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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애 Nov 28. 2023

[어제도 폭식했나요?] 첫 번째 편지

Dear. 오늘도 다이어트로 힘들어하는 당신께


Dear. 오늘도 다이어트로 힘들어하는 당신께



과식이나 폭식을 한 다음 날 아침은 마음이 불안과 짜증으로 가득해집니다.



그래도 하루는 시작했고, 출근을 안 할 수도, 마음대로 육아와 살림을 쉴 수도 없습니다.



잔뜩 무거워진 몸과 터질듯한 갑갑한 마음을 가진 채 생활하고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하지요.



이유는 당신이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과식이나 폭식, 야식을 한 다음 날 아침 이렇게 합니다.



"당연히 체중은 늘었어. 내 인생 전체를 두고 보자.

고작 하루였어. 이 하루가 이틀 삼일이 되지 않게만 하자. 그러니까 두려워도 체중계 위에 올라가자.

고작 체중 좀 는 거 가주고 이러지 말자. 걱정할 필요 없어. 괜찮아. 나는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야. 나는 그런 사람이야."



이렇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무조건 자기 스스로를 믿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고, 나는 여기서 멈춰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해 버립니다.



주문을 외우둣 반복합니다.






연말 시즌의 주말은 저에게도 굉장히 긴장이 되는 시간입니다.



너무 잦은 약속과 가족 모임, 여행 등 축제의 연속이니까요.



지난 주말은 친정 가족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뷔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뭐 하나 딱히 맛있다고 기억에 남는 게 없어서, 제 입에 이것저것 넣고 나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하루를 보내게 돼서입니다.



조금 긴 공복을 가진 채 모임을 나간 터라 뭐는 먹어야겠고, 여러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이 챙기고, 이것저것 챙기며 먹다 보면



내 입에 지금 어떤 음식이 얼마큼 들어가는지 인지하며 먹기가 참 어렵거든요..



이런 식사는 늘 만족스럽지 못한 만복감을 불러오더라고요..



만족하지 못한 내 식욕은 이런저런 음식을 깨작깨작 먹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의 야식 메뉴를 제가 탐하여 먹는 상황에 가기도 합니다.



체중은 정직하지요. 900그램이 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다시 돌려놨습니다.)

이런 순간이 저에게도 종종 찾아옵니다.




체중계 위에 올라가기 싫고, 사실은 전부 놓아 버리고 싶지만 입술 꽉 깨물고 '내 몸은 내가 컨트롤한다,나는 다시 그런 사람이야' 중얼거리는 겁니다.




<다이어트에 진심입니다>의 처절하고도 리얼한 부제(150cm 88kg 여자가 44kg을 덜어내고 얻은 것들) 책 덕분에 아직도 제가 해왔던 고민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어디서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무려 ‘생초보’ 작가의다이어트 성장 에세이를 보면서 너무 솔직하게 다 털어놓은 이야기에 누군가는 위로, 공감, 동기부여가 되고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와 대단하다, 역시 이 정도는 해야 빼는구나’라며 딴 세상 사람의 이야기처럼 들렸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후기는 저에게 참 고맙고, 힘이 됩니다.



반면에 이런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내 글을 읽은 독자분은 그 이후에 어떤 걸 실천하셨을까? 그냥 고개만 끄덕이다가 아무것도 안한 채 또 고민만 하며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아직도 꾸준하게 새로운 독자를 만나고 있는 제 첫 책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다이어트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백, 수천, 수만 개가 나올 겁니다.



SNS, TV에서 다이어트 성공했다고 나오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나도 저렇게 하면 저 사람처럼 기적적인 감량을 할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합니다.



저에게 코칭을 받으시는 분들도 종종 "6개월간 30kg 감량 어떻게 하셨어요?" 슬며시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물어보시면 (잘못된 방법이었지만) 말씀은 해드리지만 그 방향으로 코칭은 해드리지 않는다고 답을 드립니다.



다이어트 성공 스토리에 나온 사람처럼 해도 그렇게살이 빠지기는 힘드니까요.



이것저것 다이어트 보조 식품도 따라 먹어보고, 무슨 운동이 살 빠지는데 직방이라고 해서 따라 해봐도 그 사람처럼 쭉쭉 안 빠집니다. 아니 빠지더라도 그만한 운동량을 이어가지 못하면 다시 찝니다.



음, 그리고 미디어 라는 게.. 성공한 이야기만 보여주는 거지. 실패하고 허구한 날 요요 오고, 폭식에 시달리는 우리 같은 사람들 이야기는 안 나오니까요.



우리처럼 잘 안 빠지고, 더디게 빠지는 게 정상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은 길잖아요.



그 긴 시간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을 겪고 살아갈까요...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도 많을 거고, 자의든 타의든 내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을 겁니다.



어느 상황에도 당신이 지켜갈 수 있는 최소한의 건강한 생활 습관, 루틴.

그게 평생 살 안 찌고. 혹여 찌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있는 방법입니다.




남들이 어떻게 살을 뺐건, 무슨 식단으로 감량을 했든 그건 그 사람의 이야기 일뿐.


빠르게 체중계 숫자를 줄일 생각만 집착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비우고, 잘 자고, 자주 움직일지에 더 집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했다가 요요가 왔다가 폭식을 했다가 다시 다이어트를  했다가...



이런 반복을 해온 날을 뒤돌아보면..



생각한 대로 다이어트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별거 없었을 겁니다.



그 이유는 내가 가지고 살고 있는 그 나쁜 습관 하나, 건강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빼지 않고 빠른 비정상적인 방법만 찾아왔다는 것.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맞는 방법을 택했다면 어쩌면 지금 당신은 다이어트의 강박, 고민에서 벗어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찾고 있던 빠른 방법은 결과적으로는 더 느린 방법이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이제 여유를 가지고 쉽고 내 몸과 마음이 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봅시다.



인생길잖아요.



그리고 당신도 저처럼 주문을 외우는 겁니다.



'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평생 사는 사람이다. 조금 찌더라도 다시 돌릴 수 있는 사람이다.나는 하는 사람이다.'라고.





[어제도 폭식했나요?]는 고도비만 이상, 폭식, 나쁜 식습관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쓰는 편지 입니다.



저와 같은 경험으로 오늘도 괴로워할 당신에게 작은 도움이나 위로, 결국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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