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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ekick Jun 16. 2016

콜드플레이 그리고 브릿팝

A Head Full of Dreams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다녀왔다.


A Head Full of Dreams라는 이름을 내걸고 월드투어를 하는 그들이 고향인 런던, 그것도 영국 축구의 성지라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 공연인지라 안 가고는 못 배길 것 같은 그런 공연이었다.


스탠딩 섹션으로 표를 구하려고 하다가 몇 년 전 갔던 송도 펜타포트의 악몽(?)이 살짝 떠올라 소심하게 관중석 자리를 구했는데, 시간과 체력의 여유만 있었다면 -공연 당일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 스탠딩도 좋았겠다 싶었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 역시 집만 한 곳이 없네요"라는 한마디와 함께 공연을 시작하고는 영국 국기 유니온 잭을 허리춤에 걸쳐 메고 무대 위를 열정적으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크리스 마틴은 정말 콜드플레이의 고향인 런던에 온 게 행복해 보였다.

 크리스 마틴과 유니온잭 (출처: 구글)

두말할나위 없이 "죽여줬던" 공연이었다.  언제나 형형색색의 불빛들로 장식되기로 유명한 그들의 공연이지만, Yellow를 부를 땐 공연 전 나누어준 팔찌에서 노란 불빛이 나와서 공연장이 온통 노란 불빛으로 물들어서 정말이지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와이프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Viva la Vida 가 나왔을 땐 둘 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기도 했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들의 노래들이기도 했다.


무하마드 알리의 젊은 시절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 커버곡을 부르며 록의 전설을 기리기도 하며, 며칠 전 일어난 올랜도 총격사건을 추모하며 See you soon을 담담하게 불러젖혔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던 웸블리 (출처: 콜드플레이 트위터)


그들의 공연을 처음 갔던 건 벌써 7년 전인 2009년 5월 버지니아의 Nissan  Pavilion Center라는 곳이었는데, 특이하게도 공연장 뒤쪽에 있는 잔디밭에 담요를 깔고 앉아서 감상했더랬다.

그때의 감동을 되살리고 싶어서 이번 공연을 찾은 거였는데, 역시나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싸이에서 끄집어낸 추억의 순간들 몇 장..

2009년 초여름 노을지는 풍경과 함께 한 콜드플레이
그때도 참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웠던 공연이었다.
공연말미에는 잔디밭의 작은 스테이지에서 나타나 코앞에서 그들을 보기도 했다


어제 공연의 셋 리스트 - 친절하게도 각 노래의 링크들도 함께 있다.




공연이 끝나고 벅찬 가슴으로 감동을 삭히며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와이프와 함께 밴드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불빛이 나오던 팔찌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얘기를 나누며, '다음은 누구 공연을 가지?' 라며 우리가 좋아라 하는 외국가수들을 떠올려보았다. (지지난달에 뮤즈의 공연을 갈려다 안 가고 콜드플레이에 올인한 게 많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외국의 팝 밴드들이 주는 감동은 무엇인가 분명히 다른 느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Viva la Vida를 처음 들었을 때는, '아니 뭐 이런 괴물 같은 노래가 다 있나' 싶었고 그 전에도 그런 느낌들이 분명히 있었으니 말이다.


어렸을 적 나름 즐겨 들었던 팝송이라고는 디즈니의 OST라던가,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나 에릭 클랩튼의 테잌미 홈 컨츄리로드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중고딩시절, 일명 '구루마'에서 팔던 한국 가요 베스트 모음집만 듣던 나에게 사촌 형은 나에게 씨디 한 장을 줬는데 거기엔 BRIT POP이라고 쓰여있었고, 그 속엔 나에게도 생소하기만 했던, Radiohead, U2, Oasis, Verve, Blur 등의 노래들이 있었다.  영어를 전혀 못하던 시절이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멜로디가 주는 느낌만으로도 푹 빠지게 되었다.


Verve - Bittersweet Symphony .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이란.


그렇다고 이들의 노래가 우리나라의 가요들보다 더 낫다고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월남국수, 치킨 마살라, 팟타이가 맛나지만 그렇다고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의 맛이 실추되는 게 아니듯 말이다. (그래도 해장으로 월남국수 먹었을 때의 맛은 감동이다)

결국은 개인의 취향 문제이지 더 낫고 아님을 판단할 수 있음의 문제가 아닌 거다.


김동률, 서태지, 브라운아이즈, 브로콜리너마저를 듣기도 하다가 킬러스, U2, 콜드플레이를 들으며 여러 명곡들을 골고루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할 뿐.


이 재능 가득한 모두가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아서 계속 우리의 달팽이관을 행복하게 해주길..



epilogue

다음은 무려 Stevie Wonder, Pharell Williams, Corinne Bailey Rae 가 온다는 하이드파크에서의 썸머페스티벌!

글래스톤버리는 체력 키워서 내년쯤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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