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Calm and Travel On
그렇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일도 일반화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먼 곳에서 북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것이 나로 하여금 서둘러 여행을 떠나게 만든 유일한 진짜 이유처럼 생각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中
끊이지 않는 역마살 속에서 살지만, 이 먼 북소리는 언제든 들려온다.
현실도피를 어줍지 않게 표현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다.
그냥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자꾸만 드는 거다.
일상과 여행 사이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사는 건 불가능한 걸까.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 것 같은데, 나에겐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 북소리가 일상의 연료이자 탈출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은 홀린 듯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를 따라 길을 나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