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와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언제나 카트 가득 물건을 실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수북하게 쌓인 재료 사이에 내 바나나킥 하나만 끼워 사도 그렇게 좋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온라인 배송 덕분에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사는 시대가 되었다보니,
쇼핑 카트 절반 이상을 채워본 기억이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이곳에는 쿠팡도, 컬리도 없다. (그랩이 있긴 하지만)
네 가족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마트에 나가야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우리가 첫 장을 본 곳은 Lotus’s,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 같은 곳이다.
- 쌀, 과일, 채소, 생수, 시리얼, 라면, 휴지 등등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처럼 생필품부터 식자재까지 이것저것 담았다.
한국에서는 늘 엄마가 만든 겉절이만 먹고 살았는데,
살다 보니 이렇게 김치를 사 먹는 날도 온다.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장을 마치고 차로 이동하려던 순간,
갑자기 천장에서 굉음이 들렸다.
곧이어 쏟아진 비는 ‘내린다’가 아니라 ‘때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어쩔수가 없다."
마트에 더 머무르자.
집에 돌아와서 커피를 다 마시고 나니, 익숙한 단어 하나가 보였다.
“Oppa.”
로투스 마트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국뽕으로 마무리됐다.