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seul Kim Apr 02. 2017

월드클래스 어깨춤

에티오피 노래는 우리나라 트로트마냥 흥겹고 촌내가 폴폴 난다. 팝, R&B, 가요 등에 익숙해졌다면 그들의 가락, 꺾기 창법은 더더욱 촌내의 완결판을 보는 듯 할텐데. 희한한 것은 모든 촌스러운 것들이 그러하듯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다는 데 있다.



그들의 노래를 그다지 즐겨 듣진 않았지만서도 그들의 춤만큼은 내게 월드클래스였으니, 그중의 제일은 바로 'Eskista(어깨춤)'이라 하겠다. 암하라, 곤다르 등 에티오피아의 북부지역에서 유래된 춤인데, 어깨 탈골이 우려될 정도의 강렬한 바운스와 떨림, 밀땅을 하는 듯한 강약 조절이 눈을 사로잡는다. 나로서는 어떻게 저렇게 출 수 있나 싶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코찔찔이부터 지나가는 거지까지 출 수 있는 춤이라나 뭐라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보고 시작하자.


출처: https://youtu.be/KFuYTf_YRds


이 영상을 보고 두 가지 탄성을 내지를 것을 예상해본다. 하나는 '정말 어깨가 탈골될 정도의 강렬함이군!!'이라는 놀라움의 탄성! 다른 하나는 '뮤직비디오 참 촌내 폴폴 나는군'이라는 안타까움의 탄성!


주거지 한복판, 창고 앞, 들판 등 온갖 곳에서 찍어댄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창의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알 수 있다. 그 소품도 다양한데, 내가 본 것만 볏짚, 총, 막대기, 바구니... 마냥 귀여울 뿐.


근래 나름 현대화되서인지 해외 로케이션 가서 뮤비를 찍기도 하는 것 같은데...  특유의 가락을 만나는 순간 해외 로케가 무색해지는 이유는 뭔지... 아래 영상은 무려 영국에서 찍었다고 한다.

출처: https://youtu.be/akM4lLPd50E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어깨가 들썩여진다면, 묘하게 빠져드는 에티의 매력 탓일 것이다. 그 매력 탓에 '어깨춤 배우기'는 나의 버킷리스트 상단에 자리했었다. 그걸 왜 배우고 싶어 하냐며 주변 사람들의 비웃음도 샀지만, 한국 돌아가서 써먹을 장기 하나쯤은 만들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 이유는 더 큰 비웃음으로 돌아왔지만.


물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배.웠.다.

개인 교습 선생님 찾는다고 에티오피아 전통식당 댄서도 컨택해보고 수소문 끝에 춤 좀 춘다는 분도 소개받아서 면담까지 했는데 결론은 불발. 강습 장소를 조율하다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해버렸는데 사실 이게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다. 왜 나의 뒷심은 이리도 약했던가-

선생님이 될 '뻔'한 춤 좀 춘다는 그분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꼭 배워서 월드클래스 어깨춤 좀 뽐내보고 싶다.

혹시라도 '월드클래스'라는 단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비욘세의 'Run the World!! 49초부터 보시라!

출처: https://youtu.be/VBmMU_iwe6U


무려 월드스타까지 따라 추는 춤이다. 이젠 좀 근거가 생겼나?


Anyway 오늘은 어깨 좀 흔들다 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티오피아 사진 일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