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프로젝트 1주 차
올해 새로 알거나 느낀 것들
집 마당에 오랜 감나무가 두 그루 있다. 올 가을엔 어쩐 일로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열매가 안 열렸다. 여느 해보다 이른 추석 때문이었을까. 여름 내내 몰아친 태풍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열렸다 떨어진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아버지께 묻는다. 해에 따라 감이 열리고 열리지 않는 때가 있단다. 주기가 격년이냐고 물으니 그건 또 아니란다. 상황에 따라 나무가 스스로 결정을 한다고 한다. 내가 올해 처음 알게 된 것.
감이 열리지 않는 감나무를 보며 나는 이 나무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를 고민한다.
지난겨울부터 매주 녹음을 하러 간다. 한 시간 반 녹음을 하면 세 시간 넘게 그 목소리를 돌려 듣는다. 살면서 이렇게 내 목소리를 자주 들었던 적이 있나 싶다. 이어폰을 통해 나오는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어눌하다. 익숙한 듯 낯설다.
내 말버릇이 자꾸 귀에 걸린다. ‘사실’과 ‘약간’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이를테면 ‘사실 그 선수는 사실’이라거나 ‘약간 그 감독은 약간’이라는 식. 내가 올해 새삼 알게 된 것.
약간과 사실. 두 단어를 입으로 되뇌며 나는 내 말이 약간 사실이었는지, 약간 사실이 아니었는지를 고민한다.
알맹이 없이 겉도는 내 말이 감이 달리지 않은 감나무 같진 않았는지 잠시 돌아본다. 그리고 이내 잊는다. 여지없이 또 한 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