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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에 샤워기 수리까지, 이웃 옆에 선 목사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인터뷰] 고양시 좋은열매교회 최진수 목사

by 김부규

경기 고양시 행신동의 작은 예배당, 좋은열매교회에는 특별한 목사님이 있다. 설교가 없는 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전기 공사 현장으로 향하는 최진수 목사(49세). 그는 작은 교회 목사이자 전기 공사 기술자이며, 세 딸의 아버지이자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의 이야기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종교를 넘어선 따뜻한 울림과 위로를 준다. 그를 지난 9월 26일 만났다. 아래는 최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글쓴이 말)



✔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고양시에 있는 좋은 열매 교회 목사입니다. 아내와 세 딸의 아버지이고,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작은 교회를 2020년에 개척해 목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교회 목사이지만, 생계를 위해 전기공사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 일이 저를 지역 주민들과 더 가깝게 이어주고 생활 속에서 복음을 나누게 해주었습니다."


IE003533896_STD.jpg ▲ 인터뷰하는 최진수 목사교회는 작지만, 지역 구석구석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고 싶다고 한다.


✔ 전기 공사 일을 병행하며 목회를 걷기로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코로나 때문에 교회를 개척한 뒤에도 교인은 없고 무료 나눔만 하다가 1년을 그냥 보냈어요. 지출은 있는데 수입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내가 진짜 잘하는 게 저축이에요. 부목사 시절 적은 사례비에서 쪼개고 쪼개 알뜰하게 저축했나 봐요. 그걸로 1년을 버틴 거죠. 가끔 동네 공유 플랫폼에 올라온 아르바이트로 공유 킥보드 조립도 하고, 파주 택배 물류 회사에서 야간 물품 분류하는 일도 했어요. 그러다가 가까운 지인이 전기 회사 소장을 하고 있었는데, 일당도 괜찮아 그때부터 전기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처음 출근할 때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생계가 걸린 문제라 뛰어들 수밖에 없었어요. 전기는 항상 무서워해야 한다고 기술자 선배들이 교육했지요. 전기 함부로 보면 죽는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어요. 그렇게 전기로 생계를 해결하게 되었어요."


✔ 목회와 육체 노동을 병행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가족들은 어떤 응원을 하시나요?


"가족 중에 특히 양가 부모님께서 많이 안쓰러워하셨어요. 편안한데 앉아서 깨끗한 옷 입고 공부나 하고 교회 돌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막노동 비슷한 일을 하니 걱정이 많으세요. 아내도 마찬가지죠.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하면서 응원을 열심히 해줘요. 또 일주일에 서너 번은 자기들끼리 공연을 만들어서 엄마, 아빠 앞에서 그걸 보여줘요. 즐겁게 해주려고. 근데 이 녀석들이 돈을 막 써요. (웃음) 그래도 밝고 착하고 예쁘게 잘 커줘서 너무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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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공사 작업 현장전기는 항상 무서워해야 한다고 기술자 선배들이 교육했다. 전기를 함부로 보면 죽는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사람이 가장 많이 사고나는 전기가 220볼트라고 한다.



✔ 한밤 중에 독거 어르신 댁의 전기 스위치를 고쳐준 일화를 들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 아침에 쓰레기 '줍깅(줍기+조깅)'도 하고 계신데요. 어떤 의미로 시작하셨는지 또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보람 있었던 일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교회가 워낙 작으니 금전적으로 도울 수가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말 그대로 몸으로 때우는 거죠. 전기 스위치를 고쳐주거나 어르신들과 차 한 잔 나누는 것,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 동네를 돌며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것도 모두 사랑을 전파하는 일이에요. '줍깅'은 6년 됐어요.


여러 가지 봉사 활동을 하다 보니 주민 분들의 답례가 많았어요. 이웃 교회 어르신인데 우리 가족을 불러 저녁 식사 대접을 해주신 일, 시장 갔다 오시면서 사무실 앞에 과일을 두고 가신 분, 본인이 안 입고 안 쓰신다고 이건 나눔 하지 말고 우리 가족이 쓰라고 신신당부 하는 분 등등 이웃들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근데 전기 뿐 아니라 며칠 전에는 문 고장 났다고, 샤워기 고장 났다고 전화가 오고, 어떤 분은 가스가 안 된다고 연락이 와요. 제가 모르는 분야더라도 일단 가서 현장 상황을 파악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면 바로 고쳐드리고 제 힘으로 할 수 없으면 전문가에게 연결해드리죠."


✔ 목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열매란 어떤 의미인가요? 또 개인적으로 꼭 맺고 싶으신 좋은 열매가 있다면?


"교회 이름인 '좋은열매'에는 저의 목회 철학이 담겨 있어요. 교회 개척 준비하던 때 설교를 준비하다가 성경 말씀(이사야 5:1~7) 중에 포도원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서 착안한 거예요. 좋은 땅에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으나 맛없는 들포도가 열렸다는 이야기처럼, 오늘날 일부 한국 교회가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되었어요. 제가 꼭 맺고 싶은 좋은 열매는 반찬 봉사입니다. 아직 교인도 부족하고, 일손이 없어서 못 하지만, 교인들이 많아지면 주일 날 반찬을 만들어 독거 노인이나 불우 이웃에게 반찬 나눔을 하고 싶어요. 또 먼 훗날 교회가 크게 성장한다면,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 청년들이나 신혼부부에게 저렴하게 머물 곳을 제공하는 꿈을 꾸고 있어요."


IE003533909_STD.jpg ▲ 봉사활동에 대한 다양한 답례무료 나눔과 이웃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에 대한 무료 봉사활동은 하나님과 이웃을 기쁘게 하는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 앞으로 좋은 열매 교회와 목사님께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비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좋은 열매는 나눔이거든요. 우리 교회는 교회 안밖에서 나눔을 행합니다. 나누는 것은 좋은 행동, 착한 행실입니다. 또 많은 열매이기보다 좋은 열매이기를 원합니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100개 열린 들 맛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하나가 열리더라도 맛있는 열매가 주인과 이웃을 기쁘게 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교회 성도 수가 1000명이 되면, 더 이상 안 키우고 어느 정도 규모에서 안정화한 다음 분립개척(교회 분리)을 할 생각이에요. 예를 들면 교인이 1100명이 됐다고 하면 더 크게 키우지 않고 100명은 부목사나 새로 교회를 개척하려는 목회자한테 나누어 주고 싶어요. 우리 교회는 작지만, 지역 구석구석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더 많은 이들에게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목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IE003533910_STD.jpg ▲무료 나눔 물품수시로 교회 앞에서 다양한 물품으로 무료 나눔 행사를 한다.




⛪ 감동 글 하나 더!


"나는 개척교회 목사이며 일하는 목사다. 오늘 일하는 중에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왔다. 조금 바빴지만 혹시 교회 주변 주민이 나의 도움이 필요한 전화도 간혹 오기에 핸드폰 번호는 무조건 받는다. 역시 우리 동네 독거 어르신이었다. 현관문 번호키 건전지를 교체하고 싶은데 할 수 없어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퇴근 후 잠시 들러 상황을 보니 아직 교체 시기가 아니었다. 설명드렸지만 밖에 나갔다가 건전지가 떨어져 집에 못 들어갈까봐 그냥 교체해 달란다. 어르신이 그동안 꽤 많이 불안하셨던 것 같다. 교체해드리니 이제 살 것 같다고 하신다.ㅠㅠ 그동안 얼마나 불안하셨을까? 어르신의 웃는 얼굴을 뵈니 나도 기분이 좋다. 오늘도 좋은열매교회가 좋은 열매를 맺어 감사하다." ('스레드' 수록 글 발췌)


디지털 도어락 건전지 교체 400.jpg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지금은 아주 간단한 것 같은데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될까? 컴퓨터가 상용화된 이후로 모든 게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발전한다. 노인들은 따라가기도 버겁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배워야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나씩 배워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연재 및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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