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호담서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담 Sep 07. 2023

북클럽을 한다고 사람이 변할까

개미의 발걸음처럼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

북클럽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하기도 바쁘다. 어떤 얘기가 오가도 '나는? 그렇다면 나는?'이란 생각에 빠져 사람들을 보지도 않고 오직 호스트의 말과 자기 내면에 축적될 보물에만 신경 쓴다. 사람들 얘기하는 동안 자기 생각에 빠져 있고 맥락을 놓친다. 그 상태를 지속적인 듣기와 질문, 연결 짓기 훈련으로 변화시키고 모두를 생각하는 언어가 깃들도록 훈련하는 곳이 호담서원이다.


극단적 협소시야에 빠져 있던 사람의 심리적 공간에 사회라는 것이 들어서게 되기까지 7년 이상이 걸리는 것 같다. 이마저도 정말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변화는 공동체의 경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책상머리에서 성장하는 것은 지적인 확장일 뿐. 자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6월부터 정말 이상하고 상상한 적도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멤버들이 나랑 똑같은 밀도의 집중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오프라인 멤버들은 단 한 명도 토론 시간에 자기만을 위한 사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전보다 덜 힘들고 멤버들은 나만큼 피곤해한다. 하하) 서로를 바라보며 얘기하고 직접 질문하고 분석한다. 이게 얼마나 경이로운 순간인지. 나는 안다. 한국사회에서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정말 바닥부터 시작한 사람들이 이렇게 공동체적 언어활동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이 사회적 존재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회의론자인 나조차 인정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밖에 없다. 사랑이다. 타인의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 나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걸 진심으로 믿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건 시혜적이거나 자기도취적인 조장자가 전시하는 희생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적인 욕망이다.


그런 마음이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기도 한다는 걸 8년 만에 처음 느끼고 있다. 사랑은 갈등과 고통을 포함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


북클럽 호담서원


매거진의 이전글 가르치려는 욕망과 배우려는 욕망의 충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