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잡고 노트를 펼친다면
추워진 날씨 속 주말. 당신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먹고 싶은 음식 맛있게 먹고, 여전히 더 먹고 싶은 마음과 대립하다가 적당히 타협을 하다가도 음식을 잊어버리기도 했던 주말을 보내고 왔습니다.
다이어터, 폭식을 일삼는 이들에게 가장 힘든 날은 아무래도 금, 토, 일 주말이 껴있는 날 일 겁니다. 유지하며 사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당신에게도 유난히 마음의 위안을 주는 음식이 있을 테지요.
제가 초고도비만이었을 때 kfc징거버거와 김가네 김밥은 저의 베스트프렌드 이자 힐링 푸드였습니다.
30Kg 이상 감량하고 정상 체중에 머물러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습관을 바꾼 건 아니었으니까요. 이때는
달달한 초콜릿과 뚱바(바나나우유^^)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위로 푸드였습니다.
체중이 39kg까지 나가고 운동 중독에 살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는 탄수화물 중독 수준. 빵, 쿠키, 케이크 등의 디저트 탄수화물은 운동하고 식단만 챙기는 게 일상의 대부분이었던 고립된 시간 속 오아시스 같았습니다.
음식은 우리가 힘들 때 통해 위안이 됩니다. 하지만 앞서 드린 편지에도 말씀드렸듯이 양과 횟수, 빈도가 잦아지고 많아진다면 문제가 됩니다. 폭식도 나쁜 중독 중 하나입니다.
내 감정이 너무 힘들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엄두가 안 납니다. 대신 냉장고나 배달 앱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제가 출산 후 육아가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던 그 시기에 켰던 배달 어플 횟수를 앞으로도 능가할 수 없을 겁니다. 그만큼 저도 음식에 기대서 스트레스를 풀고 위안을 받고 싶었습니다.
힘들고 불안한 감정을 달래줄 수 있는 가장 빠른 해결책은 '음식'이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서 '진짜 해결'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 보니까 '가짜 해결'만을 찾아 헤맸던 겁니다.
저의 사고회로는 감정과 음식 사이에 너무 강력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던 겁니다. 저처럼 폭식과 비만에 시달리는 분들이라면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연결은 너무 강하고 본능적이라 끊어내 버리기는 힘듭니다.
대신 연결된 매듭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는 건 가능합니다. 방법은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노트에 적어보는 겁니다.
제가 요즘 빠져있던 드라마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입니다. 드라마에 대한 호평은 끝이 없을 것 같아 생략하고 내용 중 바로 이 노트 요법을 치료로 활용했던 장면이 있길래 동영상으로 찍어 봤습니다.
혹시 당신이 아이를 키우신다면 '메타인지'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내가 알고, 모르는 걸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아이가 학습할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합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것 같다는 건 모른다는 거지요. 이 메타인지가 아이 교육뿐 아니라 정신 치료에도 다이어트에도 폭식에서 벗어나는데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내가 지금 음식을 마구 먹고 있는 건 스트레스를 받아서 인 것 같아...'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는 건 모르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 장면 속 워킹맘으로 정신없이 지내고 살다 보니 기억력 상실과 우울증이 와버린 엄마가 등장합니다. 담당의는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을 놓고 노트 한 권과 펜 한 자루를 건네주며 자서전을 써보라고 합니다.
이 자서전은 거창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적고 그 일을 생각할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적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에 형광펜으로 색칠을 하라고 하지요.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노란색이 무수히 늘어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발견하는 워킹맘의 환자.
자신이 왜 이렇게 우울증과 건망증, 기억력 상실까지 겪게 된 것인지 원인을 알아가게 된 겁니다. 그리고 자신도 그간 눈치채지 못했던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됩니다.
기록이라고 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쉽게 말해 '대화'라고 해보면 어떨까요?
노트가 어렵다면 카톡에 나와의 대화가 있으니까요, 거기에 적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막연하게 대충 알고 있는 것 같다는 것과, 생각하고 쓰면서 알아내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쓰다 보면 결국 '방법'을 찾게 됩니다. 자기반성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엔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덜 먹을까?' 하는 것들로 자연스레 일기의 결론이 흐르기도 합니다.
저에게 코칭을 받았던 분들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려 보겠습니다.
단순히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는지, 어떤 것에 집착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찾아가게 되기도 합니다.
내 삶이 정리가 되지 않다 보니 괜스레 과자를 찾고 아이스크림을 찾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내 문제가 음식을 너무 먹어서, 체중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내 안의 어떤 감정, 정리되지 않은 삶 자체였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기록을 하는 것에 빠져들다 보면 여러 가지 부수적인 것들을 덤으로 얻어가기도 합니다.
체중감량은 너무 당연한 것이 돼버리고 다른 것들 예를 들면 자신감, 다이어트뿐 아니라 무엇이든 해낼 수 있겠다는 감정, 부지런함, 이런 것들이 독서나 공부, 새로운 운동 시작 등과 연결이 되기도 합니다.
음식에 집착했던 감정을 다른 것들 대체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분명 시간이 걸립니다. 음식에서 다른 것들로 대체하기까지 무수한 반복과 시행착오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경험치가 늘어갈수록 내 감정과 음식의 단단한 매듭은 조금씩 느슨해져 가겠지요.
폭식을 해대고 싶은 순간 감정을 적어보고 방법을 찾아봅니다. 그 방법이 반신욕, 마사지 팩, 영화 보기, 책 읽기, 잠 자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혼자서 풀어보는 방법이 먹히는 분들도 있지만 그 선에서 안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땐 타인의 위로나 공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늘 펜과 노트를 가지고 다닙니다. 물론 오늘 아침에도 노트를 펼쳤습니다.
지금 제 노트에는 전만큼은 아니지만 먹고 싶은 감정을 들여다보는 문장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도 노트와 펜을 들어보세요. 시작은 그거부터입니다.
[어제도 폭식했나요?]는 고도비만 이상, 폭식, 나쁜 식습관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쓰는 편지입니다.
88kg에서 44kg 덜어 낸 저의 지난 시간 속 같은 경험과 감정으로 오늘도 괴로워할 당신에게 작은 도움이나 위로, 결국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제 블로그에 오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ey_apr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