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원, <아껴둔 사랑을 위해>
그와 나는 차를 타고 함께 이동 중에 있었다. 라디오에서 추억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와 나는 이 노래를 오랜만이라고 말하며, 볼륨을 키웠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음악에 서로 심취한 것이다. 말 그대로 각자의 '아껴둔 사랑'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음악이 끝나고, 우리는 마주 보고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둘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가 '아껴둔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아껴줄 사람도 아니란 것을.
'음악이 참 좋다.'
'응 그지, 나도 이 노래 참 좋아했는데. 진짜 오랜만에 듣네.'
'제목이 뭐였지?'
'음, 뭐더라, 잊혀진 사랑을 위해?'
'음, 잠깐만. 아, 아껴둔 사랑을 위해다. 이주원. 예전 <우리들의 청춘>이라는 드라마 OST네.'
'응, 그러네. 신호등 바뀌었다.'
내게는 만났던 이들 중 인상 깊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공유한 사람들과는 일종의 '테마송'들을 가지고 있다. 그 음악으로 그들을 기억한다. 카페에서 그와 있을 때 흘렀던 음악이나, 함께 있을 때 들었던 음악들, 혹 싸이월드 배경음악 같은 것들로 그를 규정하고, 그와의 기억을 간직한다.
가끔은 거리와 라디오에서 어떤 음악이 흐르면, 이럴 때 기억 속의 서랍을 꺼낸다. 꼭꼭 숨겨뒀지만 분명 거기 있었던 기억들이 다시 갑자기 튀어나오면 기분이 좋다고도 울적해진다.
그들은 뭐하고 지낼까, 그들과는 왜 멀어졌을까. 이제는 다시 볼 수도 없겠지. 다시 봐서도 안 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