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영훈 May 02. 2016

걸음걸이

우리는 흔히 자기 인생 비뚤어질까봐

겁을 내면서 걷는다.

그러다보면 인생은 어느 순간

더 잘 비뚤어진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며

늘상 경험했던 일이다.
아슬아슬 연필로 그려놓은

밑그림을 따붓을 댈 때

특히 선과 맞닿는 순간

망설임이 길거나

힘이 들어가면 갈수록

어김없이 물감들은 선을 넘었다.  


나는 언제나 그럴 수 있는 존재이다.

물론 모든 실수가

뻔뻔한 자기 방어로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쉽게도 시간이라는 공간 안에서

지우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말자.


조금은 길게 보자.

오늘 하루 내가 넘어서는 크고 작은 산길들을

한 평생 차곡차곡 모아

마지막을 정리하는 그 날

지나온 길들을 모두 한번에 이어둔 채

살아온 만큼 먼 발치에서 바라본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선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의 걸음걸이가

모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다.

멋진 길이 아니어도

망설임없이

힘은 빼고

담담하게

뚜벅뚜벅

그저 열심히 걷자.

그렇게 겸손하자.

오늘하루

행복하게
 

작가의 이전글 안녕,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