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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창업, 일과 함께 취미활동까지 즐기는 이곳

[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신정동 에이스당구클럽 서영호 대표

by 김부규

◈ 2024년 6월 말 공무원 정년퇴직

◈ 2025년 3월 에이스당구클럽 개업(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역)

◈ 자격‧면허 : 택시 및 화물차 운수종사자 자격증(2020), 소방안전관리자 2급(2024), 위험물관리기능사(2024)



과거 음지 문화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당구장의 부정적 이미지는 2017년 12월 3일 금연 구역 지정 시행으로 깔끔하게 벗겨졌다. 또한 당구장도 최근 변화하는 최첨단 사업 방식에 발맞추어 가맹사업 형태(프랜차이즈)로 개업한다거나, 한층 더 발전된 단계로 24시간 무인 당구장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토록 빠르게 변신하는 당구장 업계에 홀로 과감하게 뛰어들어 은퇴 후의 삶을 당차게 열어가고 있는 서영호 대표(61, 가명)를 지난 주 만났다. 은퇴 후 사업과 더불어 하고 싶은 취미활동까지 하며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비결을 들어보자. (글쓴이 말)


서상교 은퇴자.jpg 인터뷰하는 서영호(가명) 대표


- 은퇴 후 소감 한 말씀해 주세요.


"저는 퇴직을 했다 하더라도 기존 직장 생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계속해야지 정신 건강이나 육체 건강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아내를 출근시켜 주고 수영하고, 점심 사 먹고, 골프 연습을 하거나 가까운 산에 올라갔어요. 기본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그게 스포츠든지 다른 취미생활이든지 간에 일단 집에는 안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버틴 거예요. 그런 다음 남는 시간에는 100평쯤 되는 텃밭 농사지으러 간 거죠. 간혹 지인들과 소주 한잔한다든가 여행도 다니면서 잡념이 안 생기게 소일거리를 만들었어요.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 내가 좋아했는데 하지 못했던 것들에 투자를 많이 한 거죠. 그게 너무 과한 나머지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진짜 한 번은 탈진 비슷하게 와서 보름 정도 회복하려고 노력했을 정도였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당구장 일을 하게 되셨나요?


"모 청소년 수련관 용역 관리소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못 갔어요. 소방안전 관리자 자격증이 있으니까 지인 소개로 건물 관리 일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빌딩도 정해져 있었어요. 또 은퇴 설계를 위해서 택시와 화물차 관련 운수종사자 자격증도 모두 취득했었어요. 그러던 중에 지인이 당구장을 그만둔다고 얘기해서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며칠 고민하다가 당구장 쪽으로 결정했어요. 소방안전 관리자는 야간 밤샘 근무 위주지만, 당구장은 주간 근무니까 더 낫지 않을까 싶었고 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창업 세계로 나와서 경험도 쌓자는 생각에 당구장 업종에 뛰어들었어요. 이 당구장은 주인이 네 번째 바뀌었어요. 제가 네 번째예요. 너무 힘드니까 관둔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내가 조금 덜 가지고 가고 알바랑 나눠 먹겠다는 생각으로 간간이 취미활동을 즐기며 욕심내지 않으려 해요. 그렇지 않으면 쓰러져요."


IE003503626_STD.jpg ▲ 에이스당구클럽 건물 외부 전경 서울 신정동 신정네거리역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또 배후에 다수의 음식점이 있는 최적의 입지조건이다.


- 당구장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오전 11시 반까지 당구장에 나와서 실내 바닥 청소하고 당구대와 당구공을 닦고, 당구큐대(당구채)를 손질하는 등 손님들이 당구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한 2시간 정도 정리하고 나면 각종 음료도 부족하지 않게 챙기고, 당구큐 팁(당구채 끝) 수리 및 교체는 인건비를 아껴야 하니까 자체적으로 배워서 해결했어요. 기타 유튜브 보고 공부해서 웬만한 것들은 자가 수리하고 있어요.


월요일엔 제가 쉬는 날이에요. 알바가 전적으로 하루 종일 책임지는 날이죠. 화, 수, 목은 11시부터 7시까지는 제가 근무하고, 7시부터 밤 12시가 됐든 1시가 됐든 문 닫을 때까지 알바가 책임집니다. 금, 토, 일은 저와 알바 1명이 같이 근무합니다. 월, 화, 수, 목은 기본 매출을 올리고, 손님이 많은 금, 토, 일에서 매출을 많이 올려서 제 수입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지난 3월 같은 경우는 하루 매출이 60~70만 원, 최고 많을 때는 75만 원까지 찍었는데 오후 2시쯤에 꽉 차서 밤 10시까지 정신없이 돌아갔어요. 당구대 하나에 보통 7~8번 정도 회전하는 거죠. 한 사람은 당구대랑 공을 닦고, 또 한 사람은 손님 응대하는 걸 계속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당구장 오전 정리작업.jpg ▲ 오전 당구장 영업 준비하는 서영호 대표 오전 늦게 출근해서 당구장 청소에 열중한다. 청결은 생명이다.


- 은퇴 후 나만의 건강 비결이 있다면? 그리고 은퇴 후 발생한 질병이 있으신지?


"일단 은퇴하더라도 직장 다니는 거와 비슷한 일정 속에서 움직여주고 절대 무리하지 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무리한 결과는 얼마 안 가서 꼭 나타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척추 협착증과 족저근막염이 나타났어요. 다행히 지금 하는 일이 많이 걸을 수밖에 없는 서비스업종이라 자동으로 운동이 돼요. 나이 들면 호전되는 속도가 느려지더라고요. 급한 마음은 절대 금물입니다."


- 이 일을 하시는 동안 특별히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3월에 처음 당구장을 시작했을 때 손님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돈보다는 제 체중이 한 4kg 정도 줄어드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당구장 일을 처음 하는 초보자에 일도 익숙하지 않지, 엄청 힘들지, 손님이 오는 게 진짜 두려울 정도였어요. 그냥 쉬고 싶었어요."


IE003503630_STD.jpg ▲ 에이스당구클럽 실내 전경 에이스당구클럽에 있는 당구대는 한국식 중대(中臺, 1500×2730mm)와 국제규격의 국제식 대대(大臺, 1700×3100mm)를 고루 갖추고 있다.


- 당구장을 찾는 고객 중에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나요?


"92세 할아버지와 80대 중반 할아버지가 소주 내기하면서 당구 치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존경스럽더라고요. 또 평일 오후 1시쯤이면 교장 선생님으로 퇴직하신 분이 오셔서 고정 자리에서 3시간 정도 연습하시고 가요. 이분은 당구비 1만 원을 당구공 반납하면서 케이스에 같이 넣어서 정중하게 건네주십니다. 자연히 허리가 굽혀져요.


그리고 한 가족이 오는데 아빠, 엄마, 아들, 딸 이렇게 4명이 1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고 가요. 정말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천주교 성당 팀은 80세가 다 넘으신 분들 같은데 두 팀이 와서 3시간씩 치고 가요. 저하고 가끔 치는 한 친구는 건축하는 사람인데 당구대를 기준으로 어떻게 쳐야 할지를 그림으로 그려서 건축 설계하듯이 공을 칠 방향이 그려진다고 하더라고요."


- 당구장 일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당구의 매력은 남녀노소 계층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거죠.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와서 언제든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니까요. 또 이 일은 더울 때 시원한 데서 일하고,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그리고 당구장 50평 넓은 실내를 손님 응대한다고 걸어 다니니까 자동으로 운동이 돼요. 하루 1만 보 이상 걸어요."


- 당구장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투자금은 얼마나 들까요?


"저 같은 경우 기존 당구장 이름 그대로, 당구대 등 집기 모두 포함하는 조건으로 임대면적 약 50평에 권리금 9천만 원. 건물 보증금 4천만 원 해서 총투자 금액이 1억 3천만 원 들었어요. 또 한 달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으로 건물 임대료, 관리비, 전기 사용료, 2명 알바비, 무한정 나가는 음료값. 합해서 월평균 700만 원 정도 고정적으로 들어가니까 함부로 시작했다가는 하루 종일 노예가 될 수도 있어요.


당구장 투자 수익률, 위험성 등 상세한 내용들에 관한 공부는 따로 하되 다른 당구장에 가서 알바를 하든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을 많이 쌓으세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신규 개업보다 기존 당구장을 인수하는 것이 덜 위험해요. 그리고 계약 전에 신용카드 매출 전표 2~3년 치를 뽑아달라고 해서 평균 매출을 살펴봐야 해요. 주간, 야간, 주말 모두 확인해 보세요. 그다음에 유동 인구 확인과 내가 하고 싶은 곳 주변에 당구장이 몇 개 있는지, 가까이 있는 경쟁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도 확인해서 내가 이길 수 있는지도 점검해 보세요."


- 월 평균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월평균 매출이 1000만 원에서 1100만 원, 성수기 3월에는 1400만 원에서 1500만 원까지 나오니까 고정비용 700만 원을 빼면 월수입은 평균 300~400만 원 정도 돼요. 월평균 매출이 1000만 원 넘어가는 당구장이 드물어요."


- 앞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계획이며, 당구장 전망은 어떤가요?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거예요. 그리고 전망은 괜찮다고 봐요. 당구가 저변 확대가 많이 되어서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요. TV 방송채널에 '골프 & PBA(프로 당구협회)', '빌리어즈 TV(Billiards TV)'가 성황리에 방송되고 있고, 또 여성 프로 당구 선수로 대활약하고 있는 '스롱 피아비'가 당구에 관한 관심도를 한층 높이는데 이바지했고,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서 은퇴자들이나 연세 드신 분들이 친목 도모차 많이 찾아주시니까 차츰 좋아지겠죠."


IE003503631_STD.jpg ▲연도별 당구장 현황 10년 조금 넘는 기간에 당구장 폐업으로 그 수가 40% 이상 빠졌다.


IE003503635_STD.jpg ▲전국 시도별 당구장 현황(2023년 말 기준) 전국 당구장 갯수는 14,866개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2024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


- 은퇴 후 평소 인생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현실 조언?


"저는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생각해요. 재취업도 마찬가지지만 창업하더라도 혼자 살지 않을 바에야 인간관계가 좋을수록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잘 풀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거죠. 또 매사에 불만을 가지기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로 바라보세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뭐든지 될 수 있거든요. 안 된다고 생각하면 진짜 안 돼요. 당구도 마찬가지예요. 당구 칠 때 내가 미리 패배자가 돼서 저거 못 칠 것 같아 하고 불안해하면 못 쳐요. 심리적으로 지는 거죠. 근데 어렵지만 칠 수 있어 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지고 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인생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덤벼들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인생이잖아요."



덧붙이는 글 I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61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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