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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면을좋아하는타입 Nov 06. 2018

덕질은 생각보다 유용하다

나의 덕질 계보

나는 덕질을 적극 권장하는 편이다. 사촌동생이 방탄소년단 덕질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방탄소년단 교통카드를 종류 별로 다 사다주기도 했고, 여동생이 엑소 덕질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함께 엑소 멤버 얼굴로 피포 페인팅을 하기도 했다. 또, 남동생이 트와이스 팬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트와이스 구경하라고 MMA 티켓을 공수해주기도 했다. 내가 살면서 해 온 덕질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서!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득을 많이 남겼다. 늘 혼자 속으로 생각하면서 만족했는데, 기록 차원에서 글로 남겨두어야겠다.


H.O.T.

내 덕질의 시초는 H.O.T.다. 사실 친구들이 다 좋아해서 나도 좋아하게 됨+문희준이 너무 웃겨서 좋아하게 되었다. 아직 어릴 때라 엄청나게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나름 ‘다섯전사 H.O.T.’라고 내 친구들 밖에 방문자가 없었던 팬사이트도 만들었다. 또래 친구들이랑 더 효과적으로 어울리는 수단으로 좋아했던 것 같다.

덕질하며 얻은 것 :
홈페이지 제작 능력, 축전 만드느라 포토샵을 익힘, 랩 따라 하느라 랩 실력이 늚


god

‘재민이의 육아일기’를 보다가 빠져버렸다. 손호영이랑 윤계상 중에 누가 더 좋은지 늘 고민해서, 누가 최애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했다. 어느 날은 손호영이라고 했다가, 어느 날은 윤계상이라고 했다가. 아무튼 둘 다 엄청 좋아했다.(아직도 둘 중에 누가 더 좋은지 모르겠다) 매일 사진 찾아보고, 노래 찾아듣고, 나오는 방송 찾아보고. 거기다 2차 창작물에 빠져서 팬픽도 엄청 봤다. 어디 나가서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진 않지만, 나는 안다. 팬픽을 많이 읽은 게 내 독해 실력과 작문 실력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덕질하며 얻은 것 :
팬픽 많이 읽어서 독해 실력이 늚


황제의 딸

사실 황제의 딸은 나 뿐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다 빠져있었다. 여동생이랑 둘이서 누가 제비를 하고, 누가 자미를 할 지 한참 고민했는데, 내가 언니니까 내가 자미를 맡기로 했다. 우리 아빠는 황제 흉내를 냈다. 어릴 때 쓰던 다이어리에 황제의 딸 등장인물들의 본명, 나이, 필모 등의 프로필을 친구들과 함께 옮겨적기도 했다. 도대체 그 중국어는 누가 해석했던 걸까? 아무튼 한때는 itv 웹 사이트에 접속해서 황제의 딸(+황제의 딸 주인공들이 등장하던 다른 중국 드라마) ost 가사와 노래를 다운 받아 듣고 따라 부르곤 했다.

덕질하며 얻은 것 :
아주 간단한 중국어, 중국어 노래 실력, 조미공주 유붕왕자 팬픽 쓰느라 작문 실력이 늚


베이비복스

베이비복스는 정말 내가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나는 H.O.T팬이기 때문이다. 문희준과 간미연의 열애설로 처음에는 이유없이 적대감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하교하고 집에 왔는데, 엄마 친구들이 모여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러다 베이비복스 얘기가 나와서 내가 버럭하면서 베이비복스 욕을 했는데. 이모들이 “왜? 난 베이비복스 키도 크고 예쁘고 노래도 잘해서 좋은데?”라고 대답을 해서 당황했다. 아무튼 나는 싫다고 방으로 쌩 들어와서 베이비복스에 대해서 검색해보면서 화를 냈다. ‘뭐 얼마나 예쁘고 잘하는지 두고보자’는 생각으로 티비에 나올 때도 눈을 크게 뜨고 베이비복스를 봤다. 그리고 팬이 되어버렸다. 특히, 간미연에게 빠졌다. 역시 안티팬이 하는 짓도 사실 팬이 하는 짓이랑 똑같다더니. 그 날로 베이비복스는 우리 언니들이 되었다.

덕질하며 얻은 것 :
노래 따라 부르느라 노래 실력이 늚, 춤 따라 추느라 춤 실력이 늚


프렌즈

고3 시절 여름방학 때였다. 정말 뜬금없이 프렌즈에 빠져서 시즌1부터 10까지 다 봤다. 학교에서도 틈틈이 보고, 집에서도 밤새 보고. 공부도 안 하고 프렌즈만 봤다. 엄마 아빠는 ‘수능 스트레스 쟤가 드디어 미쳐버렸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너무 불쌍해서 잔소리도 안 했다고. 그리고 그 해 9월 모의고사 때, 외국어 영역 듣기 평가를 하는데 영어가 귀에 너무 잘 들어오는 거다. 원래 다른 점수는 괜찮은데, 듣기 점수가 무지하게 안 나왔기 때문에 영어 점수가 미친듯이 올랐다. 딱히 영어 공부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서, 자막도 다 한글자막으로만 봤는데 개이득이었다.

덕질하며 얻은 것 :
수능 영어 듣기 평가 만점 받음, 고등학교 졸업하고 영문과 옴


그 외에도 영드 스킨스를 보면서 영국 욕을 많이 알게 되었고, 뜬금없이 MBTI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다비치 노래에 빠지면서 여동생과 다비치 노래 화음 쌓는 연습을 해서 노래 실력이 늘었다^^… 덕질이 얼마나 유용한 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잘한 잡지식도 늘고, 인터넷이나 최신문물 활용 능력도 굉장히 좋아진다. 게다가 덕질을 하게 되면 남들보다 좀 더 유행이나 신조어에 빠삭해져서 트렌디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내 주변 덕후들 다 트렌디함).  아직 별 생각은 없지만, 나중에 혹시나 자식을 낳게 된다면 꼭 덕질을 적극권장할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희노애락을 다 느낄 수 있고, 감상이나 생각도 많아져서, 정신건강에도 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꺌꺌.


P.S. 현재는 하나에 꽂혀있진 않고, 이것저것 잡스럽게 다 좋아하는 잡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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