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seul Kim May 11. 2016

아프리카에서 살찌는 이유

6kg 찐 1인의 변


에티오피아에서 2년간 지내며 찐 살만 6kg.

살쪄서 돌아온 내 모습에 놀란 지인들 왈,


"아니 아프리카에 있었다면서 살이 쪄???"


그랬다. 내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심지어 나뿐만 아니라 같이 파견 온 사람들이 다 해냈다. 놀라운가?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를 상상한다면  살찌고 돌아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살았던 내게 그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당연하다면 모를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프리카에서 살찔 수밖에 없던 변을 한 번 시원하게 내질러볼까 한다.


1. 인제라 홀릭


에티오피아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잘 몰랐다. 에티오피아의 주식은 그 이름도 생소한 '인제라(Injera)'다. 한국으로 치면 '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못난 생김새 덕에 걸레빵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세계에서 건강식으로 뜨고 있는 떼프(Teff)라는 곡물이 그 재료이며, 떼프가루를 반죽하고 발효시켜 구워내면 인제라가 짠하고 만들어진다. 떼프 종류에 따라 인제라 색의 진함 정도가 달라지며, 동그란 모양으로 주로 은쟁반에 올려낸다. 시큼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는데, 나는 주 3~4회는 챙겨 먹는 '극호' 부류였다.


인제라와 함께 먹는 반찬을 와트(Wot)라고 하며, 인제라로 와트를 싸 먹는다고 보면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슈로와트(Shiro wot)인데, 가장 기본적인 와트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많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트로는 닭고기로 만들어낸 도로 와트(doro wot)가 있는데 그 맛이 닭찜과 비슷하다. 이 외에도 렌틸콩으로 만든 미스르 와트(Mesir wot), 감자와 양배추 등을 함께 볶아낸 Atakilt wot 등이 있다.


<좌: 슈로와트 / 우: 도로와트(출처:https://ethiopianfood.wordpress.com/2013/12/01/exploring-doro-wot)>


또한 염소/양/소고기 등을 볶아낸 뜹스(Tibs)와 그 고기를 전통 화로인 샤클라에 구워낸 샤클라 뜹스(Shekla Tibs), 육회처럼 생고기를 조각내거나 잘게 다져 먹는 끗포(Kitfo), 콜라드그린이라는 채소와 고기를 볶아낸 고멘스가(Gomen Sega) 등 다양한 음식을 곁들일 수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베야이네투(bayeynetu)인데, 다양한 채식 메뉴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좌: 베야이네투 / 우: 샤클라뜹스 (출처:http://www.kobelindustrysc.com/?page_id=2505)>


인제라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한 때 에티오피아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인제라는 배우기 어려워서 패스). 내가 배웠던 건 슈로와 뜹스, 그리고 한국의 볶음밥 마냥 인제라를 양념에 볶아낸 프르프르(Firfir)였다. 음식을 만들며 가장 놀랐던 점은  모든 메뉴에 기름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는 거다. 정말이지 기름을 들이붓는다. 허풍 살짝 보태서 에티오피아 음식 대부분이 기름 덩어리다. 가정 방문을 갈 적에 현지 직원이 선물로 기름을 추천하곤 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이러니 살이 안 찔 수 있을까?



2. 한식, 먹을 수 있을 때 먹을 수 있는 양 이상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한국 음식다운 한국 음식을 먹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로는 '재료'와 '음식 실력'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재료의 경우 한국과 음식 문화가 달라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제한적이다. 가령 돼지고기만 하더라도 에티에선 문화적인 이유로 먹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있을 적엔 밤비스라는 외국인 마켓에서 구입하곤 했는데, 그것도 정식으로 파는 게 아니라 고기 냉동창고 아저씨들에게 돈을 딱 찔러줘야 살 수 있는 정도였다. 게다가 된장이며 고추장, 고춧가루, 멸치, 미역, 다시마 등등 한식에 필수적인 재료도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야 했다.


음식 실력이야 뭐 너무 뻔하지 않은가. 뭐 요리사가 매번 번드르르한 한식을 해줄 리가 없으니..  집에서 밥 한번 해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돌아가며 밥을 하니, 게다가 재료까지 빈곤하니.. 할 수 있는 음식이야 뻔했다. 계란 프라이, 감잣국, 호박전, 감자볶음, 참치 볶음, 콘치즈 등등. 아무리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 있어도 재료가 제한적이니 실력 발휘를 마음껏 할 수도 없다.

일년에 한 두 번 먹을 수 있는 분식은 최고의 만찬


그러니... 마음에는 늘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쌓인다. 그리움이 쌓여 한 번은 시를 쓰기도 했다.


에티음식 맛있다기로소니 한국음식 비할소냐
그리운 마음 더해지니 애간장마저 녹아드네
순댓국 한 숟가락이면 모든 피로 날아갈 듯도 한데
주는 이 없으니 처량함만 깊어지네  

- 순댓국을 그리는 시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거기도 한국식당이 있지 않느냐고. 물론 에티오피아에도 한국식당이 있다. 하지만 종류가 제한적인데다 가격도 비싸다. 만족스럽게 먹으려면 1인당 만 오천 원~2만 원 정도가 든다. 한국이라도 비싼데, 에티오피아 물가에 비하면 그 체감 가격이 더욱 비싸다. 그 돈이면 현지 음식을 5~8번은 족히 먹을 수 있으니..

한국식당 대장금

때문에 한국식당은 자주 가지도 않을뿐더러, 간다면 아주 작정을 하고 간다. 오늘은 내가 한국음식을 풍족히 아주아주 즐겁게 먹으리라. 고로 가면 배 터지게 먹는다. 3명이 가도 4~5인분은 시켜서 먹고, 회식이라도 있는 날엔 정말 목구멍까지 차도록 먹는다. 한 번은 공짜로 삼겹살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토하도록 많이 먹어, 밤에 토를 한 적도 있다.(그 뒤로 삼겹살만 보면 속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에티오피아에선 늘 한식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다고. 그래서 볼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먹어댔다고. 그래서 살이 쪘다고..



3. 외식 선택권=고칼로리 식단


지금까지 현지 음식과 한국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그 외에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논해보겠다. 한국에선 외식을 나가면 먹을 수 있는 종류가 참 많다. 한식만 해도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고, 중식, 일식, 베트남식, 양식,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채식, 간식 등등등. 아마 수천 가지는 될 거다. 기분에 따라 입맛에 따라 초이스가 다양하다.


에티오피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정말 제한적이다. 정말.. 외식할 맛이 안 난다. 특히 뭔가 색다른 먹고 싶을 땐 더더욱. 여튼 에티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위에서 언급했던 현지식, 그리고 가장 자주 먹을 수 있는 피자와 햄버거(그 맛도 형태도 가게마다 거의 비슷하다), 좀 돈 있을 땐 스테이크나 한식, 중국집 정도다. 일식집도 있긴 하지만 에티오피아가 내륙국가인 탓에 생선류가 비싸고 맛도 별로 없다. 게다가 아디스아바바에 있던 유일한 일식집은 전문적이지도 않았다..

아디스아바바에서 제일 맛있는 햄버거집! 시슈버거

그래서 외식을 할 때 우리의 메뉴는 늘 비슷했다. 햄버거나 피자, 스테이크 등. 듣기만해도 기름지지 않은가. 게다가 이 모든 음식을 먹을 때면 항시 탄산음료를 곁들이곤 한다. 


고로 우리의 식단은 늘 고칼로리였다.





어떤가. 지금까지 줄줄줄 적은 내 글이 좀 설득력이 있는가? 이젠 살찌는 이유가 좀 이해가 가는가?


뭐 아니더라도 어떤가. 이미 살찐 몸인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You are dream of Ethiopi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