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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을 Jun 08. 2016

#0 프롤로그

나를 찾아가는 음악

  나는 책을 읽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정말 많이 대는 주도적이지 못한 인간이기도 하다. 반면에 책 욕심은 참 많아서 지금도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 한 독서력으로 1년에 10여 권의 책을 사고 있으니 마음만 앞서는 사람인 것도 같다. 


  책을 직접 내 손으로 산 적이 별로 없는 내가 책을 사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인듯하다. 그때는 사실 책이라고 하긴 힘든, 동네 서점이나 문구점에서 팔던 노란색 가요 악보를 사곤 했었다. 저작권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있던, 편곡도 그저 그런 가요 악보를 사서 피아노로 치곤 했다. '여명의 눈동자' 주제음악을 500원 주고 사서 피아노로 쳐보고는, 내가 생각했던 소리가 나지 않음에 무척 실망하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사람의 곡들-맥가이버 주제곡, 리처드 클레이더만, 조지 윈스턴 등-을 구입해서 연주해보곤 했는데, 그게 나의 첫 서적(악보) 구매욕에 대한 표출이었다.


  하지만, 진짜 책을 사기 시작한 것은 대학 때부터다.  중고교 때처럼 참고서를 사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제를 사거나, 내가 알아서 필요한 악보를 사거나 관심분야의 책을 사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학 때 한 선배 형으로부터 매우 괴롭힘을 받던(받았다고 생각하던) 나는 어떻게 하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서점에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샀던 책이 바로 '선한 사람이 실패하는 9가지 이유'라는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고 꽤 큰 도움을 받았던지, 그다음부터 또 비슷한 처세술 류의 책을 사기 시작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으며 나름 큰 충격을 받았던 나는 그때부터 책의 효용성에 눈을 뜬 것 같다. 물론 책이 어떤 처세를 위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 이후 나의 관심은 온통 음악에 쏠려있었다. 특히 잡지 코너에서 관련 분야 책을 이 잡듯이 뒤져서 읽곤 했었다. 그때 주로 봤던 책이 객석, 더 피아노, 콰이어 앤 오르간 등등 이제는 잘 기억도 안나는 예술분야 책과 음반에 관련된 책이었다. 그리고, 책 보다 더 많이 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음반이다. CD 할인만 한다고 하면 돈을 털어서 음반점으로 달려가고, 할인코너에서 보물 찾기를 하듯이 음반을 뒤지곤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많은 음악가들을 통해 나의 마음속이 음악으로 가득히 채워졌던 것 같다.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자꾸 흐르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책 보다 음악을 더 많이 들은 사람이고, 그보다 작곡은 훨씬 더 조금 한 사람이고(대학 작곡과를 나왔지만), 전혀 해보지 않은 일 중에 한 가지가 바로 글을 쓰는 일이다. 가끔 나의 비밀 일기장이나 싸이월드 일기장에 질풍노도의 감정들을 싸질러가듯 쓴 것 외에는 글을 써본 일이라고는 대학교 리포트가 전부이거나 직장에 와서 적었던 생활기록부나 성적표 가정통신문이 전부다. 그런 내가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음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이를 먹은 만큼 생각이 늘었고,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발전한다는 언어지능이 그나마 조금 늘었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 정도 꼰대 짓을 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우연히 모교 학보사에서 글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고 음악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을 다른 이들과도 함께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눈다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나를 만들어준 여러 가지, 특히, 음악에 대한 글들을 차근차근 써가면서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비록 좋은 글을 처음부터 바로 쓸 수는 없더라도, 마음을 담아서 열심히 적다 보면 그 과정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 글을 읽는 사람이 무언가 느낄 수 있다면 참 행복한 일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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