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금치
우금치/ 조성범
구름에 가려진 하늘 아래
바람이 속삭여오는 저녁 무렵
이름 없는 농민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슬픈 눈물을 흘렸었다
손에는 분노로 얼룩진 죽창이 있었고
가슴에는 끝없는 희망이 새겨져 있었다
기관총의 포효가 하늘을 울렸을 때
그들은 용감하게 일어섰다
우금치를 향해 선 그들의 모습은
낙락장송처럼 우뚝하니 푸르렀다
그러나 단단했던 그들의 손은
총탄의 폭풍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총탄의 비가 쏟아져
핏물이 강이 되어 흘러내렸어도
뜨거운 피로 얼룩진 이 땅은 슬픔을 기억하며
풀과 꽃을 가득히 피운다
그들의 희생과 투쟁이 오래전 여기에 묻혔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