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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타페타 Mar 25. 2024

십자가는 실패인가, 성공인가.

고난주간 D+1 우리의 삶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2024년은 여러모로 나에게 기쁨을 주는 해이다. 3월의 마지막에는 10년만에 다시 뵌, 내가 은사님으로, 멘토로 여기는 목사님의 설교로 고난주간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32년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왔지만, 교회의 절기를 의미있게 챙기진 못했었다. 올해는 좀 다르다. 한달여 전부터 성경필사를 하면서, 쪽방촌 봉사도 다녀오면서, 올해의 부활절은 하루씩 마음으로 준비하며 맞이하고 있다.


십자가형으로 죽으신 예수는 실패했는가?

그시대 십자가형은 형벌 중의 최고형벌이었다. 아주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사람, 모든 이가 "저 사람은 죽어도 싸, 죽어야돼!" 라고 낙인된 사람이 받는 벌. 

그런 의미에서 의심할 것 없이 예수님은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이었다. 


십자가의 진리가 멸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받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 됩니다. 고전1:18 


그런데 하나님은 어떻게 일하셨는가? 하나님은 실패한 인생을 성공한 삶으로 반전시키셨다. 

'십자가의 능력'은 바로 이것이다. 실패가 실패가 아닌 것. 실패가 하나님의 선한 일이 되어 버리는 것.


세상이 대단한 인물로 여기는 사람들을 형편없이 낮추려고 천한 사람과 멸시받는 사람과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택하셨습니다. 이것은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고전1:28-29


바울의 이 편지를 받았던 고린도교회는 세력있는 사람들이 있던 교회였다. 지금으로 말하면 돈 많은 대형교회, 특별한 능력있는 은사자들도 많은 교회. 그런 교회가 4개의 파로 갈라져 분열을 겪고 있었다. 그들에게 바울이 내린 처방은 바로: 십자가였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없기에, 십자가의 의미를 묵상할 때에 갈등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알쏭달쏭하기도 하다. 십자가 능력을 묵상한다는 말이. 

그러다 예배를 마치고 사모님과의 대화 속에서 깨닫는 것이 있었다.


나의 고민은 '어떻게 낙심하지 않는가?' 였다. 시편을 읽으면,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우리를 영원히 버리시나이까?' 하다가도, '하나님은 예로부터 나의 왕이시라. 사람에게 구원을 베푸셨나이다' 하는 것이다. 앞에 닥친 시련 앞에서도 그는 하나님이 세계의 주인이고, 악을 참지 않으시는 분이라고 굳게 믿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련 속에서, 인생의 고통 속에서, 어떻게 계속 소망을 가질 수 있는가? 이 고난이 끝나면 평안해지리라는 보장도 없고, 또 결국 우울하고 절망적인 결과가 기다릴 때도 참 많은 게 인생인데 말이다. 


그런 나의 생각을 들으시고, 작년 1년간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건강상 문제로 수술을 하고, 일상생활도 어려운 컨디션에, 오래된 집에 문제가 생겨 갑작스런 이사를 해야했으며, 다섯명의 자녀를 돌보며, 대학원 공부까지 하는 생활이라니! 듣는 것만으로도 버겁게 느껴지는 생활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모님의 이야기는 너무 공감이 되었다. 목회자가 특별한 슈퍼파워가 있어서 그 생활을 감당한다는게 아니라는 걸. 사모님은 하나님과 힘겨루기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님 저는 못해요. 이건 안돼요.' 라고 힘도 자신도 없던 시기에, 설교를 듣던 어느날에 '아 내가 구원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구나' 깨달으셨다고. 하나님이 선택하지 않으셨다면 구원받을 수 없었던 나인데. 십자가, 그 외의 문제와 고민들은 인생의 부수적인 것이라 느껴질 만큼, (내 표현으로) 원자폭탄 같은! 기쁨을 주시는 것이로구나.


대화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의 만남이 떠올랐다. 

탈북민들을 정말 생명이 오가는 전선에서 금전적으로 육체적으로 돕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드렸다. "누군가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되는, 그렇게나 절망적인 생활에서 어떻게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나요?"

그 분의 답이 나에게는 충격적인 (그러나 사실은 알고 있었던) 감동을 주었다. "삶이, 생명이, 이 땅에서 끝나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이 땅에서의 삶과 죽음, 그 이후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마지막이 아니니까 절망적으로 보이는 현실에서도, 계속 소망과 기쁨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십자가의 능력이 어떠한가?
하나님의 선하심,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 성령님의 도우심을 묵상하고, 구원의 기쁨을 누리고자 한다면. 실패가 성공으로 바뀌는 반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원하신 나의 예수님은, 나를 절망 속에서만 살게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인생의 마지막에서든, 중간시점에서든, '당신은 실패했다'고 낙인되었다고 해도 괜찮을 수 있다. 

만약 스토리가 거기서 끝이 나야 한다면 절망이겠지만, 이 곳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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