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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작가 Mar 23. 2021

또 한 세대의 사랑을 기다리며

한승원, <프린세스>

의도치 않게 어렸을 적부터 순정 만화를 꽤나 보았다. 지금 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이미라의 <은비가 내리는 나라>를 비롯해, 클램프의 <성전>, 한승원의 <노란방 여자와 파란방 남자> 정도다.


수많은 순정 만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한승원의 <프린세스>다.  초등학교 때부터 읽었던 <프린세스>는   라미라, 스가르드, 아나토리아 3국을 배경으로 한 3세대의 걸친 사랑과 복수, 전쟁 등을 다룬다.


먼저 1부는 2세대인 비욘 카칸 표르도바와 비앙카스트 로디트(비이)의 애절한 사랑으로 시작한다. 그 외에도 주변부 인물들의 서정과 서사를 바탕으로 탄탄한 이야기를 자랑한다. 지금 나오는 순정 만화와는 다루는 이야기의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앞선 세 나라의 각기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마치 한국과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개국의 모습을 흡사 보는 듯하다. 


가장 풍요롭지만 약한 라미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서사에서 어느 등장인물 감정선을 따라가느냐에 의해 선과 악, 혹은 주인공이 달라진다.


나는 프린세스를 만화책으로 두 번 정도 정독했고, 2년 전쯤 네이버 웹툰으로 나와서 다시 한번 정독했다. 처음 내가 감정선을 집중했던 인물은 라이언 바이다와  에스힐드 바르데르였다. 우유부단한 비욘 표르도바와 민폐만 끼치는 비앙카스트 로디트 커플의 이야기 항상 고구마같은 상황을 유발했다(솔직하고 불편한 이야기로 비이가 죽었을 때 슬프다기보다는 음 이제 비이의 민폐를 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세대의 이야기가 끝나고는 이제 3세대의 이야기가 시작됐을 때쯤 연재가 끊겼다. 


3세대의 이야기는 비욘과 비이의 딸인 프레이야 표르도바와 라이언 바이다의 동생, 히로이크 바이다, 그리고 스카데이 토르와 리린의 아들인 시벨 토르의 삼각관계를 골자로 한다. 


10년 가까이 한승원 작가의 건강상의 이유로 연재가 끊겼다가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재개했다. 물론 다시 건강상의 이유로 장기간의 연재 중단이 됐지만.


<프린세스>란 제목에 따라 한승원 작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라미라의 공주인 '프레이야 표르도바'의 중심으로 극을 전개하고자 했을 것이다. (근데, 2세대 이야기만 30권이 넘도록 연재했다. 이 속도면 내가 환갑이 돼도 완결이 안 난다.)


비욘이나 비이, 스카데이는 어딘가 모르게 정이 잘 안 가는 인물들이었는데, 프리나 히로, 시벨은 어린 시절부터 고난과 고통을 겪고 성장한 인물들이라서 정감이 가고 벌써부터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찡하다.


특히, 프리보다는 히로와 시벨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히로는 커서는 검은 장발의 이미지는 어딘가 생경스럽기도 하다. 


라미라를 다시 되찾아야 할 프레이야 표르도바와 <프린세스>를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진 히로이크 바이다, 그리고 언젠가 칼을 마주해야 할 아나토리아의 시벨 토르, 이 셋의 이야기 <프린세스>는 대체 언제쯤이면 완결을 볼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이미 잊고 있지만, 누구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한승원 작가가 제발 이 작품만은 완결해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노란방 여자와 파란방 남자도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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