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과 도·시의원 등 지역 일꾼, 총 4125명을 뽑았다. 지방 선거철이 되면 광역의회 의원, 기초의회 의원이 되고자 다양한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진다. 그러나 생각보다 당선의 길은 멀다. 단기간에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힘들다.
그 험난한 길을 은퇴 후 나름 빠르게 헤쳐나와 시의원에 당선되었고, 평의원과 상임위원장을 거쳐 6년 만에 의회 최고위직인 의장 자리에까지 오른 경기도 부천시의회 김병전 의장(66세)을 11월 초 만났다. 40년 가까운 직장생활과 6년의 의정활동을 통해 본 인생은 결국 사람 관계로 엮여 있으니 내 관계를 잘 돌아보고 성장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글쓴이 말)
▷ 1977년 6월 1일 경기도 부천시 심곡2동사무소 신규 임용
▷ 2017년 4월 1일 부천시 명예퇴직(원미구청장, 의회사무국장 역임)
▷ 2018년 6월 13일 제8대 부천시의회 시의원 당선(재정문화위원장 역임)
▷ 2022년 6월 1일 제9대 부천시의회 시의원 당선(재선)
▷ 2024년 6월 28일 제9대 부천시의회 후반기 의장 당선
▲ 부천시의회 김병전 의장
▶ 은퇴 후 소감은?
"퇴직 후에 시의원 출마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은퇴했다는 생각조차 못 했어요. 시의원 생활을 초선, 재선 두 번을 했으니 은퇴 후 8년을 더 한 거잖아요. 제2의 인생을 비교적 재미있고 보람있게 한 거죠. 은퇴 후 8년을 전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아요. 의회 최고위직인 의장 직위까지 올라오기도 쉽지 않지요. 제 나름대로는 제2 인생이 성공한 거죠.
시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을 할 때는 의회로부터 모든 것을 승인받고 집행해야 하잖아요. 의회 승인을 못 받아 벽에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제가 시의원이 되고부터는 양자 간 가교역할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주기도 했어요. 후배 공무원들이 처음에는 조금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가교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오히려 후배 공무원들이 더 오래 하라고 하더군요. 의회 와서 마음 놓고 얘기할 상대가 생겼다는 거지요. 반대로 동료 의원들은 제가 시 집행부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집행부 위원장이 아닌 의회 재정문화위원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할 때도 있었어요. 저는 어느 편도 아닌 저 스스로가 옳다는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건데 오해를 한 거죠. 공무원 출신이기에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어느 쪽도 서운하지 않게 설득하고 설명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 시의원 꿈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계셨나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퇴직 전부터 하고 싶었던 게 테니스였어요. 퇴직 후 '테니스 아카데미'를 설립해서 훌륭한 테니스선수를 양성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 첫 씨앗인 단체 설립을 완료해서 기초를 닦아줬죠. 현재는 테니스협회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아카데미에서 애들이 처음에는 취미로 운동하다가 자질이 있으면 정식 선수로 뛰게 되죠. 지자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으니까 굉장히 인기가 좋아요.
시의회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우리 지역 국회의원 한 분과 친분이 있었는데 퇴직 후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때에 그분과 담소를 나누다가 시의회에 들어가서 같이 주민들을 위해서 봉사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며 시의원 출마를 제안하셨어요. 저도 4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았으니, 이제는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해서 제의를 받아들였죠. 근데 그 당시만 해도 시의원이 되면 공무원 퇴직연금이 안 나왔어요.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제가 좋아하는 국회의원도 도와드릴 수 있고 지역주민들께도 40년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민원을 바로바로 처리해줌으로써 봉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인터뷰하는 김병전 의장
▶ 시의원 출마 제안을 받았을 때 심정은 어떠셨나요?
"굉장히 망설였어요. 왜냐하면 현직 공무원들이 모두 후배잖아요. 후배 공무원들하고의 관계에서 민폐가 되지 않을까, 구청장까지 한 사람이 무슨 시의원이냐, 과한 욕심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제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 부분에서 선후배 공무원들 여러 명으로부터 여론 수렴을 했었지요. 공무원 출신들이 오랜 행정 경험을 살려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얘기에 용기를 얻어서 출마하게 되었어요."
▶ 가장 힘든 일이 있었다면?
"의정활동 중에 다른 것은 그동안 몹시 어렵게 생각한 건 없었는데 의장 경선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선거도 특히 의원들 간에 하는 당내 선거가 제일 힘들고 어려워요.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 나와 더 마음이 맞는 사람,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내가 지지하는 거지 그 사람이 싫어서 지지하지 않는 게 아니거든요. 경선 과정에서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 전통시장 현장을 찾은 김병전 의장
▶ 제9대 의회 임기가 끝나면 제10대(2026년)에도 도전하실 건가요?
"이번 임기 끝나면 마무리해야죠. 평의원, 상임위원장(재정문화위원장), 최고위직인 의장까지 했으니, 나이도 들고 오래 할 생각은 없어요. 2026년 6월 말까지 임기가 만료되면 70세 가까이 되니까 편한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정활동 때문에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게 마음이 아파요. 가족들과 여행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려고 해요. 아내와 함께 문화생활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노후를 즐길 생각이에요. 그리고 테니스 아카데미에 대한 애착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제가 직접적인 관여는 안 하더라도 뒤에서 후원하는 등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에요."
▶ 수입은 어느 정도 되시는지?
"2018년도에 처음 시의원이 되었을 때는 공무원 퇴직연금이 안 나왔어요. 2023년 6월 말까지 안 나오다가 누군가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7월 1일부터 나오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살기가 좀 괜찮아요. 연금을 못 받은 5년 6개월 동안은 아주 힘들었어요. 아내와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했지요. 현재 의원 보수와 공무원연금 모두 합하면 연봉 700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 은퇴하시고 두 분 월평균 생활비는 얼마나 되시나요?
"기본 생활비는 300만 원 정도 들어가겠지만 의정활동을 하려면 아주 부족해요. 의정활동 경비까지 포함하면 600만 원 정도 들어갈 거예요. 적자지요. 여유는 없지만 누구한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는 있으니 다행이지요."
▲ 부천시의회 김병전 의장
▶ 시의원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먼저 시의원은 지역주민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해요. 지역주민이 누가 됐든 간에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야 해요. 더 나아가서 내가 출마하고자 하는 지역에 당원 모집을 많이 해야 하니까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당원이 많아야 해요. 직장인이나 공무원 퇴직자들이 시의원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 저처럼 지구당 차원에서 지원받기 전에는 거의 못 한다고 봐야 해요. 기존에 터를 단단히 닦으면서 준비한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기에 그걸 이기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기존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당비를 내는 당원을 모집하는 거예요. 당비는 최소 1000원부터 그 이상은 본인 희망에 따라 더 낼 수 있어요. 내 지역구에 당비를 내는 당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거죠.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 2년은 활동해서 지역주민들을 사귀고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런 작업을 하루 이틀 해서는 안 되잖아요. 1년으로는 부족해요. 최소 2년은 부지런히 뛰어야 해요. 공무원 출신 모 의원도 퇴직하고 바로 출마했다가 떨어지고 4년 후에 됐잖아요. 당원 모집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 은퇴를 앞둔 인생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한 가지만 얘기할게요. 어떤 한 사건에 대해서 일희일비하지 말아라. 긴 안목으로 미래를 생각해서 행동하라는 겁니다. 직장 생활하는 동안 여러 번 인사 발령이 있을 텐데 그때 한 번 잘못됐다고 거기에 불평불만을 가지면 안 되고 왜 그렇게 됐는가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아야 합니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원인을 점검해 보세요.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좌천된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불평불만 토로하지 않고 좌천된 부서에서 부서장의 관심사에 더 집중해서 열심히 일했어요. 부서장이 저를 엄청나게 많이 도와줬어요. 그뿐만 아니라 행운이 따라주어서 그런지 지역주민들과도 잘 지내니까 또 거기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여럿 계셔서 이후에는 일이 잘 풀렸어요. 내가 만나는 사람과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해서 친밀한 관계로 만들어갈 수 있느냐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결국에 인생은 사람 관계거든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오마이뉴스(사회면),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49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