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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미 Dec 27. 2020

'나'를 위한 '우리', '우리'를 위한 '나'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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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가 모든 것을 잠식한 한 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위한 '우리', '우리'를 위한 '나'라는 의식과 태도 그리고 실천이다. '평등'이라는 권리의 외침은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결핍이 지속된다면, '우리'를 생각하기에 '나'는 나약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어둡고 긴 터널을 헤쳐나가려면, 결국 '나'보다는 '우리'가 되어서 발을 맞추는 태도가 필요하다. 빛이 하나도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어둠속에서 무엇인가 분별되기 시작한다.    절망속에서 작은 희망의 빛을 만난 것처럼 '우리'가 서로의 눈이 되어서  나아 간다면, 신선한 공기와 환한 빛이 있는 터널의 끝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너무도 지긋지긋한 바이러스를 종식시키지 못한다면,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우리'가 되는 날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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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p
<페스트>라는 말이 내뱉어진 것은 사실이고, 바로 그 순간에도 재앙이 한두 명의 희생자들을 땅바닥에 내팽겨쳐 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멈춰질 수도 있다. 해야 할 일은, 인정해야 할 사실은 확실히 인정하고 쓸데없는 그림자들을 쫓아 버린 뒤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면 페스트는 상상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상상하지 않기 때문에 멈추게 될 것이다. 만일 전염병이 멈춘다면, 게다가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한데, 다 잘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 우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의사가 창문을 열자 도시의 소음이 갑자기 커졌다. 이웃작업장으로부터 짧게 반복되는 기계톱 소리가 들려왔다. 리유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바로 그곳에, 매일매일의 노동에 확신이 있었다. 나머지는 가느다란 줄에 매달린 무의미한 몸짓들일 뿐이었고, 멈출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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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해설 - 부조리의 미학, 반항의 윤리 중
402p
고독하지만(solitaire) 연대하는(solidaire) <우리>의 자각, 이별과 상처, 좌절과 절망이 지배 이데올로기가 된 곳에서 <우리>의 실현, 그것이 바로 『페스트』에서 보건대가 같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404-405p
정의감을 이기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자신의 범죄에 논리적 당위성을 찾으려는 사람들. 공감을 두려워하며 끊임없이 자기 방어에 열중하는 사람들. 겉도는 말들, 어긋나는 만남. 원망의 대상이 될 과녁을 찾아 계속해서 화살을 쏟아 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찾지 못해 빠져드는 상실감. 그래서 우울하고 그래서 더욱 무력해지는 세상. (......) 그런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일상이 되다시피 한 죽음, 죽을을 방조하고 죽음을 조장하는 모든 형태로 만연한 폭력이 아니겠는가. 『페스트』에서 카뮈가 말하는 <반항>이란 성인이 될 수도 없고 그러다고 재앙을 용납할 수도 없기에 희생자들의 편에서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로 결심한 사람들, 페스트의 창궐로 유배당한 자들의 도시 오랑에서 영원한 이별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기 위해서 나선 사람들,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지극히 당연하고 당면한 일을 해나가는 보건대의 활동이다. 이별의 아픔 속에서도 <타인의 생명,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부정될 수 없는 바로 이 제일 처음의 것>을 지키고자 한 사람들, 보건대의 활동은 평범하지만 부조리의 시대에 버리지 말아야 하는 가치, 인간이 인간이기에 지켜야 하는 <긍정>과 <반항>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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