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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Jun 22. 2024

하루에 몇 끼 드시나요?

그녀는 타고난(?), 아니 사랑꾼 요리사!

과도한 모성애인가, 나이팅게일 천사의 현신인가


퇴근 후 마주한 밥상. 저녁 먹고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 또 밥 먹고... 살이 빠질 틈이 없겠죠?

어느 때는 과도한 모성애의 소유자 같기도 하고, 가정적이고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이 걱정의 전부 같기도 한 사람. 바로 우리 어머니다!

이 매거진은 그런 어머니를 위해 만들었다. 먼 훗날, 어머니가 이 땅을 떠나면 그녀를 그리워하며 기억하기 위해 평소 어머니가 차린 수많은 반찬, 밥상, 먹거리를 찍어왔다.

그런데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하려면 언제 무슨 의미로 찍어둔 것인지 기억이 안 날 것 같아 오늘부터 당장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인정하든 안 하든, 이미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인간이기에 떠오르면 말보다 실천! 누구에게 자랑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평소 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처럼,

"그런 거 올리지 마라. 어머니 없는 사람들 서럽다."

를 몰라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곁에 이런 천사를 두었기에 나란 존재가 이 땅에서 무탈했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자료로 남기고자 하는 작업이다.

"알아요, 그래도 저도 힘을 얻어야지요!"

태산 같은 어머니인지라 남들 시선 상관없이, 쓰고 싶은 대로 사진 올리고 쓰려고 한다.


사진 속 사연


위에 올린 사진은 며칠 전 학원 수업을 끝내고 집에 들어서니 저렇게 차려져 있었다. 친구 세탁소에서 알바를 하는 어머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날 사온 식재료로 반찬을 만들기 시작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이거 고구마 줄기 맞죠?"

"응, 예전에 2천 원치가 요즘은 5천 원치이다. 너무 비싸다."


"이건 살구예요?"

"얻은 건데, 너 먹으라고."


색깔도 진짜 딱 살구색인 살구는 반으로 가르면 씨가 툭 튀어나오며 나비 모양이 된다. 털이 있는 과일에 알레르기가 있어 미리 물었다.

"털 없는 거 맞죠?"

"그래, 너 털 있는 거 못 먹잖아."

겉면에 붉은 점이 찍혀있고, 가벼운 힘만으로도 쉽게 쪼개지는 살구. 크기는 작아도 상큼하다. 침이 저절로 고인다.

사진처럼 반으로 갈라져서 액세서리 모양처럼 바뀐 모습이 재미나서 찍었다. 예전에 방문했던 어느 소품샵에서 온라인 이벤트를 하길래 당첨되어 받은 예쁜 종지에 담아 사진으로 기념한다.

가운데 몽톡한 씨앗이 몸통 같고 양 날개를 펼친 살구 나비가 되었다.

"오~ 살구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요?"





그사이 또 간식!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어머니 도착!

오자마자 또 가방을 열더니, 무언가 꺼낸다. 저녁 대용 도넛과 핫도그이다.

예전 스타일 핫도그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릴 적 추억 때문이다. 목욕하고 나와 어머니가 사주던 분식집 핫도그, 건강에 좋지는 않겠지만 예전 최애 간식이었던...

학원에서 퇴근하자마자 배고파서 허겁지겁 집에서 먹은 국수-식구들이 먹지 않고 남긴-를 잔반 처리하듯 계란프라이 하나 얹어 해치우고,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를 게눈 감추듯 먹은 뒤.

핫도그 하나, 깎아준 참외 몇 조각. 이러니 뱃살이 빠질 틈이 있나...

이렇게 하루에 세끼 아닌 여러 끼를 먹는 사람. 어머니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부엌에 서서 말을 하며 혼자 분주하시다.




텔레파시 통한 듯 도착한 감자 사건

위층에서 말없이 가져다 놓은 감자!

어느 분이 수미 감자를 부모님께서 농사짓는다고 하길래, 미리 주문해 놓았다. 어머니는 언제 오냐고 물었는데, 다음 주 월요일 발송이라니 그러냐고 하셨다.

하늘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기라도 하듯, 현관 앞에 놓여 있는 감자 꾸러미. 한 여름 산타가 다녀간 모양이다. 우리는 범인(?)을 안다. 바로 위층이다. 늦봄, 도시가스 공사건으로 충돌 아닌 의견 다툼이 있어 한 차례 진통을 겪은 터인데...

그래도 좋게 풀었고 예전부터 말없이 간식을 주고받았다. 어머니의 대화를 들은 것처럼 감자를 가져다 놓아서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 그 자체! 물론 주문해 둔 수미 감자는 때 되면 알아서 오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선물 같은 식재료이니 덩달아 감사.

이제 장마가 시작되었다. 후덥지근하고, 장마라서 그런지 며칠 전 극성이던 모기는 주춤. 그러나 공기는 무겁고 습하다.


오늘도 글을 썼으니 소임을 다했다 치고, 여름밤 정취에 젖어 저물어가는 하루를 만끽하련다. 선풍기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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