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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작가 Mar 18. 2021

스머프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오해


누구나 한 번쯤 봤음직한 만화 <스머프>의 탄생은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기에의 만화가 '피에르 클리포드'는 당시 백수였다. 그는 신문 광고란을 뒤지다 구직에 실패한 후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1947년 중세 시대 수습 기사의 모험을 다룬 <요한>으로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그 후 1958년 스머프라는 이름의 파란 피부를 가진 개구쟁이를 만들어내며 큰 인기를 누린다. 


스머프가 세계화된 것에는 미국 할리우드의 자본력에 힘입어서다. <톰과 제리>로 유명한 미국의 한나 바버라사는 1981년 <스머프>를 TV 시리즈로 만들기로 결정한다. <스머프>는 미국 내에서 42%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거둔다. 판권은 30여 개국으로 퍼져 나가며 만화사에 큰 획을 그을 업적을 남긴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던 만화 <스머프>에는 예상치 못한 낯선 시선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스머프>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구성원들의 지위가 평등하고 재산을 공동 소유하는 마을 형태가 공산주의 사회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스머프 마을의 모든 스머프들은 하얀 바지와 흰 모자로 통일된 복장을 하고 있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 한 명은 파파 스머프다. 파파 스머프는 빨간 모자와 긴 턱수염, 빨간 바지를 입고 있다. 이런 파파 스머프의 모습이 공산주의의 창시자 마르크스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마을 밖으로 쫓겨나는 안경을 쓴 똘똘이 스머프는 '레프 트로츠키(소련의 혁명가이자 정치가. 10월 혁명의 주역이자 붉은 군대의 창시자였으나 스탈린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뒤 소련에서 추방당했다.)'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추후 더해졌다. 


나아가 탐욕스러운 가가멜은 자본주의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는 캐릭터가 아니냐는 오해까지 더해졌다.  이에 더해 스머프의 이니셜인  SMURF는 Socialist Men Under Red Father(붉은 지도자가 이끄는 사회주의자들)'의 약자가 아니냐는 낭설까지 있었다. (스머프라는 이름의 유래는 작가인 페요가 동료 만화가들과 식사를 하다가 '소금 좀 건네줘'라고 말하려다 '소금(Schtroumpf)'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얼떨결에 내뱉은 단어라고 전해진다.)


<스머프>의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는 사회주의라는 오해를 받았던 1990년보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당시 유럽의 몇몇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스머프>가 자본주의를 은유적으로 상징한다고 말하며 <스머프>를 자국 내에서 방영금지 처분을 내렸다. 


마르크스를 닮았다 오해를 받았던 파파 스머프의 빨간 모자가 프랑스혁명의 '자유'를 연상시킬 뿐 아니라 각각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은 어딘가 모르게 자본주의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나아가 누더기를 입은 '악당'인 가가멜은 이 만화가 끝날 때까지 그저 헛물만 킬뿐이며, 검은색 누더기와 허름한 성을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다. 이 가가멜을 '공산주의'적 시각으로 본다면 얼마든지 가가멜은 공산주의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논란이든 사회주의 논란이든 이는 결국 정치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의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스머프>를 해석한 것뿐이다. (사회주의 논란을 일으킨 최초 인물은 1998년 마크 슈미트라는 한 만화 마니아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쓴 리뷰로부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사회주의' 만화라는 오명을 쓴 <스머프>는 이런 이데올로기적 오해에도 여전히 각국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만화이자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아가 '3D'나 게임 등으로 여전히 계속해서 스머프에 관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스머프>가 21세기에도 이유 중 하나는 결국 스머프가 '공산주의'나 '자본주의'와 같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머프>는 인류가 꾸준히 추구해야 할 가치인 평등과 자유, 그리고 다양성의 인정 등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이런 인류 보편적 가치를 캐릭터들의 대사와 동화라는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스머프의 에피소드 중 하나였던 '아파트 짓기' 편에서 그들은 아파트를 지어 모두들 한 공간에서 살기를 소원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각각의 개성이 다른 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산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불탔고, 대신 그곳에서 새들이 집을 꾸렸다. 이에 대해 편리 스머프는 '누군가에게든 자신에게 맞는 공간이 있는 거구나'라고 결론을 짓는다. 


그렇다. 지난 몇십 년간 몇몇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이데올로기에 대한 오해를 받았던 <스머프>는 결국 <개구쟁이>라는 표현과 같이 이데올로기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의도치 않게 골탕 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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