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돈이 다 떨어져 가지만 웬만하면 취업은 하기 싫습니다만...'
[자기소개] “전 다이아몬드입니다.”
혹시 사주를 믿으시나요? 저는 사주 자체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나, ‘사주 풀이’라는 행위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동일한 사물과현상에 대해 역술가마다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공된 작은 금, 흔히 ‘다이아몬드’로 표현되는 사주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어떤 역술가는 “보석 사주이기 때문에 스스로 빛나야 하고, 본인이 주목받고 반짝이는 ‘예술가’나 ‘연예인’같은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또 다른 역술가는 “보석 사주이기 때문에 소유자의가치를 높이고, 더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홍보’ 일이 잘 맞다.”라고 말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맥락으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6년 이상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무언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고, 지금의 삶이 나의 이상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꽤 오랫동안 해당 부분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결과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일단 ‘나를 갈고 닦으면 된다’는 것. 내가 빛나면 빛날수록 내가 속한 곳도 빛날 테고, 그곳이 더 빛나면 빛날수록 나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간혹 ‘대체 이 그림이 왜 그렇게까지 고가로 책정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 작품을 사는 사람 중 일부는 정말 해당 작품에서 큰 영감을 얻었을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그 작품을 그린 작가의 이름과 가치를 구매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들이 모여 하나의 유명 작가를 만들지만, 결국에는 그 작가가 또 작품을 만듭니다. 이처럼 제가 속한 곳을 빛나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저도 빛나게 될 것이라는 걸 압니다. 저는 ‘제 가치를 위해’ 회사의 성장을 도모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본인의 강점] “저는 업무 길눈이 밝은 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가장 큰 강점은 열심히’만’ 하기보다는 ‘현명’하게 일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능동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란 점입니다. 업무의 한계점을 정해 놓지 않고, 하나의 일을 맡았을 때 성료 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최선을 방법을 찾습니다.
경험 상 최선의 길을 찾는 데에 가장 유용한 방법은, 너무 위험한 길 혹은 둘러 가는 길은 과감하게 잘라내고 다른 길로 우회하는 것입니다. 다만, 길을 우회할 때는 오랫동안 함께 걸어갈 동행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합니다. 낯선 길 앞에서 무작정 등을 떠미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고, 가능하다면 직접 그 길 위에 먼저 올라서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기획은 길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성이나 망원경으로, 혹은 그 길을 걸어본 사람과의 인터뷰로 길을 설계할 수야 있겠지만, 동행이 어떤 방식으로 길을 가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계단으로 가면 금방일 길이지만, 동행이 자전거를 타고 있을 경우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무조건 빠른 길이라고 계단을 오르길 강요하면 동료에게는 큰 부담이 됩니다. 게다가 자전거가 얼마나 무거울지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부재한 채로 ‘바퀴도 있고 그냥 굴리면 되지 않나?’, ‘저것 때문에 20분이면 될 길을 3시간을 돌아가야 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기에서부터 트러블이 시작되게 됩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험한 길을 동행할 동료와의 길에선 이해와 공감이 최우선입니다.
많은 경우 기획을 하는 팀과 실행을 하는 팀 사이에서 불거지는 커뮤니케이션 오류는 대체로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저는 기획/분석을 베이스로 하고 있으나 디자인이나 영상 편집 등을 부차적으로 배웠고, 직접 배울 수 없는 퍼블리싱이나 제품 개발의 경우 최대한 해당 팀과 많은 의사소통을 하고, 계속적으로 질문하며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렴풋이나마 제작 스킬을 익히니, 제작팀과는 또 다른 시야에서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었습니다. 툴의 스킬적인 부분으로는 어려운 일들을, ‘꼼수’로 우회해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예인 콘텐츠를 진행할 때 소속사에서 “뒤통수를 깎아 달라”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 온 적이 있는데, 영상팀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으나 저는 300여 장의 프레임을 자동화해서 보정함으로써 직접 영상 수정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직접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제작팀에게 더 큰 신임을 받았고, 이후 프로젝트에서 제작팀도 최대한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더 노력해 줬었습니다.
[본인의 단점] “저는 ‘강강약약’ 성향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 제 가장 큰 단점은 단연 ‘강강약약’ 성향입니다.
물론 논리적 근거와 설득력 있는 업무 지시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최선을 다해 해당 프로젝트를 성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저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촉’이라는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를 믿습니다. 따라서 리더가 자신의 의견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추진하라고 ‘단언’한다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업무 진행에 있어 위에 열거한 ‘논리적 설득’이나 ‘확신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이 아닌, 본질과 어긋난 방법으로 강압적인 의견을 피력 시에 쉽게 굽히지 않습니다. 예로, 이전 회사에서 어떠한 사안에 대해 타팀과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명백하게 합리적인 방법이 있었음에도, 본질에 대한 논리적인 토의가 아닌 “우리 팀장이 멘사야, 멘사.”라는 형태로 언쟁이 오갔다기에, 그날 멘사 시험에 응시해서 멘산이 되었습니다.
첫 회사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팀 리더와 PM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땐, ‘나의 팀’, ‘나의 팀원’들에 대한 애착으로 업무 과포화를 맞는 일이 많았습니다. 당시, 스타트업에서 린 한 업무 진행을 해야 하는 역할이었으나, 팀원들의 업무의 완성도가 도저히 피드백으로 될 정도가 아닐 시, 담당자에게 계속적인 수정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미안하다’는 이유로 직접 다시 해버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렇게 제 앞으로 쌓이는 업무량이 한계치를 넘고, 번아웃이 오기를 반복했었습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뒤에야 알게 된 것은 그게 더 담당자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또한 그 사람의 성장도 가로막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때문에 그 후로는 세밀한 업무 가이드를 만들거나, 관련자들을 모아 짧게 짧게 교육을 하는 방법들로 해결해 나갔습니다.
[직업관] “모든 것은 ‘등가교환’되어야 합니다.”
요즘 많은 회사들이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서라’라는 말을 많이 제시합니다. 저는 ‘이끌 수도, 따를 수도, 비켜설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다만, 저도 ‘믿어주고, 끌어주는’ 리더와 회사를 원합니다. 초반에 기술했듯이 저는 회사와 제가 갑과 을의 관계이기보다는, 노동력과 재화를 교환하는 거래처이자, 회사의 성장이 내 성장이 될 수도 있고, 내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 될 수도 있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동행하는 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진 주관 중 가장 사랑하는 바는 제가 ‘역지사지’가 체화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제가 하기 싫은 일은 요구하지 않고, 베풀지 않은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회사가 나를 믿어주고 끌어 주길 바라는 만큼, 저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충실한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자기소개서를 마무리하는 지금, ‘너무 솔직하게 작성하지 않았나’하는 걱정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전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면접을 보고, 채용하면서 ‘솔직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입사 후 사 측이 제시한 바와 회사의 분위기가 많이 다를 때 분개하는 것처럼, 채용을 한 입장에서 자기소개서와 너무 다른 사람이기에 낙담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모든 조직에는 그 조직만의 특성이 있고, 제가 그 조직에게 필요한 인재상이 아닐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가 거짓으로 어떠한 조직에 들어가 누군가의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도 없어야 하며, 또한 잠자는 시간 빼고 가장 오래 머물 ‘제 조직’을 고르는데에 있어 쉬이 ‘비켜설’ 일도 없었으면 합니다. 때문에 당찬 포부나 무조건적인 겸손함보다는 나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바라는 바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게 작성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너무 긴 글이 되어버린 자기소개서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