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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Jun 13. 2022

떠났다 돌아오는 일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도피로 시작한 것을 사랑하게 되기도 한다.


두 번의 퇴사 후 길게 떠났다

여행지에서 나는 일상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나의 생동감과 생명력을 느꼈다.

하지만 여행은 처음부터 나에게 운명과 같은 상대는 아니었다. 여행과 나의 연애는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랜 시간 애증으로 얽힌 관계였다. 여행은 절대 쉽기만 하거나 좋기만 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분명 힘든데 자꾸 생각이 났고,

다신 떠나지 않을 거야 다짐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생각이 났다.

애증이었고, 무엇보다 사랑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등바등 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어깨에 커다란 여행 가방을 메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여행은 확실히 도피성이 짙었다. 일상이 진절머리 나게 싫어지거나 견딜 수 없어질 때,

나는 여기서 최대한 먼 곳을 떠올렸다. 일상성이 지워진 어디라도 좋았다. 견딜 수 없을 때 떠났고, 그런 걸 사람들이 도피라고 부르는 듯했다.


하지만 도피로 시작한 것을 사랑하게 되기도 한다.


처음에 나는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이라는 마음으로 떠났지만 점차 그 마음은 세밀해져서 '어디든'에도 작은 소망이나 우선순위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욕망은 무기력한 나의 일상에 활력이 되기도 하고 때론 일상을 버티는 동력이 되었다.


대체 떠나는 일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떠났다 돌아오는 일에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하나로 말할 순 없겠지만 나의 경우엔 이 느낌과 가장 비슷할 것 같다.

떠나기 전과 돌아온 나의 간극. 그 간극이 작든 크든, 떠났다 돌아오면 나는 어김없이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그 느낌은 아주 좋은 느낌이다.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기분


그건 내가 일상에서 좋아하는 일인 읽기와 쓰기와도 비슷한 일이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나면 나는 조금이라도 달라진 기분이었으니까. 여행은 그 기분을 더 극대화해서 주었고, 더 생생하게 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떠났다 돌아오면 생동감을 느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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