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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애 Dec 05. 2023

[어제도 폭식했나요?]다섯 번째 편지

나의 행복했던 요요 라이프 

Dear, 오늘도 먹고 싶은 음식 앞에서 의지력을 쓰느라 애쓰는 당신께. 


오늘은 제가 요요가 왔던 이야기를 드려보겠습니다. 


계속 빠른 시간에 30kg 이상 감량했던 '보기 좋은 신화'같은 이야기만 해드렸던 것 같더군요. ^^ 


저는 19kg가량이 2-3년 사이 찌는 요요가 왔습니다. 그중 13kg는 2년도 안 다니고 그만둔 인생 첫 직장에서, 나머지 6kg은 뉴욕에 2년 간 있었는데요 그중 1년도 안된 사이 불어버린 체중입니다. 


그런데 이 두 번의 요요는 (사실 쭉 이어져 살이 찐 거라 한 번의 요요라고 봐야 하지만 요요의 느낌과 이유는 정확히 달라서 구분을 해봤습니다) 



나의 첫 번째 요요_남 눈치


첫 번째 요요는 빠른 다이어트로 살을 쫙 빼고 난 후 보기 좋게 원하는 직장에서 일을 했던 사회 초년생 때였습니다.  


"첫 직장에 입사해 명함을 얻었다. 그리고 나는 요요로 13kg도 얻었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때 급격히 체중이 늘었던 이유는 많은 업무와 거절하지 못하고 남 눈치만 봤던 저의 지나친 배려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게 되었습니다. 



남을 너무 배려하다 보니까 일단은 거절을 못합니다. 


남을 너무 배려하다 보니까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게 됩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과 같겠지요. 


남을 너무 배려하다 보니까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거나 거절을 당하는 순간 제 자신이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탁을 하고, 거절을 당하는 것도 부끄러워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이 주는 스트레스를 모두 흡수해 버렸고, 시키는 대로 일을 다 했고, 운동도 식단도 포기한 채 직상 선배들에게 맞추는 삶을 살았던 겁니다. 


주말 동안 2kg쯤 불어나는 건 치킨을 시켜 먹는 것만이나 쉬웠습니다.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도살장에 끌려가듯 출근하는 월요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저와 한 몸인 듯 파고들었고, 저는 거기에 흡수되어 제 육체와 정신에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야금야금 요요가 왔습니다. 


당사 뼈저리게 느낀 게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이렇게나 무섭다는 것과 회사 내 인간관계는 다 한 때라는 겁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끝날 관계인데 왜 그렇게 눈치를 보고, 지나치게 배려하느라 전전긍긍했던 건지... 


제 건강을 망치고 체중이 불어나면서까지 저를 망가뜨릴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나의 행복한 두 번째 요요_배려하지 않는 마음.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로웠던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살이 쪄서 만사 짜증이 났고, 이 지긋한 조직 생활에서 잠시나마 떨어져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기로 마음을 먹었던 겁니다. 


요요가 온 체중 그대로 떠났습니다. 


뉴욕은 한국보다 더 맛있는 정크푸드가 넘쳐났습니다^^ 베이글은 또 어떤가요- 이렇게 맛있는 베이글이 있구나 하면서 와구와구 매일 아침 참새방앗간처럼 베이글 트럭 앞에서 베이글을 받아갔습니다. 


입은 즐거웠지만, 당연히 먹은 만큼 살은 더 쪘습니다. 결국 50kg대 체중은 앞자리가 두 번 바뀌어 7이 되었고, 보기만 해도 무거운 숫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이었지만 직장생활에서 느꼈던 요요의 감정과는 달리 제 마음을 너무도 가벼워져 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남을 배려하지 않고 살았던 시간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옷을 입고 다니든, 제가 살이 쪘든 안 쪘든 어디든 들어가면 제가 입을 수 있는 옷을 살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정크푸드를 실컷 먹고 나면 신나게 걸었습니다. 걷다 보면 생각이 났습니다. 


'난 그때 왜 그렇게 예민했을까?', '왜 그 순간 참기만 했을까?', '왜 그렇게 남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참기만 했을까?'


사회생활을 해야 밥그릇을 채울 수 있다는 처절함에서 시작했던 다이어트였고, 그 다이어트에 성공해 회사를 입사했지만, 결국 저는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남에 의해 행복해지고, 남에 의해 힘들어지는 사람', '타인에게 휘둘리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다리가 엄청 아파올 만큼 뉴욕 거리를 걷고 나면 깨끗하게 여과된 물처럼 잡생각이 투명해지면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에도 일어나 또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걷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걷다 보면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됩니다. 당시에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가 지금 살이 쪘어도 행복한 이유가 뭐지?


그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고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두 발로 힘차게 움직이며 살아서였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도 찾아갔습니다. 


'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남한테 내 감정을 휘둘리지 말고, 남 눈치 좀 보지 말고 살아야겠다'고요. 



당신도 지나친 배려주의자인가요?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눈치를 보다 보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거절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분명 다이어트를 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야,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해', '이거 한 입만 먹어봐'식의 제안은 상대방은 그저 아무 의도 없이 그냥 내뱉은 한 마디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순간 거절하지 못하고 그냥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저도 그럴 때가 자주 있습니다. 특히 남편의 제안이요.  


코칭을 하다 보면 엄마가, 남편이, 여자친구가, 직장 상사가 제안하는 음식이나 간식을 거절하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이제부터는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기 전에 당신의 주도권을 찾아와야 합니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니까 남의 제안에 따라먹고, 안 먹고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결정을 하는 겁니다. 


여기서 더 주도적인 감정을 느끼려면 '다이어트해서 못 먹어'가 아니라 '내가 먹기 싫어서 안 먹어'라고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됩니다. 


지금은 먹기 싫으니까 내일 먹는 걸로 살짝 미뤄두는 방법도 좋습니다. 


내가 음식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하는 '거절의 경험' 쌓여갈수록 당신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겁니다. 살이 찌고, 요요가 와서 행복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요요가 와도 행복할 수 있었듯이 조건 없이 순수한 행복을 느껴보시는 경험을 쌓아가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당신이 어떤 것에 대해 단호한 거절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낸다면 좋겠습니다. 





[어제도 폭식했나요?]는 고도비만 이상, 폭식, 나쁜 식습관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쓰는 편지입니다.


88kg에서 44kg 덜어 낸 저의 지난 시간 속 같은 경험과 감정으로 오늘도 괴로워할 당신에게 작은 도움이나 위로, 결국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제 블로그에 오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ey_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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