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욱 Nov 27. 2023

'좋은 브랜드'란 무엇일까?


세계 최고로 좋은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일까

(출처 : 인터브랜드 홈페이지)

매년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에서는 각 브랜드에 가치를 매겨 '글로벌 100대 브랜드' 등수를 발표한다. 매년 이쯤 되면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삼성전자, 브랜드가치 118조 원... 글로벌 탑 5'같은 기사는 바로 인터브랜드의 평가 순위를 옮긴 것다. 


누구나 좋은 브랜드로 손꼽는 애플은 올해도 1등을 차지했고, 브랜드 영역에서는 항상 절대강자로 얘기되는 코카콜라, 나이키는 이번에도 Top 10안에 들었다. 사실 이 브랜드들은 누구 하나를 뒤에 놓기 어렵게 모두 훌륭하고 '좋은 브랜드'들이다. 이들 모두를 '좋은 브랜드'라고 했을 때는 어떤 브랜드가 '가장 좋은' 브랜드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매출액이 가장 크면 가장 좋은 브랜드 일까? 아니면 럭셔리 브랜드처럼 사람들로부터 선망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브랜드면 가장 좋은 브랜드일까? 도대체 뭐가 '가장 좋은'의 기준이 되는 걸까


좋은 브랜드와 가장 좋은 브랜드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좋은 브랜드'의 기준을 매출 순으로 설정한다면, 애플보다 월마트가 더 좋은 브랜드여야 한다. 특히 매출액 기준에서는 코카콜라나 나이키를 세계 최고의 브랜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IT회사, 정유회사, 제약회사 등 세계의 모든 회사로 넓혀서 비교하면 나이키, 코카콜라의 매출 순위로는 Top10은커녕 Top50에도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 잘 느끼고 있듯이 매출을 많이 올리는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브랜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코카콜라와 나이키는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순위에서 10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오직 매출만이 기준이라면 매출액 약 24조 원의 유니클로가 약 16조 원의 에르메스보다 더 좋은 브랜드라고 말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브랜드'의 기준을 보통사람이 가지기 어려운 선망하는 '있어보이니즘'을 갖춘 브랜드는 아닐까.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 루이비통은 인터브랜드 브랜드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했다. 역시 자고로 가장 좋은 브랜드라함은 '있어보이니즘'의 최고봉인 럭셔리브랜드라고 생각해야 할까?


여게서 재미있는 점은 버거 세트 하나에 만 원이 되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맥도널드의 브랜드 순위(11위)가 가방 하나에 수백만 원을 우습게 넘기는 루이뷔통보다 더 높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망하고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더 좋은 브랜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과를 깊이 있게 들여볼 수록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브랜드 순위의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가장 좋은 브랜드의 기준, 그리고 나만의 기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전문 회사인 인터브랜드는 오랜세월 자신들만의 기준을 구체화하며 종합적인 브랜드 평가 기준을 만들어 왔다. 인터브랜드에서는 '좋은 브랜드'의 기준을 찾기 위해서 브랜드의 전략, 차별성을 포함한 브랜드 경쟁력뿐만 아니라 재무성과까지 종합해서 브랜드를 평가하고 있다. (인터브랜드 기준 자세히 보기)


물론 그들만의 기준만이 세상의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를 위해 오늘의 이야기를 조금 더 나아가자면 인터브랜드의 기준을 참고삼아 우리만의 기준까지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평가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브랜드를 인식하는 방식은 크게 바뀐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 인식의 기준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막연하기만 한 '좋다'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의 기준은 '가치의 선명성과 시장성'이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좋은 품질이나 합리적인 가격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사회적 역할’ 또한 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를 알아보는 눈 밝은 소비자들은 이를 제대로 수행해 내는 브랜드를 찾아내 '돈쭐'낼 준비가 되어 있으며, 우리는 그 사례들을 아주 익숙히 잘 알고 있다.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좋은 브랜드’란 단순히 매출을 극대화하는 브랜드나 단순히 소비자에게 ‘있어보이니즘’만을 선사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의 기준 첫 번째는 우리 사회가 보유한 어떠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특정한 가치를 뚜렷하게 추구하는 브랜드라고 믿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브랜드의 시작이 되어야 하며, 문제의식이 뚜렷할수록 브랜드의 행보에 일관성이 생기고, 보다 적극적으로 타깃 소비자인 눈 밝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의 두 번째 기준은 명확한 브랜드 가치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시장가격, 제품 퀄리티, 디자인, 마케팅전략, 포지셔닝 등을 고민해서 다른 브랜드들과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시장성이다


충분히 좋은 브랜드라면 특정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소구 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소비자가 특정 사회 문제에 공감해서 특정 브랜드를 소비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장타깃 소비자에게는 그 브랜드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기준에서 이 둘 모두를 충족하는 좋은 브랜드의 좋은 사례는 성심당, 파타고니아다. 이 둘은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분명한 가치를 추구하며 기업활동을 해왔다. 성심당은 '아무리 매출이 오르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서로 미워하고 무관심하다면 성심당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그 무엇보다 핵심가치인 '사랑'을 지켜오고 있으며,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모든 기업의 의사결정에 '환경'이 최우선인 브랜드다.


이 두 브랜드는 시장성도 선명하게 갖추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성심당의 사랑과 파타고니아의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편하게 소비에 동참할 수 있다. 성심당은 튀소와 같은 그곳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맛있는 빵', 파타고니아는 제대로 된 한 벌만 있으면 여러 벌이 필요하지 않은 '튼튼한 옷'이라는 충분히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시장성'을 갖추고 있기에 그 누구나 이들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다.


성심당이나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는 IT 스타트업 같은 폭발적인 성장이나 빠른 J커브를 그리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뚜렷한 가치를 오랜 세월 동안 단단하게 그리고 재무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쌓아오면서 탄탄하게 확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내게는 이런 기준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브랜드라면, 매출이 크지 않더라도 분명히 좋은 브랜드이며, 누구나 선망하는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어도 좋은 브랜드이다.


조수용이 말하는 필요한 세 가지 기준 '가치, 시장에 대한 이해, 자본'

물론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좋은 가치를 추구하는 좋은 브랜드만 만들어 내놓으면 '눈 밝은 소비자들이 돈쭐을 내주며, 우리 비즈니스도 더 커지고 이 중요한 사회 문제가 다 해결되겠지'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덤비기엔 세상은 냉혹하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도 거대하다.


카카오 대표를 지냈던 조수용 매거진 B 발행인은 "좋은 브랜드는 감각 있는 사람이 시작하지만 돈을 가진 자본이 결국 만든다"며 "오너의 그릇을 가진 의식 있는 자본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 적 있다. 그가 말하는 감각이란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과 세상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균형감각"을 의미한다.


결국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분명한 가치,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시장에 대한 감각, 그리고 시장에서 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적절하게 가닿을 수 있도록 하는 자본, 특히 브랜드의 진심이 닿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느린 자본'이 필요하다.


참 좋은 얘기긴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어려운 얘기다. 특히 모든 자원이 열악한 스몰 브랜드나 스타트업, 로컬 브랜드에게는 더더욱이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자세는 ‘문제가 너무 많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지도 모르겠으니 그저 포기하겠다’는 자세보다는 ‘그렇다면 나는 작더라도 이런 식으로 시도해 보고 기여해 보겠다’는 자세일 것이라고 믿는다.


최고의 불평은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덜 여문 생각이기에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계속 생각이 덧칠될 테지만, 우리가 옳다고 하는 한 걸음을 내딛고 싶다. 그게 브랜드를 공부하고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일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어도 속이진 않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