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앱 - FotoPlace
우선 초창기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의 FotoPlace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초기의 FotoPlace는 최근 버전에 비해 비교적 심플한 구성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 해서 단 순히 ‘심플’ 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때도 콘텐츠 자체가 뭔가 통일감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어떤 것은 이미지로만 보이고 어떤 것들은 블로그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초기에 FotoPlace가 자신의 메인 콘셉트를 명확히 하지 못해 그러한 상황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 컷 연출과 영화 촬영지 여행정보, 두개의 메인 테마를 같이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 서로 조화를 못 이루었던 것이다. 다행히 영화 컷을 콘셉트로 한 카메라 기능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앱 자체도 촬영지 정보보다는 카메라 기능에 훨씬 더 주목되어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의 영화 테마 버전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른 수많은 앱들과 마찬가지로 FotoPlace도 위챗의 모멘트에서 인기 정점을 찍고 나서는 사람들의 관심에 벗어나게 되면서 급격히 몰락을 하기 시작했다. 한창 인기가 치솟고 있을 때 엄청난 금액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풍족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FotoPlace의 몰락을 막을 수가 없었다. FotoPlace의 창시자 양류(杨柳)도 이후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구절절 이러저러한 이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큰 규모의 경쟁사에서 그들의 앱에 유사한 기능을 넣게 되면서 점점 FotoPlace만의 차별화 요소가 희미해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FotoPlace에서는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변화로 자신들만의 특징을 부각하여 다시 경쟁력을 되찾겠다고 했었다. 슬프게도 나는 바로 그 변화가 FotoPlace의 몰락을 가속화시킨 주범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FotoPlace에서 그러한 판단과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해 많이 아쉬울 뿐이다. 글의 앞부분에서 적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FotoPlace가 연출한 품위 있고 시적인 분위기의 영화 같은 이미지에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이후의 업데이트에서 FotoPlace는 점점 이상한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중 가장 큰 아쉬움으로 생각되는 것이 바로 ‘B급 정서의 유입’이다. 물론 현재 중국의 대중문화에서 B급 정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중국의 B급 정서에 관해서는 다음에 따로 하나의 주제로 준비해서 다룰 예정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FotoPlace의 슬로건처럼 우리는 모두가 왕가위이고 싶지 B급 정서나 영화와 연관성이 없는 것이 유입된 FotoPlace에는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최근 버전의 FotoPlace 모습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강한 영화적 이미지(16:9 비율의 영화 컷)는 많이 줄어든 상태이고 엽서카드와 같은 다른 양식의 이미지가 많이 늘어났다. 이미지들 자체로도 서로 너무나 다른 콘셉트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비율도 서로 다 다르게 나와 있어서 시각적으로도 너무나 혼잡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기존에 영화 콘셉트에 많이 집중된 카메라 기능으로는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런저런 새로운 카메라 기능을 추가한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만 잃게 되었다. 새로운 기능들도 오히려 기타 카메라 앱과 별반 차별화가 없어서 이용할 만한 가치를 잃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수직적인 강화가 아닌 수평적인 확장이 낳은 슬픈 결과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아쉬움을 표한다.
앱을 사용하면서 중간중간 나타나는 전혀 앱의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는 기능과 이미지들은 이미 혼잡할 대로 혼잡해진 앱의 사용경험을 최악으로 몰고 갔다. 현재 버전에서는 사라진 탄막(弹幕) 기능도 B급 정서 남용의 사례가 되겠다. 무언가 유행을 하고 있다 싶으면 전부 가져와 앱에 적용시킨 것은 FotoPlace제작팀의 큰 판단 실수인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FotoPlace에서는 특유의 품위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고 영화라는 자기만의 강력한 색깔마저 점점 희미해졌다. 더 이상 FotoPlace는 왕가위이고 싶은 사람들이 머물만한 곳이 아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초기의 FotoPlace를 사용해서 찍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폰에 남아있던 FotoPlace앱을 지우면서 이번 잡담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분량 조절 실패로 조금은 긴 잡담이 된 것 같아 다음 잡담에서는 분량 조절에 좀 더 신경을 써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 중국의 B급 정서 “에 관한 잡담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