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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Feb 07. 2024

문과 엄마의 이과 Lab 도전기

플러스 아이들 액티비티 고민


학교 일로 바빠 글을 잘 남기지를 못했다.

그런데도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참 감사하다.

항상 감사합니다 :)


늘 바쁘지만 특히 월요일이 바쁜데

나는 오전 오후로 수업이 빠듯하고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큰아이 피아노레슨,

둘째 하키 그룹 훈련이 있어


1호 실고 내리고

2호 실고 내리고 

1호 다시 픽업

2호 픽업


후다닥 미리 만들어둔 저녁 먹이고

1호 펜싱 훈련 데리고 가서 한 시간 대기

집에 돌아와 숙제 봐주기


화요일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 학교 연극 수업이 있어

늦게 마치기도 하고,

마치고서 악기 레슨도 가야 한다........



이렇듯 월화수목금 아이들 액티비티가 참 많은데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이 잘해서 시키느냐?

사실 뭐 하나 '크게' 잘하는 게 없다.


어쩌면 잘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나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건지,

어떤 것들은 평균적으로도 못하기도 하고..

혼란하다.


피아노 같은 경우는, 선생님께서도

아이에게 짜증이 묻어나시는데

진짜 그 모습을 보면 

속상한 아이를 내가 다독여야 하는데

나 자신도 너무 화가 나서 

아이에게 몇 번이나 화를 냈다.


너 이렇게 연습을 안 하는데 될 리가 있냐고.


근데 이 나이에 혼자 알아서 연습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

정신 차리라고 이 모지리 엄마야ㅠㅠ


첼로를 하는 녀석이 아직도

악보 보는 걸 헷갈려하고....

사실 첼로만 할 때는 괜찮았는데

피아노를 같이 하니까 헷갈려하는 거 같기도....


나를 닮아서 머리가 나쁘지

누구를 탓하겠냐

진짜 아둔하게 아이 탓 하는 모자란 엄마다.



미안함, 죄책감이 몰려오고

서로 행복하고 삶을 풍성하게 하고자 배우는

예체능인데 이렇게 성을 낼 거면 뭐 하러 배우나?


반대로, 뭐든 일정 경지에 오를 때까지

어찌 즐겁기만 하겠는가

시간 쪼개서 연습하고, 인내하고

싫은 모습 계속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발전하고.


그런 거 배우길 바라서 하는 거 아니었던가

하아.... 머리로는 알겠으나

악기 하는 거 보면 속에서 천불이 올라온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따라가는데,

물리에서 고비가 왔다.

일단 간단한 영어도 대충 해석해서

반대로 풀기도 하고....


제일 킹 받는 건 물리 실험 시험인데

뭐가 뭔지도 모르는데 

그냥 실험도구 냅다 갖다 놓고

나보고 실험하란다ㅠㅠ

가설도 나보고 세우란다


아니 연습을 하고 시험을 봐야 하는 거 아닌가?ㅠㅠ

그렇게 Lab Exam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

나만 절망적인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도 멘붕이었다며.


얘들아, 힘내자

우리 9월에 학교는 갈 수 있겠지?ㅠㅠ



내가 불쌍했는지

지난 학기 수학을 같이 들었던 

친구가 나에게 지난 학기에 물리를 들었다며

나에게 물리 노트를 주겠단다


고맙다!!!!!

근데 뭐 본다고 내가 알겠니?ㅠㅠ

진짜 근본적으로 머리가 나빠서ㅠㅠ


그러면서 나에게 대학교 가서 Cal1 수업 듣는데

또 다른 세계라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란다.


하아.............

그래, 이왕지사 인생 이렇게 제멋대로

게으르게 살아온 거,

대가를 치를 때가 온 거지 뭐.

미친년 널뛰기 하듯 

살아가야 할 시기가 도래하는구나...


Cal2도 들어야 하고

선형 대수학도 들어야 하는데

안 그래도 흰머리 많은데....


근데 수학은 양호하고

나 진짜 실험이 제일 싫다.

실험할 때는 긴장돼서 전 날 잠도 안 온다.

문돌이로 일평생을 살아와서

실험은 진짜 정신없고, 보고서 쓰는 것도 너무 힘들고....


너무 문과문과 여서

좁은 Flask에 딱 정량

용액 따르는 것도 덜덜덜이다.

도대체 입구 주둥이 왜 이렇게 좁은가요!!!!!!!!!!!!


또 보고서 표 만드는 것도

나는 헷갈린다.

올가나이즈 잘 안 되는 성격.


a

학교에서 시달리고 집에 돌아오면 

개인으로서의 나 자신, 학생에서 

우리 가족의 공공재인 엄마가 되어

다시 픽업 요정으로 변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애들 픽업도 다니고

액티비티도 다니고.


늦은 밤 아들은 하키 훈련 하고

늦은 밤 딸은 펜싱 훈련 하고.

애들이 힘들 법도 할 텐데

안 하겠다는 소리를 안 한다.......


안 한다고 하면 시간과 돈 에너지 

정말 많은 부분 우리 절약할 수 있을 텐데

다 재밌단다.....

열심히 하면 재밌다는 소리가 안 나올 텐데?

  



내가 1호 때문에 바빠 아빠에게

2호 숙제를 부탁하고 갔는데

역시 아빠가 뭘 알겠어?

아이들 공부에 대한 얄팍한 책임감 하고는!!!!!!!!!


숙제를  까먹은 거다

우리 학교는 굉장히 스트릭 한 학교라서

숙제를 안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학교다...

그걸 아침에 발견하고 시켰....


남편은 본인이 안 했으면

학교서 심하게 혼나야 한다는  스타일이고

나는 좀 애들 일을 나의 일처럼

안달복달하는 스타일이고...


스스로 하게 하는 거 맞는데.....

안 하면 본인이 혼나는 거 배워야 하는데

나는 왜 다 내려놓지를 못하니??



글처럼 숨넘어가듯 바쁜 일상이다.

조금씩 하나씩 더 내려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나도 나의 공부 열심히 하고

아이들도 엄마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아

알아서 잘할 수는 없겠니?


엄마도 헐랭

애들도 헐랭

칠푼이 팔푼이 겨루기 중이다



캐나다는 Lab  수업이 참 많은데

한국에서 그렇게 자주 해봤던가

혹은 단순한 실험 같은 거였던 거 같은데

여기는 과정도 Pre-Lab 할 때

주의 깊게 봐야 하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크다.


이론 수업은 크게 문제가 없는데

(물리 제외)

실험 수업이 정말 싫다.

가끔 실험 과정이 영어 모르는 단어가 없는데도

그 묘사가 잘 그려지지 않아 혼자 오류가 많다. 


또 화학은 재미있는데

물리는 견딜 수가 없다.

이건 암기력으로 해결 안 되고

'이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세상 만물 에너지와 힘의 이동을 이해하기에는

머리가 너무 나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본다.

문과 엄마의 이과 도전기,

앞으로 장밋빛 미래만 펼쳐지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함께

부디 이번만큼은 중도 포기 하지 않는 내가 되길 바라며

부끄럽지만 글로서 남겨본다.


공공재로서의 엄마 아빠 화이팅 넘치게,

하지만 오롯이 나 자신으로서의 삶도

잘 살아갈 수 있게 의지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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