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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May 02. 2023

원래 근무중에 딴짓하는게 제일 재미있지요.

사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직장인들의 이야기, 사업 혹은 여러가지 어른같은 이야기를 쓰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내가 어떻게 이 플랫폼에 글을 쓸 권한이 생긴건지 의아하다. 보통 헛소리꾼이 아닌데.


그러고보니 이거 올해 처음으로 쓰는 글이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더라.


1. 심리상담

    10대, 20대 모든 생을 우울장애에 뒤덮힌 채로 버티다보니 우울장애의 흔적으로 겨울과 봄 사이에 계절성 기분장애가 약속한듯이 일상을 뒤덮어서 퇴근하고 근처 심리상담센터가서 상담을 받았다. 한시간 동안 상담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쩐지 과거에 정신과를 옮길 때마다 내 과거사, 현재 상태를 말할 때가 생각이 났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려니까 지치고 지긋지긋했는데 의사 선생님한테 저 좀 살려주세요 도움 요청하는 간절함이 더 강해서 같은 인생사 구술하는 거 지긋지긋한 건 오래 가지 않더라고.

아무튼 오랜만에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내 본 모습 보여주려니 좀 낯간지럽기도하고 내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남들에 비해 정말 결핍이 굳어서 뭉쳤구나, 근데 티는 존나 내기 싫어서 남들만큼 평균(이걸 여기에 넣기에는 좀 우스운 단어긴한데)의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척 하며 연기하며 살고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도 진행중이고, 이것을 읽는 분들도 내 성장배경 들으시면 놀라실 듯. 그 환경에서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게 1인분의 삶을 짊어지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가 뭐라하든.

다시 돌아와서, 선생님 말씀으로는 나는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대화하다보니 계절의 변화에 남들보다 정말 취약한 상태에서 친구관계, 가족관계에서 고립되다보니 혼자 해결할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나 싶기도 하고. 

조금만 괜찮아진다면 습도가 높아도 괜찮으니 따뜻한 나라에서 살고싶어. 햇빛을 매일 볼 수 있는 곳에서말이다. 사실 어느 좋은 나라에 간다고 해도 사람 사는 곳이니 지옥이겠지만 한국에서도 나는 가족이 있어도 철저한 고립된 외부인인걸요. 외부인의 삶은 익숙해.

    엄마가 언젠가 "너는 왜 항상 고립된 사람인양 혼자 해결하려는거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야 나는 항상 고립된 사람이었는걸 엄마는 나와 30년 넘게 교류하면서 몰랐던걸까 조금은 서운해. 엄마 입장에서는 그동안 나를 돌봐주지 못했으니 이제 도와주고 싶었으려나, 이미 늦었으니 엄마의 삶이 행복해지도록 엄마의 남은 생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뭐 이런 싸가지없는 썅년이 있나 하며 서운해하시겠지만, 정신장애에 뒤덮혀 있던 답답한 딸은 사실 싸가지도 없고 제멋대로인 썅년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셨으면. 썅년으로 사는게 편하다. 


2. 일

    주로 웹/앱 UI에만 집중해서 일을 했는데, 내 업무를 조금 더 확장해보고싶어 잠시 짬이 날 때마다 공부하고 있다. 오래 앉아있는 게 너무 싫어서 it 업무 말고 다른 일도 해보고싶지만 한국은 공직 제외 어떤 분야든 나이제한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너무 각박하니까 선뜻 다른 업계에 도전하고싶어도 자신이 없네. 그리고 아무리 안정적이어도 공직은 하고싶지 않아. 앞으로 뭘로 먹고 살지? 어른의 평생 숙제같아.


3. 여행

    번아웃이 너무 심해서 충동적으로 초봄에 잠깐 해외에 다녀왔다. 출국 전까지 머리가 새하얘진 상태여서 괜찮을까 걱정도 했지만 도착지에 오자마자 나아진거보면 괜한 걱정이었다. 

오랜만에 일본어 쓰려니까 이런 실력으로 내가 통역이랑 번역을 했었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눌하고 낯설어서 조금 걱정이었고.. 체류 이틀차부터 다시 회복해서 편하게 동네 마실 다니듯이 여행했으니 다행이지만. 여행하는 동안 미묘하게 차별도 받았고, 처음 만난 재미있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알찬 여행이었으니 됐지 뭐. 조만간 또 가서 친구들이랑 놀아야지.


여행 갔다오고나서 잊어버린 일본어를 다시 공부하고있다. 번아웃으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았었는데 삶의 활력이 생겼으니 여행가게 만든 내 충동적인 성격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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