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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Aug 24. 2023

안산 동북쪽의 부자 양반들

Rich men north of Richmond

"이 제목은 최근 2023년 8월 26일 자 빌보드 Hot 100에서 놀랍게도 맨 윗 순위를 차지한 "Rich men north of Richmond"의 느낌을 한국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의역한 것입니다."


Oliver Anthony Music, 짧게 올리버 앤서니는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의 오프닝 가사에서 평범한 현대인의 녹록지 않은 삶과 그 속의 고군분투를 묘사합니다. 집에서 카세트테이프로 녹음된 듯한 로우파이 퀄리티의 이 노래는 8월 8일에 공개된 후 며칠 만에 YouTube 동영상 조회수가 수백만에서 수천만 회에 달했으며 Spotify 등 디지털 채널에서 수 없이 스트리밍 되었습니다. 종국에는 인디 아티스트의 데뷔 싱글이 아무런 프로모션 투자 없이 차트 수위를 차지하는 기적이 생겼습니다.


어느 텍사스 소 농장에서 본듯한 외모에 전직 공장 노동자였던 올리버 앤서니는 과격한듯한 정치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컨트리 음악 팬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 가사에 묘사된 "부자들"는 아마도 워싱턴 DC(I-95를 통해 북쪽으로 100마일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정치인들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는 가사에 숨겨진 스토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필자는 오랫동안 컨트리 음악의 '촌스러움'을 싫어해왔지만 텍사스에 20년 동안 살면서 한국 사람에게 트로트의 의미와 미국 사람에게 컨트리 음악의 의미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이 노래의 피를 토하는듯한 구구절절히 진정성 있는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게 되더군요. 이 노래는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내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것에 대한 무명 가수 자신의 분노를 담고 있습니다. 노래를 둗다보면 그 분노가 절절히 느껴집니다. 진정성은 장르의 차이를 초월하는 가치를 가집니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영혼을 팔고 있어

허접한 월급에 초과 근무 시간

그래서 난 여기 앉아서 내 인생을 낭비할 수 있지

집으로 돌아가서 내 고민을 날려버리곤해


세상이 이렇게 된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나 같은 사람, 너 같은 사람을 위해

이게 꿈이고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이것은, 오, 현실이야


새로운 세상에 살면서

오래된 영혼으로

리치먼드 북쪽의 이 부자들

주님도 아시다시피 그들은 모두 완전한 통제권을 원해

네가 뭘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네가 뭘 하는지 알고 싶어

그들은 당신이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난 당신이 안다는 걸 알지

네 돈은 똥이 아니고 세금은 끝도 없으니까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 때문에...


컨트리 음악은 사실 노동 계급의 노래입니다. 컨트리 뮤지션들은 그 장르가 창시된 이래로 노동자 계급, 특히 바이블 벨트와 애팔래치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왔습니다. 돌리 파튼, 조니 캐시, 로레타 린과 같이 사랑받는 컨트리 아티스트 중 상당수는 가난 속에서 태어났으며, 그들의 초기 경험을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에 녹여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래 중 상당수는 저임금과 과로에도 불구하고 인내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올리버 앤서니는 자신의 노래의 급격한 상승세와 갑작스러운 명성에 대해 언론 매체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음악 업계 사람들은 내가 800만 달러의 제안을 거절할 때 멍한 눈빛을 보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스타디움 공연도 하고 싶지 않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는데요, "이 노래들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 순간 가사의 실제를 느끼는 누군가가 부르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노래가 유사한 관점의 또 다른 컨트리 송인 Luke Combs의 "Fast Car" 커버곡에 바로 이어서 팝 차트의 정상을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원곡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포크 아티스트인 Tracy Chapman의 1988년작입니다.


당신은 빠른 차가 있네요

난 어디든 갈 수 있는 티켓을 원해요

어쩌면 우리는 거래를 할 수 있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함께 어딘가로 갈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좋아요

무에서 시작하면 잃을 게 없어요

어쩌면 우린 뭔가를 만들 수 있겠지요

나는 아무것도 증명할 게 없어요


당신은 빠른 차가 있네요

나는 여기서 탈출할 계획이 있어요

난 편의점에서 일해서 돈을 조금만 모았어요

너무 멀리 운전할 필요도 없고

그냥 국경을 넘어 그 도시로 가면 돼요.

우리 둘 다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겠지요

드디어 사는 게 뭔지 알게 되겠지요


우리 아버지는 문제가 있었어요

술병에 의지해서 사는 게 그 인생이었어요

일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늙어 보이기엔 너무 젊었었지요

엄마는 떠나버렸어요

그녀는 그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습니다

누군가는 돌봐줘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도 그만두고 그렇게 되었지요


당신은 빠른 차가 있네요

날아갈 수 있을 만큼 빠른가요?

결정을 내려야 해요

오늘 밤에 떠날지 아니면 이대로 살다 죽을지


당신 차에 같이 타고 달릴 때가 기억나요

너무 빠른 속도에 취한 것 같았지요

도시의 불빛이 우리 앞에 펼쳐졌고

당신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싸는 느낌이 좋았어요

내가 무언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가졌고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이라도, 무엇이라도...


불우한 환경의 삶 속에서 분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일화적으로 담은 노래라고 생각됩니다. 정치색 없이 담담하게 그려지는 한 삶의 현실은 더 큰 공감을 줍니다. 1980년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네요. 세대를 거쳐 이러한 소외 현상은 언제나 존재해 왔지만 여러 모로 어수선하고 차라리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요즘 시대에는 이러한 가사가 주는 공감력이 더 크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서민의 목소리가 서민의 고통을 얘기하는 이런 곡들이 줄줄이 인기를 얻게 되나 봅니다.



[Fast car], live by Tracy Chapman


*Title Image: Oliver Anthony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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