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고나서 든 감정은 내가 마치 두 갈래 길에 서있는 것 같다는 것 이였다. 생각 없이 그냥 살던지 (의식주가 해결되는 삶이라면 어찌 살아도 상관 없다), 아니면 계속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결정을 내리면서 변화하면서 살던지. 한 마디로 good enough와 better 사이의 길에서 매 순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20대 때에는 무조건 고민하지 않고 내 자신을 밀어부치면서 더 나은 걸 찾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러는 게 지친 것 인지,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절박함이 없어서인지, 혹은 내 자신에게 내가 더 너그러워져서 인지 조금 더 쉬운 길을 생각하는 것 같다.
시간을 멈추려 해도 박사 졸업을 하는 5월이 곧 올 것이고, 직장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한 편으로는 그냥 어줍잖은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보스턴 어딘가에 직장을 잡을 수 있겠지, 라며 낙관적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직장을 구하고 나침판 혹은 내가 원하는 길의 가이드 없이 살아도 되는지 자문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후자일 경우 일이 잘못되었을 때 혹은 안 풀리는 것 같을 때 내가 더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커리어가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몇 십 년이 지나야 보일지도 모른다. 헥,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하지만 어디서 부터인가는 시작해야 한다. 거창한 비전이 있을 필요도 없다. 그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충분할 지도.
2018년 1월 3일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