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거나 읽기 힘든 뉴스 주제가 있나요?
저는 가장 괴로운 주제가 영유아 학대, 가정 폭력,
동물 학대처럼 같은 생명이 생명에게
폭력을 가하는 잔인한 이야기들이요.
분노가 차올라서 며칠 잠을 잘 못 자요.
특히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이런 뉴스는
차마 끝까지 읽을 용기가 안 납니다.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국민 청원 사이트에다 처벌에 동의한다고
서명하는 것밖에는 없어요.
그거라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하는
제가 처음에는 대견하더군요.
그런데 점점 저 자신에게 죽도록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고요?
남이 남에게 가하는 폭력에는 이토록 흥분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애쓰면서
오랜시간 내 몸에 스스로 휘둘렀던 ‘조용한 폭력’에는
여전히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이거야말로 완벽한 유죄.
“너에게 저지른 죄가 무엇이냐?”
고 묻는다면 이거예요.
고도 비만으로 살았을 때 스트레스성 폭식은
어쩌다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었습니다.
살을 빼면 괜찮아질 줄 알았거든요.
살을 빼고, 요요도 겪었고, 몸무게가 정상 범위에서
안정을 찾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정했던 건 마음이었습니다.
말랐던 시기에도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에서 넘어올 정도로 음식물을 집어넣었고,
정확한 이유도 없이 그냥 마음이 헛헛하고
외롭다는 생각에 음식에 기대며 살았습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면 불안함을
달달한 음식으로 덮어버리고,
짜증이 나면 기름진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기름범벅하며
내 감정을 숨기고 살았습니다.
먹고 나서 후회하는 짓을 끝없이 반복했어요.
무식해 보이지만 자꾸만 하게 되는 이 무한 반복이
결혼하고 안정적으로 살게 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아니더군요.
종일 혼자 육아를 하게 되니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주변에서는 엄마가 잘 먹어야 한다고.
자꾸만 잘 챙겨먹으래요.
아이가 밤에 잠들고나면
종일 아이에게만 향해있던 내 육체와 정신을
야식과 술로 달래느라 바빴어요.
이게 육아만 해당되겠습니까.
왜냐하면 육아가 없던 시절의 저에게도
이같은 폭력은 계속 있었거든요.
일이든, 공부든, 인간관계든.
삶은 종일 무언가에 시달렸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이걸 ‘보상’이라고 써놓고선
결국 나의 몸에 ‘조용한 폭력’을
가하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많이 먹는것만 폭력은 아닙니다.
빨리 살을빼고 싶은마음에
극도로 칼로리를 제한하고 절식하는
행동도 비슷합니다.
코칭을 하다보면 코칭을 받기 전에
지나친 절식으로 오랜시간 폭력을 휘두르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이런 방법으로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개미 눈곱만큼 먹고, 씹다가 뱉으면서
살을 빠른 속도로 뺐지요.
하지만 지나치게 억누른 식욕은
몸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가 폭식하는 그 순간을’요......ㅜㅜ
결국, 정해진 결말 요요가 찾아옵니다.
저도 이런 순서로 요요가 왔거든요.
요요만 찾아오면 다행입니다.
위는 줄었다가 늘었다가를 반복하니
소화나 흡수가 제대로 될리가 없구요.
영양이 부족하니 자주 어지럽고
탈모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면역력은 떨어지니 감기는 수시로 걸리고,
여자라면 생리불순 등 몸 여기저기에 빨간불이 들어오겠죠.
이뿐이겠어요.
다이어터라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치팅데이’는 또 어때요.
이날이 찾아오면 몸의 내장기관들은
그야말로 축제입니다.
한동안 굶주렸던 몸이 참았던 음식을 먹으니
몸 여기저기서 순식간에 영양분을 흡수해버리겠죠.
소화도 해야 하는데,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영양분이니까
몸 구석구석 저장하느라 바쁩니다.
굶주리고,과식하고,폭식해도
그와중에 우리몸은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습니다.
소화하기, 흡수하기, 저장하기, 배출하기.
너무 안쓰럽지않나요.
종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해내느라
지쳤을 내 몸이 원 하는 건 휴식이었을 텐데
‘먹어라, 더 먹어라, 소화 시켜라, 흡수 해라, 배출시켜라’
우리는 쉴틈없이 일을 시키고있잖아요.
우리 몸에 스스로 저질렀던
조용한 폭력에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내 몸아 그동안 너무 미안했어.
내가 앞으로는 네가 정말 원하는 걸 해줄게”라고요.
민망하면 마음속으로라도 이야기해보세요.
사과는 진심으로 하면 통한다잖아요.
우리 몸이 진짜 기특하고 감사한게요
몸은 아무리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 만큼 꾹 참고
인내하고 기다려준다는 겁니다.
그러다 가끔 한 번씩 신호를 줍니다.
‘나 힘들어... 내 이야기 좀 들어줘.’라고.
그런데 우리는 그 신호도 별거 아니라고
무시해버리곤 하지요.
몸은 오랜 시간 참아주지만
단번에 ‘나 더이상은 못 해’ 하며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말해 한 방에 훅 간다고도 하잖아요.
사랑도 일도 건강도
타이밍을 놓치면 되돌리기 힘듭니다.
너무 늦지 않게 나중에 더 후회하지 않도록
우리 몸에 휘두르고 있는 폭력부터 멈춰봅시다.
내 마음은 내 몸이 하는 말을
충분히 들을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