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하여
영국이 유럽 연합에서 나오기로 했다. 그리고 세계는 혼란에 빠져있다.
처음 이 이슈가 대두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하며 넘어갔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커버 사진은 Economist에서 brexit 의 결과를 다루는 기사에 올라온 이미지. 정말 영국은 저렇게 찢어갈겨질것인가)
"인구 7천6백만의 터키가 곧 유럽연합에 들어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떠나야 합니다." 지금이 2016년이라는 게 의심되는 캠페인이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측면에서 계속되었던 Brexit 찬성파의 캠페인들이었다. 이민/난민 문제를 크게 부각하며 그러한 문제들이 곧 영국의 여러 사회 이슈들과 직결된다는 연결고리들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지불하는 돈으로 영국을 부강하게 만들자는 이론인데, 사실 영국의 최대 무역지역은 유럽이라 그 시장과 교류를 하기 위해선 여전히 유럽연합과의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Let's take our country back. We will make the Britain great again!
우리의 조국을 다시 되찾읍시다. 영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듭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슬로건인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 와 매우 비슷한 이념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실제로 브렉싯의 결과를 보고 트럼프는 이번 투표 결과가 자신의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허허.)
난 이민/난민 문제를 토대로 이러한 민족주의가 인기를 끄는 것이 유독 신경이 쓰이는데, 그 이유는 바로 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가 바로 비슷한 방식으로 1차 대전 이후에 피폐해져 있던 독일인들에게 다시 불씨를 지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유한 이민 계층이었던 유태인들이 히틀러의 희생양이 되었다.
부디 그런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심각한 와중에도 위트를 잃지 않는 광고/기자들도 있었다. 왼쪽은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아직은 유로 2016에 남아있다는 베팅업체 광고. 오른쪽은 투표장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견들 ㅎㅎ
한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두 번의 이주를 했던 나로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현상이기에 이 문제들에 좀 더 센시티브 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이 알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지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독립/분리의 이슈들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작년만 해도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이슈로 국민투표를 해서 결국 남기로 했고, (이번 투표에서 유럽연합에 남기를 원하던 그들인지라 또다시 영국을 빠져나오자는 얘기가 나오게 생겼다) 스페인의 북쪽 카탈루냐 지방도 오랜 기간 동안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동생과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은 우리 인간의 본질 human nature는 서로 편을 가르고 찢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했다. 성경에서 카인과 아벨 시절부터 싸우고 죽이고 갈라졌으니, 뭐 말 다했다.
Epilogue
내가 이제 영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친구들에게 얼른 그곳을 떠나라는 농을 단 연락이 왔는데, 이번 브렉싯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모든 혼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았다.
그건 바로, 미지의 우주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이 갑자기 발견되고 그들이 우리에게 침공 위협을 가하는 것. 하하.
SF 영화나 얼마 전에 끝낸 매스 이펙트 트릴로지의 영향이 크기도 한 것 같다만 아무튼 그러면 우리 모두는 한국인, 미국인, 영국인이 아닌 '지구인'으로서 화합이 될 거라는 발상. 추천곡은 '위 아 더 월드'
(그러다가 외계인들이 지구로 이주하면 영화 District 9 마냥 또 새로운 스케일의 이민/난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에효..)
앞에서 말도 안 되는 발상으로 당장 우리 앞에 사회/경제적으로 닥친 문제들을 잊으려 한다지만, 이젠 이 알 수 없는 세상에 외계인쯤이야 뭐 별거인가 싶다.
곧 개봉하는 인디펜던스 데이 2편이나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