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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범 Jan 12. 2018

Dear my me

고시원 침대 위의 이 시간이 언젠가 설렘이 될까. 지금의 나를 그 언젠가의 나는 그리워하고, 또 부러워할까. 그건 질투가 될까, 아련한 슬픔이 될까. 정말 죽도록 돌아가고 싶은 꿈같은 장면은 아닐까.


그때의 내 나이는 몇 살일까. 삶에 치이다 못해 밑창이 너덜너덜 나가떨어진 모습으로 잠든 자식 앞에 무릎꿇은 40대일까. 담배로 끓는 가래를 눈치보며 뱉어 내고 있는 60대일까. 아직까지도 목구멍이 숨을 옮겨낸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있는 90대의 그 사람일까.


-그 사람에게

지금의 내 시간을 어디에 담아둬야 당신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 지금 꽤나 방탕하지만 그래서 젊은이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많이 지치고 쉽게 외롭습니다. 고시원 방은 좁습니다. 당신이 살아가는 그 집은 얼마나 더 넓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인정할만큼 넓은 집에 지낸다면 안심입니다. 하지만 그 넓은 집에서 당신은 분명 2017년의 당신이 살아낸 상도동 고시원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겠죠.


이곳의 작은 냉장고에는 지갑을 다 털어 어렵게 사들인 맥주 세 캔이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맥주 세 캔 정도는 쉽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까? 그렇다면 이 글을 쓰는 나를 부러워하십시오. 나는 오랜 머뭇거림 끝에 집어든 맥주 세 캔으로 세상을 다 얻었습니다. 당신의 젊음은 그렇게 쉽게 즐거울 수 있고 위로받고 있습니다.


그쪽 시간에서 당신은 위로를 받으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왠지 당신은 스스로부터도, 다른 누군가로부터도 위로받지 못한 채 속으로 울고 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가는 게 다 그렇다고 하던데 당신 역시 살아가는 아저씨가 되었나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계속 그렇게 살아가 주십시오. 당신의 젊음이 빛을 잃지 않도록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곳 고시원 방에서 또 하루를 살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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