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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Sep 23. 2023

내향적인 사람도 대화를 못하면 말을 잃어버린다.

정확히는 기본적인 대화를 못하면말이다.

이직을 하고 한달만에 또 그만 뒀다.

면접 때부터 분위기가 다른 회사보다 어두컴컴하고 침울해서 안 가려고 했었는데, 면접 보러 다니기 귀찮아서 단기로 다녔다가 환승이직 할 목적으로 입사를 했다.


입사 이틀차부터 다들 말을 걸어주는데, 뭔가 억지로 말거는게 느껴져서 나도 적당하게 스몰토크에 적당히 응하고 일을 했다. 첫날에도 이상했지만 그 후로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고 내가 말을 걸어도 단답. 내가 아무리 "안녕하세요.",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를 말해도 모두에게 씹힌다. 면접 때 느꼈던 그 침울한 분위기에 뒤집힌 나는 서서히 말을 잃어갔다. 말을 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잃어버렸다는 쪽에 더 가깝다.

회사 밖에서 대화를 하는데 내가 대화하는게 낯설다. 대화 내용 구조도 뒤죽박죽이 되었고, 카톡으로 얘기하는 것도 어눌해졌고, 말할 때 내가 말 끝을 흐리는 등 나에게서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렸다.


다닌 지 한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짧은 기간에 나는 급격하게 위염에 걸려 하루에 한 끼를 먹어도 배가 안 고프고, 위에 상술했듯이 말을 잃어버렸다. 업무 또한 협업하는 사람이 직급에 비해 너무 무능해서 여기에 있다가는 나는 다 잃을까봐 퇴사를 말했다. 그리고 긴장이 풀렸는지 퇴사한지 이틀만에 후두가 심하게 부어서 말을 못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협업하는 사람이 과장급인데 신입이면 다 하는 것도 못하고, 업무 매니징도 버거워하는게 느껴질 정도로 못했다. 심하게 감정적이고, 본인이 잘못 전달한 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더라. 미안하다는 말, 빈말로 들은 적도 없다. 자존심이 참 강한 사람이구나 싶고. 이름도 얼굴도 보기 싫어서 퇴사하자마자 이 사람의 연락처를 다 차단했다. 그 나이 먹고 자기연민 좀 그만하세요. 그렇게 원하는대로 혼자 일하게 해드렸으니 알아서 일하시길.


어제는 이전이전 회사의 퇴직금 미지급 관련으로 신고한걸로 대면.. 대질조사를 하러 노동청 다녀왔다. 일이 되는게 하나도 없어서 정말 쉴까봐. 퇴사한건 가족에게도 남자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이 내가 그 당시에 정서도 불안정하고 이직이 잦으니까 대놓고 "너 이러는거 진짜 지친다."라고 말했던게 아직도 상처여서 나도 모르게 가족들에게도 남자친구한테도 실망이라는 말 들을까봐 이제 내 결정을 바로 알려주는 게 참 어렵더라고. 


(다른 얘기)

그래서, 전남친 분은 이거 말고도 내게 했던 추악한 과거를 싸그리 숨기고 본인과 같은 선생님이랑 결혼한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는데.  같은 급이라는 단어 좀 우습지만.. 어때요? 같은 급의 사람이랑 지내는 삶은 행복한가요? 그쪽한테 살해당할 뻔 한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가끔가다 상처가 욱신거리고는합니다. 

부디 본인이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배우자를 가스라이팅하고 살해하려는 짓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빈 말로도 옛 정을 생각해서 행복하라는 말은 그쪽한테 너무 과분한 말이라 하기싫어서 안 합니다. 


돈은 아직까지 여유는 있어서 괜찮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쉬는 방법도 잃어버렸지뭐예요. 한국사회는 갈수록 여유가 없어지고있어요. 톱니바퀴가 고장이 나면 그냥 버리고 다른 부속품을 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보니 정확하게 쉰다는 개념이 뭔지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이건 나만 그런게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나 쉬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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