쑤시개들 처럼 날씬하게 빽빽히 꽂혀있었어. 알고보니 그 모습은 나무가 햇빛을 더 보려고 머리 끝을 내미는 생존을 위한 노력이래.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안타깝기도 하더라. 


 처음 레이크 루이스를 방문했을 때는 약간 실망했었어. 나만을 위해 있어 줄 것 같은 조용한 호수가 아니라 최고의 관광지로 알려진 명성답게 사람이 많고 소란스러웠지. 아무 준비도 없이 갔던 우리를 책망하듯 갑자기 무섭게 쏟아지는 소나기때문에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어. 두번째 방문은 주말을 피해 평일에 갔었어.. 일찍 도착한 아빠와 나는 조용한 호수와 에메랄드 색의 호수를 바라보며  10km 트레킹 코스를 걸었어. 빙하의 물이 흘러 내려오며 이런 저런 모양의 호수를 만들어서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하늘은 한없이 파랗고 사이 사이 구름은 미소 짓는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 힘든 코스도 있었지만 이번에 못 가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천천히 쉬며 Tea House 라는 곳에 도착했어. 


이런 곳에 무슨 생각으로 티 하우스를 세웠을까? 1925년 여자 혼자 이곳에 와서 티 하우스를 세우고 지냈다는 귀여운 여인을 보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이 더 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2024년의 네 기도 제목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과 사회적으로는 직장에서 일을 잘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 그리고 새로운 장소인 캘거리에서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지. 네 기도 제목을 들으며 나는 이미 다 이루어 진 것 같았어. 마라톤 완주를 한 너의 육체와 정신력이면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이길 수 있을 거야.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동료를 도와 일을 잘 하게 하는 리더로 알려져 있으니 걱정이 없지. 주변의 한국 친구들이나 학부형으로 만나는 또래 들과 어울리고 있으니 좋은 친구를 만날 거라고 확신해. 1925년도에 로키에 찾아온 그 여인 처럼 믿음을 가지고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다 보면 너도 바르게 설 수 있고  주변 사람에게 믿음과 확신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2024년 우리 가족의 기도 제목과 노력이 하나님께 온전히 올려지기를 바라며. 이번 주말에 줌으로 만나자. 


                                                                                                                       2024 1 10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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