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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Aug 01. 2019

이럴때 "내가 외신기자가 됐구나"라고 느낀다

"한국엔 에이즈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이 없어?"라고 에디터가 물었다 


1. 이직을 한지 어느덧 8개월차가 됐다. 

내신 영어신문사에서 외신 뉴스통신사로 직을 옮긴것인데, 영어로 기사를 쓴다는 점에서는 같은 점이 있지만 --그리고 그 이유로 두 조직간 차이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 국내 기업과 국외 기업간의 차이는 역시 생각했던 것 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크다는 점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2. 그 차이점들에 대해 진솔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하나 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그 첫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3. 내가 현재 속해있는 회사는 AFP통신이다. Agence France-Presse의 약자인데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 언론사다. 

1835년 설립됐고 ( 당시 조선은 헌종 1년)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칼어 총 6개 언어로 기사를 제공한다. (내 기사가 다른 언어로 (특히 아랍어) 번역됐을때의 그 신기함이란!) 

4. 200개가 넘는 지국이 150여 국가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북한 평양포함). 전 세계 곳곳에 지국이 있기 때문에 일을 하다 보면 그 '국제스러움' 에 놀랄 때가 자주 있다.

5. 얼마 전 프로축구 2부리그 대전FC 의 브라질 용병 임대 계약 취소 사태를 취재하며 있었던 일이다. 

대전FC는 해당 용병선수를 영입 발표 한 지 하루만에 계약 취소 했는데 그 이유가 그 선수의 '에이즈 감염' 이었다. 

해당 선수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감염 사실을 발표한 대전FC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취재를 했고 기사를 출고했다. 

6. 아시아 본부지국이 있는 홍콩으로부터 그선수나 선수를 임대 보낸 브라질 프로팀의 입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왔다.

한쪽 입장만 가지고 기사를 쓰기 어렵고, 특히 지극히 개인적인 사실을 다룬 기사를 당사자의 입장 없이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7. 데스크에서 선수와 그가 소속된 브라질 프로 축구팀의 입장을 얻기 위해 AFP 브라질 상파울로 지국 특파원에게 취재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실시간 서울-상파울로 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요청에 따라 현지 특파원이 취재에 들어갔지만 선수, 팀 모두에게 멘트를 얻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기사는 나가지 못했다.

8. 기사는 나가지 못했지만 전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지국네트워킹망을 취재 과정에서 십분 활용한 사례였다. 이런식으로 내가 해외 지국에 취재를 요청할 때가 있지만, 반대로 한국 관련 취재를 하는 해외에서 팩트 확인 요청을 받기도 한다.

ps. 아. 기사를 쓰면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었다. 

난 기사의 주제를 "선수의 동의없이 에이즈 감염사실을 발표한 축구팀"에 두었는데 기사를 데스킹본 에디터는 "에이즈 감염 사실만 가지고 계약을 취소한 건 불법차별 아니야?" 에 방점을 두었던 거다. 

그 물음은 곧 "한국엔 에이즈 감염자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없어?"로 이어졌고 난 "아니 없어"로 답할수 밖에 없었다.

사진: 남미에 있는 AFP지국들. 출처: AFP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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