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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 우연히 발견한 산삼, 내 인생이 바뀌었다

[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산삼 채취 강인진 약초관리사

by 김부규
◈ 강원도 광산업체 총무직 7년 근무, 27세~40대 중반 중소기업 경리 책임자
◈ 40대 중반~50대 초반 'QS' 사진 현상 및 인화 전문 사진관 개업. 사진작가 활동
◈ 50대 초반 산삼 채취 시작. 산삼, 상황버섯, 하수오 등 희귀 산야초 채취
◈ 자격 : 약초관리사 2급(2019년), 귀건강생활지도사 2급(2024년)
◈ 수상경력 : 제1회 송파구 사진공모전 '대상'(1993년), 제2회 공모전 '동상'(1994년)


언젠가 전문적으로 산삼을 캐러 다니시는 분을 인터뷰하고 싶었다. 우연히 어떤 사진관 앞을 지나다 산삼 사진 여러 장이 전면 유리창에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여기다' 하는 생각에 자료를 준비해서 며칠 후 찾아갔다. 초면인지라 바로 승낙할 리가 없었기에 삼고초려 끝에 승낙을 얻어냈다. 귀한 영물로 취급되며 비싼 값에 팔리는 산삼을 채취하시는 약초관리사이자 사진관을 운영하시는 강인진(73) 선생님과 지난 5월 하순 인터뷰했다. 70대 초반이지만 활력이 넘치신다. 간단치 않은 인생길에 숨은 고수의 지혜를 하나둘 들어보자.


강인진 3-1-1.jpg 인터뷰하시는 강인진 선생님


- 70대 초반인데 현재까지의 삶에 대한 소회 한 말씀.


"제가 60세쯤일 때 어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시고 6개월 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시고 아버지(99세)까지 돌아가셨어요. 저는 정신적인 충격이 컸었어요. 50대 초반 산삼을 캐기 시작하면서 두 분께 많이 가져다 드렸는데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오래 사신 거죠. 아버지의 영향도 많았지만, 장애가 있는 큰아들과 교통사고로 다친 작은아들 때문에 제가 엄청나게 강해진 거예요. 아내도 힘드니까 우울증이 왔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뭔 생각을 했겠어요? '내가 무너지면 우리 집 다 무너진다, 내가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병원 임상병리사인 늦둥이 딸을 7년 동안 조기 출근시키는데 지각 한번 안 했어요. 제 머릿속에는 가족으로 꽉 차 있어요. 가족뿐만 아니라 현재 저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부지런한 편이죠.

나이 들면 건강관리가 가장 큰 관심사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테니스, 골프 배운다고 하는데 저는 산에 다녀요. 새벽 2~3시에 출발해서 동쪽 강원도로 가요. 여명에 산에 오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온몸에 쭉 올라오는 걸 느껴요.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어요. 산에 혼자 갔을 때 큰 바위나 아름드리 소나무가 앞에 쫙 펼쳐져 있는 걸 보면 자신의 아만(我慢[불교 용어], 자만심)은 없어지고, 대자연 앞에서 겸손과 정직한 마음으로 '나도 자연의 일부다' 생각하고 자연 속을 돌아다니면 근심, 걱정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요."


두 아름드리 나무, 산삼 채취 1280.jpg 쉽게 볼 수 없는 두 아름드리 소나무를 보면 경건한 마음까지 생긴다고 한다. / 강인진 선생님께서 4구(가지 4개) 산삼을 채취하는 모습이다.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산야초 채취 일을 하게 되셨나요?


"사진작가니까 사진 찍으러 많이 돌아다녔어요. 사진전에 출품하기 위해서 또 태백산 설경도 찍으러 다니면서 산에 많이 갔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산삼을 본 거죠. 서너 명이 사진 촬영팀으로 산행하고 내려오다가 급한 용무를 보려고 산길 옆쪽에 사람을 가려줄 만한 곳까지 들어갔죠. 화장실이 아니고, 산속에 그냥 쪼그려 앉았어요. 제 앞 조금 떨어진 곳에 TV에서 눈여겨봤었던 빨간 열매가 달린 잎이 나와 있더라고요. 그 잎사귀를 하나 뜯어서 씹어보니까 인삼 같은 맛이 나고 냄새도 비슷했어요. 손으로 조심스럽게 뿌리까지 파서 한 8개를 캐왔죠. 그게 인연이 된 거예요. 그 후 누구한테 배우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익히고 습득한 거예요. 인터넷도 보고 책도 사보면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죠."


20250526_103115 1280 축소2.jpg 40~50대 사진관 운영 때 왕성한 작품활동의 성과다. 제1회 서울 송파구 사진공모전 '대상' <세월>


- 산야초 채취 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산에 오를 때 등산 코스로 가는 게 아니고 악산(岳山) 계곡이나 길이 아닌 곳, 남이 안 가는 데를 가요. 겨울에는 주로 상황버섯 채취하러 가고, 나머지는 산삼 캐러 다녀요. 산행하면서 산삼 등 산야초를 캐오는 것도 있지만,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산삼씨도 여기저기 뿌리기도 하고 다양한 약초씨도 뿌려주고 있어요.


20250526_115526 산삼씨 1280.jpg 산삼씨. 강인진 선생님께서 산행할 때 산삼 자생지에 뿌린다고 한다.


아무 산이나 올라간다고 해서 산삼이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산세와 방향도 있고, 수목 분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파악해야 하고, 산의 생김새가 어떤지도 알아야 하거든요. 숲도 나무 종류와 방향 이런 게 다 종합적으로 맞아야 해요. 그래서 리더가 중요해요. 산삼이 자생하는 곳에 가서 찾아야지 뭐라도 나오지 않겠어요. 산에 많이 다니면서 겪어봐야 그런 것들이 보여요. 숲은 물 빠짐이 좋아야 해요. 물이 있는 데는 삼이 썩어요. 또 숲에 침엽수, 활엽수(참나무, 박달나무 등)가 혼합돼야 하고 침엽수(소나무)만 있는 데는 절대 삼이 못 커요."


자격증 2개 1280 축소.jpg 약초관리사와 귀건강생활지도사 급 자격증을 최근에 취득하셨다. 뭘 하더라도 대충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신념이 그대로 나타난다.


- 연세에 비해서 굉장히 젊어 보이시는데 특별한 건강 비결이 있으신지?


"부지런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있어요. 지금도 제기차기하는 이유가 골반 같은 곳이 부드러워져서 산에서 넘어져도 안 다쳐요. 그리고 산에 오르내릴 때 심마니용 지팡이에 많이 의지해요. 그러니까 팔, 다리 근육이 아직도 짱짱해요. 최소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산에 가야 내 몸 리듬이 안 깨져요. 건강관리라고 할 만한 특별한 거는 없지만 그냥 부지런히 움직이는 거예요. 여기서도 제기차기하다가 스트레칭하고 항상 꼼지락거려요."


20250526_112146 팔 다리 근육.jpg 70대 연세에 비해 짱짱한 팔, 다리 근육이다. 평소 건강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라고 한다.


- 산삼 캐시고 나서 보람 있는 일은 엄청 많으셨겠네요.


"첫째는 부모님께 산삼 가져다 드리는 게 제일 보람된 일이었죠. 아픈 사람들이 산삼 먹고 좋아졌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 되죠. 특히 두 아들, 아내, 가족들이 건강해진 게 무엇보다 좋아요. 어떤 목사 부부가 제가 캐온 산삼을 사 갔어요. 먹는 방법과 '명현(瞑眩) 현상'('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함'이란 뜻으로, 약을 먹은 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체 반응)에 관해서 알려줬는데 밤 12시경에 전화가 왔어요. 목사 본인은 괜찮은데 부인이 가슴이 답답해서 죽겠다는 거예요. 이거 어떡하느냐, 병원 응급실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 하길래 명현 현상이 온 것 같은데 조금만 참으면 해결되겠지만 병원 가고 싶다면 가보시라고 했죠.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산삼 먹었다'고 얘기했더니 의사가 그 말을 듣고 씩 웃더래요. 링거를 하나 맞든지, 여기 응급실에서 한 30분 앉았다 가시든지 하라고 했다는 거예요. 조금 지나니까 좋아졌다고 연락이 왔어요."


- 월 평균 수입은?


"중소기업 과장 정도 벌이는 될 것 같은데요. 더 많이 벌 때도 있고, 적게 벌 때도 있어요. 들쭉날쭉하죠. 요즘엔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산삼이 잘 안 팔려요. 비싸게 팔기도 힘들어요. 있는 사람한테는 좀 더 받고, 없는 사람한테는 좀 덜 받는 방식으로 사는 사람 눈높이에 맞춰주려고 하죠."


- 70대 초반인데 두 분 부부 월평균 생활비는?


"한 30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그리고 제가 전국 돌아다니면서 차량 유지비 등으로 쓰는 게 한 150만 원 정도 돼요."


- 심마니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캘 산삼이 남아 있나요? 그리고 산삼 채취하시는 일은 언제까지 하실 계획이세요?


"산삼 캐는 사람들이 그전에 비해 엄청 많이 늘어났어요. 많이 캐기도 하지만, 또 많이 심어요. 저는 씨를 가지고 다니면서 요소요소에 뿌려요. 20~30년 후라도 나올 산삼씨를 개갑(開匣) 처리한 걸로 뿌려요. 새싹이 안정적으로 빨리 나오게끔 벌어지게 만들어서 뿌리지요. 초보 약초꾼들은 안 하겠지만 산에 오래 다닌 사람들은 씨를 뿌려요. 씨를 뿌리는 것도 있지만, 요즘 우리나라가 인삼밭이 많이 늘어났어요. 인삼 열매들을 까치나 비둘기들이 먹고 산에다 배설하는 거죠. 인삼밭 주변에는 어린 것들이 있을 확률이 높아요. 오래되고 상품 가치 있는 산삼을 캐려면 악산(岳山)에 가야 해요.


앞으로 산삼 채취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80대가 되어도 할 생각이에요. 욕심 안 부리고 슬슬 다니는 거죠. 산에 다니면서 건강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 산삼을 캐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첫째가 체력이죠. 둘째는 심마니 전문가를 따라다니면서 현장에서 배워야 해요. 혼자 무조건 산에 간다고 산삼을 캘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인터넷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 전문가를 쫓아다니는 게 제일 빨라요. 유튜브를 암만 봐도 산에 가면 다 그게 그거 같거든요. 전문가와 함께하는 현장 실습이 제일 중요해요. 현장 실습을 하려면 신발, 복장을 갖추는 건 기본이죠. 신발은 뱀한테 물리지 않을 만큼 발목까지 가려주는 튼튼하고 물에 젖지 않는 고어텍스여야 하겠죠. 옷은 긴소매, 긴바지 필수에 군복이 좋아요. 가시에 찔리거나 잘 찢어지지 않는 게 좋으니까요. 또 비를 맞더라도 빨리 마르는 게 좋겠죠. 곡괭이로도 쓸 수 있는 등산용 심마니 지팡이도 하나 있어야 해요."


산삼 사진 4장.jpg 강인진 선생님께서 직접 채취한 산삼이다.


- 평소 인생 후배들에게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고 하는 현실 조언?


"욕심내서 산에 가라고는 안 해요. 산에 가서 욕심낼 테면 가지 마세요. 그냥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가세요. 기회가 되면 좋은 일이 있을 거고 없을 수도 있는 거예요. 욕심부리는 사람은 산에 못 데리고 다녀요. 일단 산에 가서 길을 잘 찾아다니려면 '산길샘(나들이)' 앱이 도움이 될 거예요.


자연을 즐겨라. 무슨 목적보다는 운동하면서 산을 즐기라고 하고 싶어요. 산에서 뭔가 이득을 취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러다가 꼭 사고가 나요. 욕심부리면 산신령님이 약초를 주지 않아요. 마음을 비우고 가다가 무연고자 묘가 있으면 거기다 술 한잔 따라 주고 가요. 이 산 중에 내가 베푸는 거예요. 그만큼 또 나한테 돌아오는 거니까요.


산물 하나 먹으면 꼭 이 사과라도 하나 놓고 막걸리 한 잔 따라주면서 산신령님께 감사 표시를 해요. '입산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안전하고 좋은 일 있게 부탁을 드리죠. 그러면 마음도 좀 차분해지고 경건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죠.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두는 것. 욕심의 반대말은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받는 것이다."


고사 - 과일, 술.jpg 입산을 허락해 주심에 감사를 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57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999879)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산삼 #산야초 #은퇴 #제2인생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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