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seul Kim Apr 28. 2016

You are dream of Ethiopia

아이들의 꿈, 에티오피아의 꿈

당신이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다고 가정하자. 어머니는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겨우 자식들 입에 풀칠만 해준다. 아이들 학업에도 딱히 관심도 없어 커서 돈 많이 벌라는 말만 하신다. 학비가 무료인 공립학교에서 질 낮은 수업을 들으며 과외나 방과 후 수업은 상상할 수도 없다. 책도, 컴퓨터도 없어 바깥 세상 일도 딱히 알지 못한다.


당신이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어떤 아이로 자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을까? 꿈이 있다면 그 꿈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 가정된 상황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에티오피아의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나라의 희망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별다른 꿈 없이, 소망 없이 자라나고 있다.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 담당자로서 아이들의 가정방문을 시작하며 느꼈던 답답한 현실도 바로 이와 같다. 아이들에게 ‘꿈’이 없다는 것이다. ‘네 꿈은 뭐니?’라고 질문하면 물론 대답은 있다.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저는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등등. 하지만 그 이유를 알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이유랄 게 딱히 없기 때문이다. 아님 너무 단편적이거나. ‘그냥 멋있어 보여서요’, ‘돈을 많이 벌어서요’ 등등.

     

처음 가정방문 보고서를 받아봤을 때는 현지직원들이 아이들의 생각을 잘 끄집어 내지 못해 내용이 부실한 건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직접 방문해 아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단순히 직원들의 인터뷰 미숙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정말이지 아이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이는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정형편도 비교적 괜찮고 사립학교도 다니는 메프라에게 물었다.

“너는 네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알고 있니?”

메프라가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다시 물었다. “그래서 알고 있니?”

“아니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대답을 듣는데 마음이 꽉 막히는 것만 같았다. 이 아이는 자신이 귀하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것일까?

 

가정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동행했던 메크혼과 아이들의 낮은 자존감, 꿈 없는 현실에 대해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어린시절이 궁금해졌다.

"메크혼, 너의 어린 시절은 어땠어? 다른 아이들과 비슷했니?"

그렇지 않았다며, 교육자인 부모님께서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늘 응원해주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아이들이 꿈을 꾸도록 돕는 일에 가장 좋은 멘토는 부모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이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먹여 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건 비극이다.


아이들과 그들의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 무엇일까? 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관심이 꿈을 키워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강의 등이 즐비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잘 알려져 있는 MBTI, 애니어그램과 같은 성격검사 프로그램도 에티오피아 내에서는 거의 경험하기가 힘들다. 만약 아이들에게 이런 프로그램들이 제공된다면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참전용사 후손들이 살고 있는 Korean Village 내에는 아디스버한이라는 공립학교가 있다. 이 학교에는 참전용사 후손들을 비롯해 많은 가난한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이곳에 방문하며 인상적이었던 글귀가 하나 있다.


You are Dream of Ethiopia


아디스아바바의 빈민가 중 하나인 한국 마을


작은 불씨 하나라도 그 불씨를 어떻게 지피느냐에 따라 큰 불씨가 될 수도 이내 사그라질 수도 있다. 에티오피아의 아이들이 활활 피어오르는 에티오피아의 꿈이 되길 소망한다.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길 소망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길에 작은 손길이라도 보태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까만 피부를 가진 한국전의 용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