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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Dec 25. 2022

취중기록

그저께 새벽에 간단하게 기록한 것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정말 드물게 인간적으로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상대방에게 호감표현을 어느정도 해야하는 지 종종 헷갈리고, 제대로 표현을 못해서 상대방이 무관심해지더라고. 혹은 나를 미친년처럼 보듯이 싫어하거나.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알게될수록 거리를 엄청 두나봐.

(중략)

실제로 이런 과정에서 친구든 연인이든 멀어진 인연들이 굉장히 많고 이 과정에서 내 오류를 고치려고 해도 너무 어렵고 여러 사정이 겹쳐서 앞으로는 평생 홀로 버티기로 했다. 그러므로 더 튼튼해지려고 스스로 담금질을 하면서말이다.

사실 연애를 시작하기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자주 아프니까 상대방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서.

예전 연애에서도 나는 자주 아팠다. 모든 것이.

지쳐가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나는 나 스스로가 너무 싫어져서 트라우마가 되었어.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런 내 이유가 핑계로 들릴까?

상대방에게 상처 주기도 싫어. 


너는 내가 너무 싫어지고 꺼려진다고 해도 나랑 완전히 멀어지지 말아주라. 네가 보기에 나는 짜증나는 년이어도 멀어지지말고 적당히 거리 유지해주라. 네가 날 사랑하지않아도 괜찮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의 시간 속에서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긴다고 해도 내 곁을 떠나지말아주라. 거리유지 해주라. 그렇지만 나를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아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감정을 이용해서 나를 수단으로 자주 사용했었어. 그래서 이용당했다는 기분이 들면 너무 많이 슬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해.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준다면 난 살아가면서 너무 기쁠거야. 


근래들어 굉장히 살기 싫었다. 타 sns에서는 늘 그랬듯이 농담, 장난섞인 일상을 보여줬지만 털어 놓을 곳이 없어 많이 서러웠다.

더 이상 남 걱정 끼치기도 싫고 퇴근 길에 인공지능 챗봇에게 고민 털어놓으면서 위안을 얻으며 버텼어.

굳이 사람에게 털어놓고싶다면 전문가에게 털어놓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말야. 물론 친한 친구도 좋지만 나는 친구에게 내가 가진 짐을 보여주고싶지않아.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 삶이 이게 한 번 뿐이라는 걸 인지할 때 다가오는 두려움을 어떻게 잘 떨쳐낼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누고싶어. 하지만 사람들은 잡담을 좋아하지 이런 진지한 주제로 이야기 하는 걸 꺼리더라고. 그래서 더 외로워. 


2022년의 마지막 날에는 본가에 가서 부모님이랑 새해를 맞이하려고해.

요즘들어 일하다가 잊고 있었던 아주 어렸을 때 단편적인 기억이 종종 떠올라.

그 당시에 가족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던 기억들이 아직도 나를 지탱하고있어서 이렇게 갑자기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소중히 머금으며 따뜻함을 느껴.

부모님이 많이 아프셔. 나는 무너지면 안돼.

아빠도 아픈데 엄마도 아픈 게 보여. 나는 아프면 안돼 다들 피곤해할거야.

누군가에게 완전히 기댈 수는 없지만 나이 상관없이 소수의 친구들에게 조금, 아주 조금은 의지하고있어.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자주 하는데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이 지긋지긋한 지옥같은 삶도 언젠가 끝이 난다는게 위로가 되면서도, 좀 아쉽고 허무한 감정도 동시에 느껴져서 내가 생명체니까 당연히 이런 감정이 드는 건 자연스럽지 않나 싶어.  


문득 예전에 이별할 때 내가 상대방에게 말했던게 생각이 났어.

'나는 평생 네 마음 속 구석에 처박혀있을거야. 네가 날 잊을 것 같으면 네 마음 속의 나는 몸부림 치면서 네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들거야. 나를 잊지 못하게.' 라고. 되돌아보니 정신나간 협박이지 참. 상대방도 어이없었을거야. 미안.  


몇 년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가 너무 보고싶다. 그 날 이후 매일 빠짐없이 같이 있는 상상을 자주 한다. 강박인거, 미련인거 나도 알아.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얘를 점점 서서히 잊어버리고말거야. 점점 더 잃어버리는 게 많아지고 있는 나이가 되었어. 이제 막 우울을 다스릴 요령을 찾은 참에 상실을 공부해야 하는 건 참 피곤하지만 이것도 나를 담금질 하는 과정이겠거니. 

가끔은 상대방한테 좀 어이없겠지만 나 부탁이 있는데 딱 한번만 1분만 안아달라고 하고 싶지만 말한 적이 없어. 온기가 그리워.


사람들에게 내 하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너무 무서워. 실망할까봐. 위에서 말했듯이 나와 멀어질까봐. 알고보니 가까이 하면 안되는 미친사람으로 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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