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일기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 데미안
요즘 나의 세계는 타인의 세계와 부딪치면서 주로 확장한다. 이 부딪침은 강력한 공감을 통해 일어나거나 흥미로운 다름으로 인해 일어난다. 때로는 내가 속하고 싶은 세계를 가진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확장하고 반대로 어떤 이는 나의 세계로 들어와 내 안에서 나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예전의 나는 내가 들어가고 싶은 세계를 가진 사람들을 탐구하고 쫓아다니며 살았다. 책을 보고 강연을 가고 또 주변에 있다면 대화를 하면서 그들의 세계에 흠뻑 빠졌다. 여전히 타인의 세계를 속속들이 탐험하는 것이 좋지만 상황이 조금 변해버렸다. 변해버린 상황으로 인해 충분히 탐험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늘 아쉽고 슬프다. 생각보다 누군가가 나의 세계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바닥까지 나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허락했던 사람은 떠났고 남아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새롭게 변화하는 나의 세계가 신기하지만 어지럽다고 느끼는 듯하다.
돌아보면 난 참 많은 이들의 세계로 허락 없이 뛰어 들어갔던 것 같다. 문전박대를 당한 기억이 거의 없으니 너무 감사하고 또 운이 좋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 체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기꺼이 나에게 자신들의 세계를 탐험할 기회를 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오랜만에 뛰어 들어온 한 마리의 주인 잃은 강아지 같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한다. 아니면 옛날의 자신 같아서 나에게 무료 이용권 티켓을 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들은 나에게 각자의 방식의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결국 사람의 세계는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넓어진다. 나의 아픔, 나의 슬픔, 나의 기쁨, 나의 행복. 나의 우울, 나의 불안, 나의 멍청함, 나의 단순함, 나의 복잡함. 나의 어둠. 나의 밝음, 나의 방황, 나의 냉소, 나의 철없음.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주고받으면서 세계는 넓어진다. 나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들을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 그 사랑은 조금 지독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색으로만 칠해져있진 않으니. 앞으로 나의 세계를 넓혀줄 잊지 못할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내가 뛰어들어갈 수도, 이젠 나에게 뛰어들어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나도 나의 세계를 넓혀준 그들처럼 누군가의 세계를 넓혀주는 잊지 못할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그래야 이 달콤하고 씁쓸한 인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