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하나로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정말 1도 없었다....
1. 지난주 목요일, 대통령의 깜짝 퇴근길 시민들과의 대화에 풀 취재를 가게 됐다. 결과적으로 한 시간 예정돼 있던 행사는 30분 더 진행돼, 7시 시작한 행사가 8시 30분에 종료됐다.
맥주잔과 안주를 앞에 두고, 문 대통령을 앞에 둔 참석자들은 편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속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2. 청년구직자로서 자리에 참석한 안현주 씨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4년 전 쌍둥이 아이들을 출산한 그녀는 '경력단절녀'이다. 출산 전에는 석사과정 후 대학병원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했던 분이었다.
3. 바닥에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노트북에 담으며 그녀가 얼마나 '언어치료사'로서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잔잔히, 하지만 단단히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갔다. 어떤 점이 어려운지, 어떤 점이 한계인지, 그리고 국가가 육아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하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4. 경력단절 후 일자리로 돌아갔을 때 출산 전 근무환경에 준하는 곳으로 갈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대통령이 말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은 아이들을 위해 일자리로, 하지만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기에 어렵군요."
안 씨는 "대학병원에서 일했었습니다. 일자리에서도 급여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더라고요. 제가 이제 돌아가야 한다면 아이 돌보면서 돌아갈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돌아간다면 풀타임보다 파트타임 찾게 되면, 파트타임은 급여가 불안정하게 되니 이런 악순환이 계속됩니다."라고 답했다.
그녀는 이어 풀타임으로 일하더라도 아이들을 돌봐주는 분에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5. 문 대통령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라고 되물었다. 안 씨는 웃으며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녀은 우선 보육교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6. 참석자들을 향한 대통령의 많은 질문들이 있었던 자리였다.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노동, 육아정책 등에 대한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됐다.
자유로운 의견 속에 의도가 무엇이었건, 정부 정책들이 현실에선 예상치 못했던, 이런저런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답변을 듣는 대통령의 모습은 무척 진지했다.
7. 호프집을 나오며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던 문 대통령이 떠올랐다. 질문은 하나였지만 그것에 대한 답변들은 너무나 다양했다. 그중 몇 답변들은 정부의 정책의도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답변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8. 퇴근길에 "대통령의 머릿속도 참 복잡하겠구나.. 청와대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참 무거웠겠다" 싶었다. 정책 하나로 일사천리로 해결될만한- 풀기 쉬운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덩달아 내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그날 마신 맥주는 #대동강맥주라고 한다. 한 모금도 못 마신 건 안 자랑)
사진: #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