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모순적인 생각과 태도, 가치관을 가진 사람입니다. 저에게 세상은 폭력과 비인간적인 일들이 넘쳐나는, 그래서 지금 당장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도 아쉬울 것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세상은 모든 연약한 존재들이 서로에게 간신히 의지하며 또 하루를 위해 눈물겹게 분투하는, 그래서 잘됐으면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타인은 사르트르의 말처럼 지옥이지만, 내 삶이 애틋한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삶도 너무 애틋해서 어떨 때는 당신이 참 존경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언어로 이루어진 이 글도 모순적인 행위로 느껴집니다. 사유가 부족한 것인지, 글솜씨가 부족한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둘 다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살아오며 언제나 제가 뱉는 말과 제가 쓰는 글이 폭력적이라고 느껴왔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말하는 행위,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심지어는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저는 늘 두려워했습니다. 왜냐하면 언어가 되는 순간 생각은 구획 지어지고, 그러다 보면 물처럼 흐르던 생각이 댐과 같은 벽에 가둬지는 느낌을 늘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왜 문제냐면. 내 생각의 근원과 미래의 변화를 가둬진 물속에서는 쉽게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언제나 불충분한 정도로 말할 수밖에 없기에 저는 늘 오해가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내가 했던 생각과 말, 썼던 글은 언제나 현재의 것이므로 미래의 제가 보았을 때 그것이 너무나 부족하면 어쩌나 두려웠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무심코 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어쩌나, 나는 그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른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침묵을 택했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언제나 무지와 폭력을 동반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저는 점점 더 침묵 속으로 침잠했습니다. 수신인이 정해지지 않는 이 편지 같은 글은 그 침묵을 깨고자 하는 저의 용기이고, 어쩌면 제 안의 모순들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 때문입니다.
어딘가에 저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제 삶의 작은 풍경들을 기록하는 이 편지가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내 마음도 그렇습니다. 오늘 하루도 나는 세상과 타인을, 그리고 나를 아주 미워하는 마음과 아주 다정한 마음 모두로 바라보았습니다. 앞으로 쓸 이 글은 그러므로 두서없이 여러 감정을 오갈 것입니다. 그러나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감히 저는 쓰고자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결국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면, 세상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서툴게 말하고, 열심히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선은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