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맥북 에어 때문이었다. 아내는 내가 금연하기를 바랐다. 당연한 일이다. 백해무익하다는 담배, 그 담배가 주는 쾌락은 단 몇 초밖에 되지 않는다. 그 몇 초를 위해 인간은 수많은 가치를 버린다.
나는 누구보다 애연가였다. 애연가가 된 이유는 특유의 허세 때문이었다. 나는 어쩐지 담배를 태운다는 행위가 무척이나 고상하고 지식인의 표본인 양 스스로 생각했다. 물론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볼 때면, 내가 피지 않는 사람처럼 경멸의 눈길을 보내곤 했지만 말이다.
인간이 이토록 이중적이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한없이 냉소적이다.
어쨌든 금연이 시작됐다. 비자발적인 시작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마크 트웨인의 농담처럼, 담배를 끊는 것은 쉬웠다. 왜냐하면 수 백번 끊어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어쩐지 끊을 수 있을 거란 확신들이 들었다. 확신의 이유는 나란 인간의 실용주의를 믿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으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효용은 단연코 '돈'이다. 10여 년 전쯤 인상한 담배값은 비싼 듯 비싸지 않은 듯, 야금야금 소비에 부담이 된다. 마치 타르와 니코틴이 누적돼 건강에 균열을 내듯, 담배값은 가정 경제에 균열을 만든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란 고민은 결국 돈을 덜 써야 돈을 번다는 간단한 진리에 도달했다. 그 진리 중, 가장 쉽게 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금연이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 한 갑, 4500원의 돈이 절약되면 30일 기준 135000원의 돈을 버는 것이다. 1년이면 약 160만 원에 달하는 돈이다. 당연히 꽤나 많은 돈이다.
두 번째 효용은 건강이다. 담배를 완전히 끊으면 아침이 다르다. 전날 얼마나 늦게 잤던 혹은 얼마나 과음을 했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맞을 수 있다. 만성피로도 사라졌고, 두통과 입 안에 텁텁함도 사라졌다. 한 시간에 한 번씩 담배를 피우면서 느꼈던 불쾌감도 사라졌다.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짜증도 줄어들었다.
세 번째 효용은 '시간'이다. 금연으로 느낀 가장 큰 효과로 자투리 시간이 늘었다. 가끔 그래서 공허하긴 하지만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더 건강하고,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수식으로 조금 더 쉽게 이해해보자. 담배를 피우는 시간은 습관에 따라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한 개비에 대략 1분 30초 정도 시간이 들어갔던 것 같다. 여기에 담배를 피우러 외부로 나가야 하는 수고를 포함하면 모르긴 몰라도 최소 담배를 한 개비를 태우기 위해 흡연자들은 5분에서 10분 사이를 소모한다.
최소 5분으로 계산해보자. 5분 X20개비라 치면, 하루에 담배에만 100분의 시간을 빼앗긴다. 무려 백 분이 시간이다. 건강과 돈, 시간까지 담배에 빼앗기는 것이다. 1시간 40분의 시간을 온전히 담배를 위해 사용한다니, 이것보다 더 큰 시간 낭비가 없다.
고로 담배를 끊으면, 건강 + 돈 + 시간을 버는 것이다. 나는 이런 모든 금연의 효용 측면에서 담배를 끊었다. 아니, 끊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완전히 금연한 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았다. 2주 간 금단 증상은 크게 없었다. 아마도 연초가 아니라,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과거보다 수월했던 것이라 생각이 된다.
이 글을 만약 누군가가 읽고 있고, 그가 흡연자라면 반드시 담배를 끊기를 바란다.
내일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 말이다. 나는 금연이, 담배를 참는 것이 당신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국 인생은 등가교환의 법칙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