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제였던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르던 날이었다. 이모들은 외할머니의 시신이 화장되는 것을 보며 통곡의 눈물을 흘렸다. 죽음을 이해하기에는 당시 너무나 어렸다.
더구나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었다. 울고 싶었으나 눈물이 나지 않았다. 손에 침을 발라 눈물이 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그렇게 장례식 절차는 그 끝을 향하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화장을 하는 모습에 이모들 중 몇몇은 실신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렇게는 보낼 수 없다."
이모들은 그렇게 통곡하고 있었다. 장례식장은 이내 눈물바다가 됐다. 나는 문득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는 이모들과 달리 외할머니의 죽음을 초연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엄마, 엄마는 안 슬퍼? 왜 안 울어?"
엄마가 조용한 목소리로 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응 엄마도 슬퍼. 그런데 엄마는 살아생전 외할머니에게 최선을 다했어. 그래서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보내드릴 수 있어. 반면 이모들은 엄마처럼 잘하지 못해서 저렇게 우는 거야."
엄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나는 엄마의 말을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어렴풋이 공감할 뿐이다.
몇 해 전 생전 처음 엄마랑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문득 주름으로 가득한 엄마의 얼굴을 보며 서글퍼졌다. 내 기억 속에는 커리어 우먼이던 엄마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한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는 늙고 볼품 없어진 외할머니의 모습이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고 삶의 진리라지만, 그 모습을 보니 다시금 가슴이 미어졌다.
내가 점차 커지고 행복해지는 것이 마치 엄마의 행복과 영양분을 뺏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끝난 후 엄마는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
후에 엄마의 장례식에서 내가 울지 않기를.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때의 엄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