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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애 Nov 29. 2023

[어제도 폭식했나요?] 두 번째 편지

나만 생각할 것, 무조건 쉽게. 계속.

저는 스무 살이 되었을 때 88kg라는 체중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키는 150cm에 불과했으니 이 작은 키에 이 어마무시한 체중을 그야말로 제 몸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책에도 썼듯이 제가 이 악물고 살을 빼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사건의 시작은 아르바이트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뚱뚱하니까 나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이러다 사람 구실도 못 하고 살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러니까 독하게 마음먹을 수밖에 없던 겁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려면, 용돈 벌이라도 하고 살려면 살을 빼야 한다는 간절함은 있었습니다만, 거기에 가장 중요한 ‘나’는 없었습니다.


그저 ‘남’, ‘사회’가 기준이 된 겁니다. 죽도록 노력해서 30kg가량을 1년도 훨씬 안 걸려 뺐어요. 휴학까지 하고 절친 한 명도 만나지 않은 채 은둔하며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했지요.


어떻게 뺐는지 또 궁금하시겠지요?^^

지독하게 절식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유산소 운동을 했습니다. 제 몸이, 마음이 어떤 걸 원하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오로지 다이어트, 체중 감량만 머릿속에 새겨두고 그거만 바라보고 돌진한 거죠. 무식하게. 독하게. 무진장 애를 쓰면서요.


당연히 요요가 왔습니다.

이유는 너무 무리했고, 비정상적인 방법이었고, 타인의 시선이 기준이었기 때문에요.


제가 했던 다이어트 방법은 그저 체중계 숫자를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던 겁니다.

결국 '생활', '내 라이프스타일', '내 습관'이 되지는 못한 거지요.

제가 정해둔 숫자에 이르자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무장해제 돼버렸던 겁니다.



당신도 혹시 살을 '빨리 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나요?


내 몸을 건강하게 돌봐야겠다는 생각보다 이 두터운 뱃살을 도려내버리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빨리 살을 빼버리고 싶다'는 조바심.


이런 조바심과 불안은 내 기준이 '타인'을 향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살을 빼고 싶고, 체중을 어느 목표까지 줄여야겠다는 모든 이유는 '나'에게서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저처럼 비정상적인 방법, 무조건 빨리 체중계 숫자를 줄이기에만 집착하는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마 제가 이렇게 당신에게 말을 해도 아마 당신은 '아 건강 그런 거 모르겠고 일단 살부터 좀 빼고 싶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앞서 보내드린 편지에서 말씀드렸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렇게 찾고 있던 빠른 방법은 결과적으로는 더 느린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요.

비정상적인 '빠른' 방법 -> 감량 -> 폭식 -> 요요 -> 다시 다이어트..

이런 굴레를 당신은 몇 바퀴 째 돌고 있을까요?


저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데 10여 년은 걸렸네요.^^


당신도 요요가 왔거나 연중무휴 다이어트 중인가요? 하다가 조금 안 되는 '나는 안 되네' '난 의지력이 부족하네' ‘난 왜 이렇게 살이 안 빠지는 걸까’라면서 스스로 무슨 하자가 있는 사람인 것 같이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됩니다. 당신 탓으로 돌리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나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탓이 아니니까요.


당신의 실수가 있다면 너무 죽어라 힘들게 다이어트를 했다는 겁니다.


다이어트하는데 먹고 싶은 것 못 참고 먹게 되면 자기는 말로만 다이어트한다고 하며 '아가리어터'라는 단어로 스스로 비하해 표현하는 신조어를 쓰고 있나요? 먹고 싶은 거 먹는 게 그렇게 스스로 비하할 일인가요? 뭐 죽을죄 지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우리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실수가 있다면 먹고 싶은 걸 너무 참고 안 먹었다는 겁니다.


'나만 생각할 것, 무조건 쉽게. 계속'


특별할 것 없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거 외에 다른 답은 없다는 걸 당신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이 메시지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저도 축제가 이어지는 날 체중이 늘어나면 조급함이 엄두해 오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 말을 마음에 품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계속.



[어제도 폭식했나요?]는 고도비만 이상, 폭식, 나쁜 식습관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쓰는 편지 입니다.


저와 같은 경험으로 오늘도 괴로워할 당신에게 작은 도움이나 위로, 결국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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