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seul Kim Jun 26. 2016

별 헤는 밤

아프리카의 별밤

당신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밤하늘의 별을 보는 순간이라고 답할 것이다.

별 헤는 밤.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낭만적이지 않은가!


별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우울 속을 헤집었던 스물넷의 어느 날, 우연히 바라본 하늘의 총총한 별들이 내게 어마어마한 위로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곤 했다. 


하지만 지상의 불빛이 하늘의 별빛을 몽창 빼앗아 간 한국에선 밤하늘 가득한 별을 보기란 쉽지 않다. 일등성 한 두 개가 눈에 띌 뿐. 그게 늘 내게 아쉬움이었다.


그런 나였기에, 에티오피아로의 파견은 곧 마음껏 별을 볼 수 있다는 환호성 넘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별을 원 없이 보았냐고?


지금 이 글은 아프리카에서조차 별을 마음껏 보지 못한 운 없는 인간의 한풀이 글이다.

그랬다. 나는 정말이지 아프리카에 가면 별을 마음껏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냥 몇 개 박혀있는 그런 별 말고, 쏟아질듯한 그런 별!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했고-


상상 속의 아프리카 별빛. 상상은 상상일 뿐


하지만 내가 살던 아디스아바바는 도시였던 탓에 하늘 가득한 별을 흔히 볼 수 없었다. 물론 한국보다야 사정이 나았지만, 내 기대를 충족하기엔 378% 부족했다. 게다가 5~9월까지 우기라도 오면 늘상 구름이 끼어 별 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 내가 그나마 좋아했던 날은, 정전이 된 날이었다. 사방이 깜깜해진 덕분에 별이 더 반짝반짝 빛났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면 베란다에, 마당 벤치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운 좋았던 날엔 별똥별을 보기도 했다!(유레카!)


물론 빛 공해가 적은 지방에선  쏟아지는 별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행 때마다 비와 구름을 몰고 다닌 내게는 그 기대조차 사치였다.


한 번은 '딜라'라는 지방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땐 한창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기라 정말이지 하늘 가득한 별이 너무 보고 싶었다. 별만 본다면 진심으로 다 괜찮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분명 어제까진 맑았던 날씨가, 구름이 스멀스멀 끼기 시작하더니 밤엔 하늘을 전부 덮어 버렸다. 


그 덕에 별은 무슨, 별 손톱도 볼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구름 사이로 보이는 쪼매난 별 보겠다고 말라리아 지방에서 야외 벤치에 그대로 누워버린 건 20대의 객기였고. 숙소를 내주셨던 선교사님께서 저러다 말라리아 걸리는 거 아니냐며 내 걱정하셨을 정도니..


다행히 말라리아에 걸리진 않았다. 다만 여행 3일 내내 별 없는 밤하늘에 실망했을 뿐.

집에 가는 날 날씨가 개었더라나.


한 번은 랑가노에서 3시간 동안 보름달만 본 적도 있다. 별 보러 갔더니 보름달과 구름만 몽창있었다나.. 북부여행을 갔을 때도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올 듯 구름이 아주 잔뜩 끼어주시기도 하고... 무튼 여러모로 나는 별을 보는 데 있어서는 운이 없었던 게 확실하다.


                                                   <기상악화와 구름 낀 날은 내 친구. 구름구름한 날씨들>


그렇게 운 없던 내가 만족할 만큼 별을 본적이 딱 한 번 있다. 바로 다나킬이라는 지역에 여행 갔을 때다. 활화산을 보러 오르던 산에서 사방이 깜깜해졌던 그 순간, 그 별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눈물이 날만큼 행복했다. 물론 이 기쁨도 보름달이 떠오르며 금세 마감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그 기억이 있는 게 참 감사하다. 에티오피아에서 2년 간 있으면서 딱 한 번이었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378% 아쉬웠던 에티오피아의 밤이 그리울 만큼 적은 별들이 내 눈을 채운다는 게 너무나도 아쉽지만. 언젠가 별 빛 아래서 잠을 이루는 날도 오겠지라고 소망하며-


한풀이 끝.





'일 년 후 쓰는 에티오피아 이야기'  매거진 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쌈닭이라 불러주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