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폴 탐롱라타나릿(Nawapol Thamrongrattanarit)
Q. 68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포럼 섹션에 작품을 선보였다. 어떤 기분인가?
A.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작품이 선정되어 보여 줄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은데, 작업을 보여 줄 수 있어서 우선 매우 기쁘다. 사실 10년 전에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Berlin Talents>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공식 섹션인 포럼(Forum)에 작품이 초청받았다. 이제야 진정한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Q. 제목이 약간 섬뜩(?)하다. <Die Tomorrow>는 어떤 작업인지 간략히 설명해달라.
A. 기존의 일차원적 서사 구조의 영화가 아닌 픽션, 인터뷰, 음성 녹음, 비디오 푸티지 등을 포함한 다채로운 형식의 영화이고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또한, 관객들에게는 그들의 입장에서 죽음과 삶 그리고 현재의 주변 관계를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Q. 어떤 계기로 죽음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진 건가?
A. 최근 주변 지인들의 안 좋은 소식을 접하고 장례식을 갈 일이 많았다. 눈앞에 펼쳐진 죽음의 풍경을 보면서 어릴 적 마냥 먼 것으로만 여겼던 죽음이 사실은 엄청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서 뉴스에서 몇 명이 사고로 죽었다. 어떤 아이가 죽었다. 누가 자살했다. 등의 소식을 들을 때면 그 사람들이 죽기 전날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게 됐다. 아마 평범한 일상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Q. 영화를 보면서 어떤 장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오가는 느낌이다.
A. 영화 속에 등장하는 6개의 상황은 픽션이지만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관객이 영화를 보고서 픽션이 아니라고 착각하기를 바랐다.
Q. 영상 이미지와 함께 죽음과 관련한 통계 자료, 인터뷰, 뉴스 자료 등 꽤 다양한 매체가 혼합되어있다. 이는 영화에서 보이는 여섯 개의 상황을 더욱 실제처럼 보이기 위한 장치인가?
A. 영화 속에서 보이는 각각의 상황이 다루고 있는 죽음의 이야기와 더불어 영화 전체의 맥락을 하나로 이어주는 링크(Link)와 같은 역할이다.
Q. 다양한 요소를 혼합해서 그런지 영화 영상이라기보다는 현대 미술의 영상 작업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A. 사실은 이 작업을 갤러리에서 다채널 영상으로 선보일 계획을 했었다. 물론, 영화관의 스크린을 통해서도 보여줄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시네마에서 작업을 우선 보여주게 됐지만, 차후에 기회가 된다면 갤러리 공간에서도 작업을 선보이고 싶다.
Q. 영화의 시작부터 끝이 날 때까지의 시간 동안 계속해서 몇 명이 동시에 죽어가는지 그 숫자를 보여주는데, 어떤 의도인가?
A. 영화 속에서 죽음의 숫자와 더불어 시간을 쟀다. 이 시간은 실제 영화 런닝타임과 똑같은데, 영화를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는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죽음이 더 가까이에 있고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졌으면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죽음과 삶에 관해서 한 번쯤 이야기 나눌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Q.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죽음이라는 소재가 지닌 어두움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는지?
A. 시나리오를 쓸 때는 그런 부분에 영향을 받은 게 없진 않았지만,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서는 마치 기계적인 시스템처럼 중립의 감정을 가지고 임했다.
Q. 죽음에 관한 다양한 상황, 감정, 모습을 영화에 담았는데, 감독 본인은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두려운 감정을 가지는지? 혹은 앞서 말한 대로 중립의 감정을 가지는지?
A. 만약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시간이라면 약간은 무서울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면서 죽음에 관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조금 더 그 두려움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 질문으로는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하다.
A.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드라마와 로맨스 장르를 준비 중인데, 천천히 작업 할 생각이다. 우선은 영화제를 마치고 다시 태국에 돌아가서 스튜디오 작업부터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